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HWP 보려면 한컴 허락 받아야

개인·공기관은 제외...기업·단체는 적용

일반입력 :2011/12/28 14:42    수정: 2011/12/29 13:44

새해부터 기업과 단체 사용자가 HWP 파일 뷰어를 쓰려면 프로그램 개발사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HWP 형식을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국내 행정 실태에 비춰볼 때 민간 사용자들이 공문서에 접근하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HWP, 일명 '한글 문서'는 한컴이 독자적으로 만들고 개선해온 문서 파일 형식으로, 국내 주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뿐 아니라 민간의 공공부문 대외협력부서와 대학교 등에서 널리 사용중이다. 그 문서가 쓰이는 범위는 큰데 해당 형식을 열어볼 기술은 구동 운용체계(OS)와 단말기에 따른 제약이 있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HWP는 윈도를 제외한 리눅스, 매킨토시(이하 '맥') 등 PC 플랫폼이나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환경에서는 열람과 편집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HWP를 다루는 편집툴 '한컴오피스'를 윈도에만 대응해 만들어왔고, 나머지 환경에는 문서 열람만을 위한 프로그램 '한컴오피스 뷰어'도 모든 플랫폼에서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한컴오피스와 뷰어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었던 윈도 사용자들도 HWP 문서를 열어볼 수 있는 권리에 일정한 제약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한컴이 자사 뷰어 프로그램에 관해 '서면 승인'을 받아온 사용권 계약 내용을 고치면서 비롯된다.

이 회사는 2012년 1월 1일부터 한컴오피스 뷰어를 쓰려는 모든 기업과 단체에 서면으로 사용권 신청서를 받게 된다. 기존 조건은 특정 행위에 한해 서면을 통한 사용권 신청을 요구했지만, 이제 기업과 단체에 포괄적인 서면 승인을 받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한컴오피스 뷰어는 한컴오피스를 설치하지 않은 컴퓨터에서 한글 문서를 보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업무에 HWP 뷰어를 써온 기업과 단체에게 사용권 신청 방법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절실해 보인다. 한컴측이 공개한 내용을 토대로 신청 방법을 전하는 동시에, 현 시점에 사용자들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부분을 짚어 봤다.

■오피스뷰어 사용권 달라진 점은?...개인 및 공기관은 영향 없어

회사는 이달초 공식 웹사이트 '공지사항'과 지난주 '뷰어 다운로드' 페이지에 등록된 프로그램 소개란을 통해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 사용권이 달라짐을 알렸다. 특정 상황에 대해 회사측이 서면 승인을 받으라는 안내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새해부터는 2010년까지 적용돼 왔던 사용권 계약과 다른 조항이 적용된다.

지난 27일 회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기존에 없었던 라이선스 조항을 신설했다기보다는 현행 저작권법 체계 가운데 적용이 모호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게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 전 안내는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를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지만 사용상 오인 소지가 있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목적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풀어 쓰면 한컴오피스 뷰어 2010 SE를 ▲다른 소프트웨어와 함께 배포하려거나 ▲다른 소프트웨어의 구성요소로 포함하려거나 ▲판매 목적의 하드웨어에 설치하려거나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할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금지하는 내용이 된다.

그런데 변경 후 안내를 보면, 사용자들이 뷰어를 한컴 허락 없이 재배포, 유통할 수 없고 차기 버전을 공개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다며 기업과 단체에서 뷰어를 쓸 경우 '재배포'에 해당하므로 서면상 회사 승인을 받고 사용하라고 밝히고 있다.

한컴은 이 사용권 조항을 새해 첫날인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그 이유로 일부 사용자들이 기타 경로를 통해 재배포함으로써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함이며, 바뀐 사용권을 적용받는 대상이 개인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일반 기업과 단체라고 명시했다.

■신청시 대표자 공문 형식-업무용 PC 현황도 상세 명시

한컴오피스 뷰어 사용권을 신청하려면 프로그램 소개란에 제시된 링크를 통해 '사용 승인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해야 한다. 신청서에 요구된 정보를 써넣고 단체 대표자명의 직인을 찍은 '공문' 형식으로 보내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는 신청서 양식을 통해 조직이 보유한 자사 제품 수량과 재배포할 뷰어 수량, 방법까지 정확히 기록할 것을 요구한다.

신청서가 요구하는 정보는 ▲단체명 ▲사업자번호 ▲대표자 ▲담당자명 ▲주소 ▲연락처(전화와 이메일 주소)같은 기본 사항 6가지와 ▲현 PC 보유 대수 ▲한컴오피스, 한글 (버전별) 보유 수량 ▲뷰어 사용 목적, 용도 ▲뷰어 사용 대상, 수량 ▲뷰어 재배포 형태(회사 웹사이트 URL 명기 또는 '사내 인트라넷')같은 조직 내부 인프라에 관련된 사항 5가지다.

신청자 측이 직접 양식을 출력해 작성하고 문서를 팩스로 전달하거나 공식 웹사이트 질의응답란으로 접수할 수 있다. 한컴은 접수 15일 이내 신청서에 써넣은 메일주소로 처리 결과를 알려줄 방침이다.

■공표 시기 불명확…'소급 적용' 법적 문제 없나?

기존 뷰어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이같은 한컴측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당초 취지가 사용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지만, 정황상 사용권 변경에 대해 기존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관련 내용을 담은 게시물의 작성 날짜가 꼽힌다. 당초 회사가 관련 내용을 공지한 한컴오피스 뷰어 게시물은 등록일자가 지난 6월 10일이다. 이는 회사측이 한컴오피스뷰어 2010 SE버전을 처음 배포하기 위해 게시물을 등록한 시점이다. 내용을 고치면서 게시물 날짜를 최신화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한 사용자는 글을 바꿨으면 게시물 등록일을 수정해야지…(않느냐)라며 이전부터 뷰어 내려받아 써온 사람들도 매일같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용권이 바뀌었나 확인해야 되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한컴은 시행일 이전 사용자들도 시행일 이후 사용을 할 경우 변경이 된 사용권에 동의함으로 간주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용권 계약 내용을 바꾸기 전에 배포된 한컴오피스 뷰어 프로그램 사용자들에게도 이를 소급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기존 사용자가 계약 내용이 바뀐지도 모른 채 부정 사용자로 취급되는 셈이다. 여기에 상이한 계약 내용을 기존 사용자들에게 소급 적용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컴에 신청서를 써낸다고 다 받아주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신청 서식에 요구하는 정보들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신청 거부 사유인 내용의 정확성을 회사측이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비친다.

한컴은 조직내 PC 보유량, 자사 제품 사용현황, 뷰어 사용 목적, 사용 대상과 수량, 재배포 형태를 밝히도록 요구한다. 조직이 사용할 뷰어가 정확하지 않은 수량은 승인 거절의 사유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뷰어를 공개된 회사 웹사이트에서 재배포할 경우 인터넷 주소(URL)를 명시하도록 했다.

■사용권 계약, 신청 방식 변경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사실 재배포 행위는 기업과 단체뿐 아니라 공공조직과 개인들도 빈번하게 해왔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공지되지 않았다. 재배포에 대한 조건을 내걸었으면서 재배포하지 않는 조직의 경우까지 반드시 신청하게 만든 이유도 확실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컴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대해 개인 사용자 대다수는 (뷰어 프로그램) 배포보다 사용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공공기관은 이미 보안상 검증된 경로를 통해 사용, 배포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사용권 계약 내용을 변경한 최대 이유는 일부 사용자들이 보안상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재배포함으로써 악성코드, 바이러스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공공쪽은 외부망에서 배포되더라도 뷰어 파일을 보안상 검증된 방화벽 내부에 위치시키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다. 또 기업과 단체가 당장 재배포를 하지 않더라도 그 사용자들이 행할 수 있기에, 사용과 관련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보안상 문제 발생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HWP 문서 보려면 한컴 허락 받아야 = 사용자 불편 가중

이로써 올해까지 공공기관이 배포하는 HWP 문서 내용을 보기 위해 한컴오피스 뷰어 프로그램을 써온 국내 기업과 단체들은 모두 새해부터 개발사 한컴에 서면 신청을 통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직내 사용중인 업무용 PC 인프라 현황과 사용중인 한컴오피스 제품 구매내역을 제시하고, 뷰어를 쓸 사용자를 한정지어 명시해야 한다. 공문으로 신청서를 접수하고 최대 15일을 기다려야 한다.

한컴측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존 조직내 사용자들에게 불편이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직 내부 업무간에 한컴오피스와 HWP 문서 형식을 전혀 쓰지 않는 사용자들은 단지 일부 공공문서 내용을 읽기 위해서 대표자 승인을 거친 공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컴측이 새로운 뷰어 프로그램 버전을 개발해 내놓을 때마다 기존 승인받은 사용권이 효력을 잃는다. 한컴오피스 뷰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상, 불규칙적으로 되풀이해야 하는 작업이란 점은 불만의 여지가 크다. 실제로 한컴오피스 정품과 뷰어를 함께 써온 기업의 관련 실무자가 일부 변경된 사용권 계약 내용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과 함께 업무간 불편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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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PC 등 자산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28일 한컴오피스 뷰어 사용권 계약 내용이 바뀌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실무자 입장에서 한컴측 홈페이지에 들러 공지와 안내사항을 찾아 볼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 교육기관, 고객사 등 주요 조직간 대외 커뮤니케이션만 아니라면 HWP문서를 다루기 위해 한컴오피스나 뷰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이유가 희박하다며 뷰어 사용권 신청양식에 맞춰 한컴측에 자산 현황을 확인하는 건 업무간 적잖이 불편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일일이 보고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황당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