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벌써 4K에 주목하는가?

일반입력 :2012/01/26 13:29    수정: 2012/01/26 15:48

봉성창 기자

하드웨어가 닭이면, 소프트웨어는 달걀이라는 말이 있다. 하드웨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예가 3D TV다. TV 제조사들은 2007년부터 프로젝터를 시작으로 3D 영상장비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9년에 영화 ‘아바타’라는 걸출한 3D 영화가 등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풀HD에 뒤를 잇는 차세대 해상도로 등장한 4K(4096x2160) 역시 대중화가 그리 오래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지금은 소비자가 사거나 구할 수 있는 그 어떤 콘텐츠도 없지만 말이다.

■4K란 무엇인가?

4K는 풀HD의 해상도보다 가로 세로 각각 약 두 배씩 확장된 픽셀로 영상을 구현한다. 기존 풀HD가 1천920, 세로1천80개의 점으로 영상을 표현했다면, 4K는 가로 4천96개, 세로 2천160개의 점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만 뒷받침된다면 보다 세밀하고 높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전 세계 보급된 TV의 대부분은 4K는커녕 HD 화면에도 못미치는 SD급(720x480)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반면 방송은 HD방송장비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풀HD(1920x1080, 1080i) 영상을 송출한다. 블루레이라는 저장 매체도 대중화가 이뤄졌다. 덕분에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형 평판TV의 보급은 우리나라를 비롯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보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K TV의 보급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4K TV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정 부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 개최된 CES2012에서 UD(Ultra Definition)라는 새로운 정의와 함께 4K TV를 전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사 사이에서도 4K는 아직 완벽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동일하게 4K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최소 5개 이상의 상이한 해상도가 존재할 정도다. 단적인 예로 소니 소포츠는 일반적인 4K보다 세로 30픽셀이 더 많은(4096x2190) 픽셀을 채택하고 있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HDMI 케이블은 공식적으로 2가지 4K 규겪을 지원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4096x2190 해상도 이외에 풀HD와 같은 16:9 비율을 갖춘 쿼드HD가 있다.

■4K의 기원은 영화

4K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은 영화계다. 조지 루카스의 장편 영화 ‘스타워즈’ 중 나중에 만들어진 전편 3부작 은 마치 차세대 디지털 영상의 실험 무대와도 같았다. 그는 90년대 말 제작한 스타워즈 1편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최초로 부분적인 HD 촬영을 시도했다. 이후 2편인 ‘클론의 역습’에서는 완벽한 디지털 풀HD급 촬영을 시도했다. 특히 2편은 나중에 블루레이로 출시돼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풀HD급 영상만으로는 거대한 극장 화면을 또렷하게 채우기 어려웠다. 실제로 극장 앞줄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소 부드럽거나 혹은 계단 현상을 경험해야 했다.

이후 영화계에서는 보다 풀HD급 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지면서도 각 극장에 원활하게 상영할 수 있는 표준화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2002년 주요 영화 제작사들이 구성한 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DCI) 기술 콘소시엄이 그 시발점이 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K 해상도에 대한 표준안이 먼저 채택됐으며, 이후 2005년 말 4K 해상도가 추가된다.

세계 최초로 4K 해상도를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2007년에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파이널컷’이다. 1982년작을 새롭게 4K 화질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결국 상영관 문제로 인해 아주 적은 곳에서만 개봉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후 4K 상영관이 급속하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국내서도 대부분 극장들이 이러한 디지털 상영관을 갖추게 됐다.

3D 영화에서 4K 해상도는 더욱 현실감을 더한다. 이는 올해 CES2012에서 LG전자의 주장과도 같다. 4K 해상도로 제작된 영화 ‘아바타’가 집에서 보는 3D TV에 비해 생생함이 더 큰 것은 화면 크기의 문제 이전에 해상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 4K 대중화 시점은 언제?

4K는 우선적으로 화면이 커야 한다. 미국의 한 업계 전문가는 영상장치가 4K 해상도를 TV가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화면 크기가 55인치 이상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다수 4K TV 제조사 역시 60인치 이상 제품을 내놓았다.

문제는 TV가 화면이 커질수록 판매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중화된 LED 백라이트 TV 조차도 55인치 이상 고가 제품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제한적이다.

4K TV에 가장 적극적인 LG전자와 도시바는 연내 4K TV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제대로된 4K 콘텐츠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가 내세운 주요 구매 포인트는 기존 풀HD로 제작된 3D 영상을 4K TV로 시청할 경우 3D 영상의 사실감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LG전자의 필름편광패턴방식(FPR) 3D의 경우 4K TV에서 양안에 완벽하게 풀HD 해상도를 제공함으로써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도시바는 55인치 크기의 무안경 3D를 지원하는 4K LCD 패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구체적으로 보면 3840x2160의 쿼드 HD 해상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4K TV를 전시했지만 구체적인 출시일정은 아직까지 갖고 있지 않다.

이밖에 소니는 4K TV 제품 대신 가정용 4K 프로젝터를 내놓았지만 수요가 적어 주문 판매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JVC는 지난해 기존 풀HD 해상도 콘텐츠를 4K로 업스케일 할 수 있는 프로젝터를 선보였지만, 반대로 4K 해상도를 가진 콘텐츠는 재생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TV 제조사들의 입장이 상이한 것은 바로 4K 콘텐츠 부족 문제에 기인한다. 4K 해상도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영화 정도가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지만 한계점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기본 해상도로 촬영되는 영화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4K 영화가 가진 막대한 데이터를 옮기는 저장 매체와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치도 여의치 않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방송 역시 수년안에 4K 방송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제작비 문제로 인해 아직까지도 풀HD 해상도 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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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TV 제조사들이 시장 확대를 통해 4K 콘텐츠 양상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현재로써는 가장 큰 숙제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그리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는다.

3M 연구소 데이브 램 박사는 “4K는 수확 체감점에 와있다”며 “현재 풀HD와의 간극이 너무 넓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