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저물고 'x86' 전성기 열린다

[신년기획]2012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시장 전망

일반입력 :2012/01/05 10:22    수정: 2012/01/05 15:04

국내 x86 서버업계에게 지난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원년’이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통신, 미디어 시장을 중심으로 x86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x86서버 전성기를 여는 분기점인 유닉스 서버의 x86서버로의 다운사이징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닉스가 메인프레임을 대체하기 시작하던 순간이 유닉스 전성기를 연 터닝포인트였기 때문에, 과거를 대입하면 x86의 전성기도 다운사이징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내 서버시장은 그간 많은 격차를 보였던 유닉스와 x86의 비중이 5대5 수준으로 엇비슷해졌다. 단기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전년에 비해 적었던 탓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x86이 유닉스를 넘어설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한국거래소의 리눅스 실험에 달렸다

유닉스는 전체적으로 꾸준히 금융·공공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과 공공 시장에서 유닉스 대신 x86을 선택하는 사례를 낼 때 비로소 x86서버 전성기 도래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새해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를 이룰 중요한 프로젝트가 예고된 상태다. 한국거래소(KRX) ‘엑스추어(EXTURE)’의 차세대 프로젝트다. KRX는 2013년 구축을 목표로 엑스추어플러스(EXTURE+) 개발을 추진중이다.

엑스추어는 유닉스 플랫폼에 기반해 시장운영에 대한 매매시스템 등을 통합한 전산시스템이다. 지난 2009년 72개 증권, 선물회사 시스템,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7개 결제시스템, 금융감독원의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 한국은행의 외환전산망, 240여개 국내외 정보사업자 등과 연결되는 대형 시스템으로 탄생했다.

KRX는 엑스추어플러스를 유닉스 대신 리눅스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유닉스서버보다 x86서버의 가격이 낮고, 대규모 분산형 환경을 구축하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증권거래소 시스템 태반이 리눅스환경이란 점도 컸다.

증권거래는 점차 세계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보인다. 국제회계표준을 도입해야 하는 국내기업의 입장을 반영하려면 증권거래 시스템도 국제적인 발을 맞춰야 한다.

KRX는 9월 엑스추어플러스 선도개발 관련 PMO용역을 발주했고, 10월 외부감리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4월까지 초고속 거래시스템 시스템 개발에 따르는 기술적 위험성, 불확실성 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선도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x86서버업계는 엑스추어의 리눅스 도입이 국내 금융권과 기업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KRX가 리눅스 시스템 구현에 성공하면, 각 증권사도 연계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 기존 유닉스 영역의 x86 도입에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이다.

KRX는 또한, 올해 도입되는 석유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기반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서버업계 관계자는 “KRX의 사례가 나오게 되면, 국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x86 시장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커질 것이고, 하이엔드 스토리지업체들의 움직임이 전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성능은 올라갔지만, 업계의 시스템은...

일단, x86서버 자체의 성능은 유닉스 서버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CPU는 이미 80코어까지 확장가능해질 정도고, 장애복구 등 안정성 문제는 유닉스 아키텍처의 이식으로 보완되고 있다. HP '프로라이언트 DL980 G7'과 후지쯔 '프라이머지 RX900S2' 등 8소켓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x86서버 시장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소켓과 4소켓 제품의 위치다. 기존 유닉스 고객들이 x86서버업체의 서비스에 만족할 것인가의 여부다.

일단, 한국HP의 8소켓 제품은 고객서비스를 유닉스급 수준으로 제공한다. 이는 그만큼 제품도입 가격을 높게 만들지만 장애발생 시 한국HP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하 제품엔 이같은 서비스 모델이 없다.

관련기사

국내 x86서버업체 인력이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력을 보유했는가도 관건이다.

다만, 가상화를 도입할 경우 VM웨어나 시트릭스 등의 솔루션이 고가용성,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을 계속 업데이트 중인 만큼 소프트웨어업계의 움직임에 따라 x86서버의 향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