네트워크업체는 왜 CDN을 노리는가

일반입력 :2012/01/30 14:37    수정: 2012/01/30 15:27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폭주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네트워크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라우터·스위치 하드웨어 판매 증진이 아니라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시장을 조준한 모습이다.

미디어 콘텐츠 전송에 대한 네트워크업체의 접근은 트래픽 폭증에 대한 새로운 기회 포착이다. 시장 자체가 CDN 쪽에서 커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시스코의 ‘2010~2015 시스코 비주얼 네트워킹 인덱스(VNI)’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IP트래픽은 오는 2015년 월평균 80.5엑사바이트(EB), 연간 966EB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트워크업체의 CDN 강화 속도내기

지난 23일 네트워크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웍스는 인도 타타커뮤니케이션즈의 비트그래비티로부터 CDN 서비스 매니지먼트 레이어에 대한 권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비트그래비티의 CDN 서비스 매니지먼트 레이어는 향후 주니퍼의 미디어 플로 솔루션에 통합돼 제공된다. 주니퍼는 두 솔루션의 통합작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미디어 플로는 주니퍼의 CDN 플랫폼으로 캐싱, 어댑티브 비트레이트 스트리밍 등을 묶은 SW 패키지다. 플랫폼은 컨트롤러, 퍼블리셔, 액티베이트 등으로 구성되며, 전용장비인 VXA 시리즈 미디어 플로우 엔진’에 탑재되거나, MX라우터에도 설치가능하다.

주니퍼는 통신사 등 서비스사업자와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회사, CDN사업자 등이 온라인 콘텐츠를 더 비용효율적으로 전송하고, 실 사용자의 경험을 일괄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주니퍼는 최근 2년간 CDN 관련 솔루션업체를 연이어 인수합병하면서 관련시장 강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0년 안키나네트웍스를 비롯해, 블랙웨이브, 오픈웨이브시스템즈를 인수했다.

주니퍼뿐 아니라 시스코시스템즈도 라우터 제품인 ASR 시리즈를 통해 미디어 전송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SW모듈 판매를 통해 통신사업자의 CDN 사업을 돕겠다고 나섰다.

■늘어나는 CDN 수요, 시장이 커진다

네트워크업체들의 CDN 솔루션 사업 강화는 두 갈래의 시장 흐름과 맞물린다.

우선, 통신사들은 트래픽 폭증에 따라 네트워크 용량 증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CDN전문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통신사가 직접 CDN 사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촘촘한 네트워크 회선 등을 활용해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콘텐츠 보유업체들은 콘텐츠-CDN-통신사-사용자 등으로 구성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비용부담 증가를 겪는다.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그에 따라 회선사용량도 함께 증가한다. CDN 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의 회선사용에 대한 비용전가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비용부담 징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는 네트워크 장비업체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콘텐츠 전송 전용 솔루션을 통신사에게 공급함으로써 주요 통신장비뿐 아니라 에지 단계의 솔루션에서 매출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CDN 기술을 에지 라우터 및 스위치에 집어넣거나, 이 기술로 캐시 어플라이언스를 대체하는 방향이 현재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통신사의 CDN사업을 돕고, 중간의 CDN사업자 단계를 없애 전체 CDN 구성을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주니퍼의 미디어 플로는 고성능 캐싱을 위한 지능형 미디어 인식 소프트웨어다. 모든 컨트롤러들을 중앙집중형으로 관리하며, 유연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는 이를 통해 고정 및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에서 신규 서비스를 신속하게 추가 가능하다. 네트워크 장비와 결합하면 P2MP LSP, 하이 퍼포먼스 멀티캐스트, 고용량 비디오 스트리밍, 가입자 관리 등 종합적인 고급 비디오 전송 솔루션을 갖추게 된다.

트래픽폭증에 따라 네트워크 기술은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별로 더욱 세세한 트래픽 관리기술을 요구한다. 특히,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는 어느 인터넷 서비스보다 서비스 품질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CDN 기술을 통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영상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려면 코어 라우터 수준에서 대응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동영상 미디어인 IPTV의 경우 데이터를 전송할 때 한 개의 신호로 전송한 뒤 액세스 라스트마일 장비에서 이를 쪼개 각 가구에 배분하게 된다. 중앙에서 트래픽을 관리해도 실제 사용자 레벨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2015년이면 인터넷 접속 기기는 150억대, 인터넷 비디오 사용자는 전세계 15억명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서 초당 1백만 분의 비디오가 인터넷으로 소비된다.

이런 추세 속에서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는 용량 부족에 처할 수 있다. 전반적인 네트워크 장비의 대형화가 수반돼야 하는 상황. 동시에 각 서비스별로 지능적인 트래픽 관리도 해야 한다.

하지만, 통신사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용량증설에 따른 지출을 메우지 못한다. 기본적인 통신사 수입구조가 망 사용료에 불과해, 콘텐츠 소비에 따른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신사는 CDN업체에게 회선을 임대하던 것에서 벗어날 계획을 하게 된다.

과거 CDN 사업구조는 통신사의 회선 일부를 CDN업체가 계약을 통해 임대하고, CDN업체가 콘텐츠 회사로부터 전송을 위임받아 전세계로 뿌려주는 형태다. 중계자 역할의 CDN을 없애고 통신사가 직접 콘텐츠를 전송하면 콘텐츠업체로부터 매출을 거두는 효과를 얻는다. 방송사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전송을 CDN업체 대신 통신사가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상의 콘텐츠에 대해 통신사가 과금할 수 없도록 하는 망중립성 이슈에서 벗어나면서도 수입을 거두는 방법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이 CDN사업자로 나선 중요한 이유다.

■생태계 재편 속 CDN업체는 변신중

CDN 싸움의 형태는 통신사업자를 두고 네트워크 장비업체와 CDN 전문업체 간 경쟁구도다. 통신사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네트워크 관련업체들이 CDN사업을 강화하면서 내건 가치는 동일하다. 서비스사업자, 통신사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CDN업체에 뒤지지 않는 동영상 전송기술을 네트워크 장비에 통합시켜 사업자의 비용을 줄여주고, 신규 매출을 얻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CDN 생태계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CDN업체로서는 시장을 빼앗기는 생존위협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 증시는 이같은 상황을 CDN업체에게 악재라고 판단한 듯하다. 23일 주니퍼와 타타커뮤니케이션즈, 비트그래비티 간 거래발표 후 아카마이의 주가는 1% 하락했다. 라임라이트네트웍스의 주가도 2.39% 하락했다.

CDN업체는 사업 초점을 콘텐츠 사업자에서 통신사업자 쪽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과거 통신사와 CDN업체는 회선거래계약 외에 친밀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오늘날 CDN업체의 발언도 네트워크업체와 동일하다. 통신사업자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CDN 솔루션을 라이선스로 판매하거나, 플랫폼 제공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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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마이코리아 김선아 부장은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CDN솔루션은 기본적인 기능만 제공할 뿐 전문업체의 것에 비하면 부족하다”라며 “보안, 최적화, 사업모델 다각화 협력 등 CDN전문업체가 통신사에게 더 좋은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CDN업체의 한 대표는 “국내 CDN 기술은 세계 최상위권이고, 네트워크 장비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술을 SW로 구현해 제공할 수 있다”라며 “SW뿐 아니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만큼 통신사에서 모든 것을 다 운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