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등급 조작?…의혹 ‘일파만파’

일반입력 :2012/01/17 11:40    수정: 2012/03/16 11:17

디아블로3의 게임물 등급이 청소년이용불가(18세)로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부분을 배제하고 등급을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물 등급 조작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12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액션 RPG 디아블로3의 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확정했다.

게임위 측은 관련 내용을 공식홈페이지에 올렸으며, 보도 자료를 통해서도 밝혔다. 이로써 약 두 달간 지루하게 진행된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가 마무리된 것이다.

■게임위, 디아블로3 18세 확정...

그러나 게임위 측이 임의로 디아블로3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배제하고 등급을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부분이다. 게임위 소속 심의위원이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내용은 먼 미래에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심의 과정 중 임의로 관련 내용을 뺐다는 것.

게임위 사무국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심의위원들이 알고 있다”며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시스템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어 이를 배제하고 등급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확인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틀코인은 일종의 게임캐시.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는 이용자 간 게임캐시를 통해 디아블로3의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을 말한다. 현금 환전은 불가능하다.

당초 블리자드 측은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부분에 현금 환전 기능을 넣었으나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선정되지 않아 현금 환전 기능을 뺀 추가 심의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고위관계자는 “게임위가 임의로 게임물의 내용을 배제한 채 등급 심의를 진행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게임물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게임사에 수정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절차인데 무시하고 임의로 일을 처리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관련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게임위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위 일부러 그랬나? 의혹 일파만파

만약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를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진행했다고 밝혀지면 새로운 의혹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블리자드 측이 게임위에게 심의 내용이 다르다고 지적하면, 게임위는 관련 내용을 잘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고 다시 재심의를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통보하면 된다. 게임위 심의위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임 내용을 임의로 배제해 우선 등급을 확정한 뒤, 블리자드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시 재심의를 받도록 유도한다는 것.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재심의가 큰 부담이다. 재심의를 신청하면 또다시 디아블로3의 서비스 일정을 연기해야한다. 블리자드 측이 울며 겨자 먹기로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버릴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로 흘러간다면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서비스 준비에 급급한 블리자드의 뒤통수를 노린 일종의 꼼수를 부렸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블리자드 측이 디아블로3의 출시에 다급함을 느껴온 만큼 게임위가 이를 노렸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한 업계전문가는 “게임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시스템을 배제해 등급을 확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라며 “게임위의 의도였는지 우연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관련 공문 확인 필요”

블리자드 측은 디아블로3의 등급 확정을 환영하면서도 게임위 측이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내용을 배제했다는 얘기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게임위 측이 게임사가 제공한 게임 내용을 토대로 등급을 확정 해야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우선 관련 공문을 확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전문가는 게임위가 블리자드 측에게 설명이 아닌 등급 통보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영양가가 없는 것. 현재 디아블로3의 등급은 확정됐지만 게임사에 공문형태로 전달되는 시점도 늦어지고 있어 게임위의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또한 게임위가 임의로 게임물의 내용 중 일부를 배제해 등급을 확정했다면 관계자의 문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여기에 이들은 게임위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부에 어떤 후푹풍이 일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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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관계자는 “공문 내용을 우선 확인해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하면서 “공문 내용을 확인한 뒤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게임위 측이 배틀코인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임의로 배제해 등급을 확정했다고는 믿지 않는다”며 “오해라고 생각하고 일단 공문을 확인한 후에 내용이 부족하다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