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점유율이 떨어지는 진짜 이유들

일반입력 :2012/01/06 11:09    수정: 2012/01/06 21:06

지난해 역동적으로 흘러온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 동향이 새해까지도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점유율을 하락세로 몰고 있다. 지원 운용체계(OS)와 플랫폼 사용자들의 동향이 적잖이 작용한 결과다. 구글 크롬이 우월한 속도와 발빠른 표준 지원으로 인기를 모았다는 일각의 분석은 IE 점유율 하락의 극히 일부분만을 설명한다. 브라우저 경쟁력 이상으로 데스크톱OS 환경 변화가 큰 변수란 이야기다.

일단 표면화된 브라우저간 경쟁 판세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최근 외신들은 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말 기준 IE 점유율이 50%대 초반으로 미끄러지는 동시에 크롬이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를 일제히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IE 점유율은 지난해초 58.35%에서 연말 51.48%로 6.87%포인트(p)를 잃었다. 순위는 여전히 1등이지만 1년내내 짙은 하락세를 떨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2위 파이어폭스도 23.72%에서 21.83%로 1.89%p 줄어든 모습이다. 이는 IE에 비해 선방한 모습이지만, 11.15%에서 19.11%로 7.96%p를 얻은 3위 크롬에 쫓기는 신세다. 이같은 크롬의 독주는 10월께 5.43%로 정점을 찍고 정체중인 사파리와 2.33%에서 1.66%로 4분의1쯤 되는 0.67%p를 잃은 오페라와도 대조적이다.

또 브라우저 단일 버전 점유율 비교에서도 IE와 파이어폭스는 크롬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곧 크롬16버전이 파이어폭스8과 IE9를 제치고 단숨에 3위로 올라서리란 예측이 가능하다.

■크롬 약진, 파이어폭스 추월

아직 상위권은 IE8 버전이 27.34%로 1위, 파이어폭스8 버전이 12.28%로 2위, IE9 버전이 11.48%로 3위를 매긴 상황이다. 그런데 4위를 기록한 크롬15 버전의 8.71%, 크롬16의 7.07%로 구성된 15.78% 지분이 곧 구글의 '브라우저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한데 모일 것이다.

이 추세는 이미 지난해말 예견됐다. 11월초 전세계 IE 점유율은 데스크톱, 모바일 브라우저 비중을 합칠 경우 50%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고, PC브라우저만으로도 52%대로 접어들었다.

또다른 조사업체 스탯카운터 자료는 더욱 적나라하다. 그에따르면 역시 11월말 기준으로 크롬이 25.59% 점유율을 차지해 25.23%를 기록한 파이어폭스를 따돌렸다. 이어 12월 중순께 당시 최신판이었던 크롬15가 단일 버전으로 점유율 23.6%를 기록해 1위에 올라서며 23.5%를 나타낸 IE8를 2위로 밀어냈다. 이 때 IE 전체 점유율은 이미 40.63%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스티븐 J. 보건 니콜스는 최근 스탯카운터 통계를 인용하며 크롬은 연초 27.27% 점유율로 2위를 굳혀가는 추세며 이대로라면 넷애플리케이션스 점유율 19.1%도 이달 또는 내달중 20%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기 비결, 빠른 속도-최신 웹표준?…글쎄

일각에서는 빠른 웹서핑 속도와 앞선 HTML5 표준 지원을 크롬 상승세 요인으로 꼽는다. 현재 크롬에 탑재된 구글 자바스크립트 엔진 'V8'과 발빠른 웹표준 기술 대응이 최신 웹애플리케이션 이용에 유리해 일부 사용자들의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같은 이유만으로 IE의 아성이 무너질 거였다면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브라우저가 진작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대중적인 웹사이트들이 모두 최신 HTML5 표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무거운 자바스크립트 기반 웹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되진 않는다. '모든' 사용자들이 자신이 애용하는 사이트에서 빠른 작동을 보장한다는 검증을 거쳐 크롬을 선택했을 거라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한 온라인 조사업체 통계에선 파이어폭스가 등장한 몇달만에 견고했던 IE 점유율 90%대를 무너뜨린 것으로 집계된다. 초반 파이어폭스의 인기는 대안 브라우저에 대한 갈증이 표출된 것으로도 비쳤다. 오페라 브라우저에 비해 설치파일 용량이 컸지만 당시 웹표준을 따르지 않았던 기존 IE 브라우저 호환사이트를 더 보기좋게 표시했으며 공짜로 배포된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또 오페라가 특정 지역이 아닌 전세계 데스크톱PC 브라우저 시장에서 상위권에 들어선 적은 없다. 오페라는 크롬 등장 이전부터 오래도록 HTML표준에 엄격한 렌더링으로 정평이 났고, 작은 설치 파일 크기와 그만한 구동속도로 빠름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난 4일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속도가 빠르고 웹표준을 잘 지키는 정도로 점유율이 확 바뀐다면 크롬이 등장하기 전에 파이어폭스나 오페라가 어렵지않게 1등을 했을 것이라며 구글의 경우 브라우저 자체 경쟁력도 있겠지만 재정적 지원을 통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효과도 크게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범용적인 웹기반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제한된 개발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사용자 환경에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둔다. 특정한 브라우저가 앞서 제공하는 최신 웹기술을 대중적인 서비스에 곧바로 투입할 수는 없는 이유다. 더불어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은 자신이 쓰는 브라우저가 최신 웹기술을 지원하는지 마는지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빠른 업그레이드-외부 개발자 참여

그래서 빠른 웹표준 지원과 속도만으로 크롬이 최근의 약진을 거듭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색 수익에 기반한 구글의 탄탄한 재정상황을 활용한 개발 프로모션과 잦은 업그레이드가 점유율 확대의 진짜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구글이 크롬 새 버전을 내놓는 기간은 2달도 채 걸리지 않는다. 개발 방식도 안정성을 버리고 새 기능을 실험하기 위한 버전, 다소 안정화를 추구하며 신기능도 제공하는 버전, 일반 사용자를 위해 안정성을 기한 버전, 3가지 브라우저를 동시에 내놓으면서 성능, 최신기능에 대한 기대감과 안정적인 작동 환경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또 구글은 사내 개발 프로세스상 포착하기 어려운 버그나 보안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개발자들에게 막대한 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특정한 기여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일반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다.

반면 브라우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질라는 기존 일정을 고집해왔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특정 지역의 경우 인지도가 워낙 낮아 신기능 탑재와 업그레이드에 대한 홍보가 원활하지 않았다. IE는 몇년, 파이어폭스와 오페라는 몇개월에 한 번 정식판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신기능을 대거 투입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꾸거나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바꿔 왔다.

MS가 크롬을 따라잡기 위해 IE9 개발중 '플랫폼프리뷰(PP)'라는 테스트버전을 몇 주 단위로 제공한 사례가 있다. 이는 IE9 정식판에 대한 사용자 관심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고, 새 윈도 사용자들이 최신 브라우저를 선택케 하는 효과를 일정부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모질라도 파이어폭스 개발 프로젝트를 구글처럼 다변화시켜, 최신 기능 탑재에 초점을 맞춘 버전과 안정성에 주력하는 버전을 구분해 4가지 판본을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게 됐다.

■IE 최후의 변수, 기업 사용자

마지막으로 일반사용자들이 의도적으로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기업 사용자 환경의 웹브라우저도 적잖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부분 기업에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돌리기 위한 표준 시스템은 오랫동안 윈도와 IE로 정해져 있었다. 새 브라우저가 나오든 말든, 현업 사용자의 보수적 습관, 기업 솔루션과의 호환성 문제나 IT정책, 운영 예산이나 시스템 교체주기 등을 고려해 업무환경을 표준화시키는 게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기업의 보편적 행태다.

그래서 IE6 브라우저가 이를 기본 탑재해 나온 윈도XP와 공통된 전성기를 누린 건 기업시장 흐름과 맞물린다. IE7이 쉽게 잊혀진 배경에는 IE8이 등장한 것 이전에 윈도 비스타가 인기를 끌지 못한 점도 적잖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IE 전체 점유율이 하향세를 일관하지만 IE9 지분이 꼿꼿이 차오르는 이유도 윈도7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결론적으로 기업 사용자 환경이라는 특수한 시장은 크롬처럼 업데이트가 잦은 브라우저를 선호하지 않는다. 주요 업무 시스템이 윈도 기반 데스크톱 환경이라면 앞으로도 중견규모 이상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해 윈도와 IE 조합이라는 보수적인 선택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점이 IE 점유율 하락과 크롬 지분 상승에 제동이 걸릴 때가 된다.

MS가 지난해말 IE 사용자들에게 새버전 브라우저로 업그레이드하도록 권하면서 이를 강제하지 않은 이유도 기업 사용자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구글도 일반 사용자를 위한 크롬 브라우저의 장점으로 자동 업그레이드에 기반한 최신 기술 제공을 내걸었지만 '기업용 크롬'은 관리자가 직접 설정값과 버전 업데이트를 통제 수 있도록 보장한다. 5일(현지시각) 미국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모질라도 파이어폭스10 버전부터 공공부문과 기업환경을 위해 안정적 버전에 대해 장기화된 기술지원 기간을 보장할 방침이다.

■장외 격전, 데스크톱 vs. 모바일 플랫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미 모바일 웹브라우저가 데스크톱에 비해 사용자 지분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주요 컴퓨팅 환경은 여전히 데스크톱에 기반하고 있지만 간단한 작업들이 빠르게 모바일 플랫폼에서 가능해지도록 구현되는 추세다.

점차 PC 브라우저 대신 모바일 브라우저로 웹을 이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업무에 모바일 기기를 도입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데스크톱PC OS 대부분을 윈도 사용자들이 차지해온 만큼, 모바일 웹으로의 사용자 이탈은 IE 점유율에 가장 큰 손실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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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99%에 달했던 IE 브라우저 비중이 최근 1~2년새 확 줄었다. 주요 서비스업체들이 웹표준을 지원하면서 다른 데스크톱 브라우저를 위한 숨통이 틘 덕일까? 그보다 급증한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자들에 대응하려는 금융권, 공공부문이 IE 전용기술 액티브X 일변도였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대거 쏟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적잖은 공공기관과 기업 사이트가 PC 환경에선 웹표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부지런히 내놓은 사례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PC로만 가능했던 서비스를 손안에서 처리케 해준 모바일 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서 모바일 웹브라우저를 쓰는 빈도도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존하는 모바일 브라우저 대부분은 iOS나 안드로이드 등에 내장된 웹킷 계열 소프트웨어로,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좌우되는 상황이다. 한편 IE10 브라우저를 품은 윈도8 기반 태블릿이 PC와 모바일 점유율 변화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