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재심의?…이용자 어떡하나

일반입력 :2012/01/20 13:04    수정: 2012/03/16 11:17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 등급 심의 과정에서 배틀코인 시스템을 배제하고 18세 등급을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측은 배틀코인 시스템이 담긴 디아블로3의 정식서비스를 시작하려면 내용수정심의 또는 재심의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위와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 등급 확정과 관련해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내용은 게임위 측이 임의로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시스템을 배제하고 등급을 확정했느냐 부분이다.

블리자드 측은 “게임위 측에 확인해본 결과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이 심의 과정에서 배틀코인 시스템 빠진 18세 등급으로 확정됐다”면서 “어떤 조처를 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고 당혹함을 드러냈다.

■게임위 왜 그랬나

게임위 측이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시스템을 배제해 등급을 확정한 것은 서면 내용과 테스트 구현 버전이 다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가 게임위에 제공한 서면에는 ▲배틀코인 충전 방식 ▲배틀코인으로 블리자드가 서비스 중인 스타크래프트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을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게임위는 서면과 테스트 구현 버전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배제하고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 등급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는 “배틀코인이 대부분의 게임사가 적용한 일종의 캐시 시스템과 같다”라며 “블리자드가 서면으로 설명했음에도 테스트 버전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심의에서 배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게임위는 이번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 등급 확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배틀코인 시스템의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검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배제했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한 게임위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 등급 심의는 확정된 상태다. 배틀코인 시스템은 구현도 안됐기 때문에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면서 “법률적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블리자드 측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게임위 측이 서면과 테스트 구현 버전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관련 내용을 통보해 추가 자료를 요청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위가 블리자드만 특별하게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계속 이런 식의 일처리를 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시스템을 아이템 현금거래 시스템으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게임위가 블리자드에 제공한 공문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게임위는 자료를 통해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을 보면)이용자간 아이템 현금거래 기능은 실제로 구현되어 있지 않아 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구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배틀코인 시스템을 아이템 현금거래 기능을 담았다고 판단한 것. 배틀코인 시스템의 내용이 없어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게임위 측이 왜 이런 해석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블리자드, 어떤 해법 내놓을까

결국 본지가 지난 17일 보도한 <디아블로3, 등급 조작?…의혹 ‘일파만파’> 내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에 이어 또다시 게임물 등급 심의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블리자드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를 더 이상 연기하기 힘든 만큼 배틀코인 시스템을 삭제한 버전으로 우선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다. 게임위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임의로 배제한 배틀코인 시스템은 베타테스트에선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정식서비스 전에 배틀코인 시스템을 담은 내용으로 내용수정신청 또는 재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등급 심의 서면의 내용과 정식서비스 버전 내용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은 블리자드 측이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블리자드 측이 게임위의 눈치를 보고 있는 만큼 게임위가 시키는 대로 게임물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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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선 게임을 서비스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 블리자드가 게임위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면서 “이번 등급 확정은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식서비스 버전은 내용수정심의나 재심의를 신청을 통해 다시 한 번 게임위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른 시각으로는 외국계 게임사인 블리자드가 게임위와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미운털이 박히면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게임위의 눈치를 볼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선 블리자드는 게임위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