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TV경쟁 "3D는 화끈, 스마트는 치열"

일반입력 :2011/12/28 11:20    수정: 2011/12/28 17:10

봉성창 기자

올해 TV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3D 방식 논쟁부터 스마트TV 콘텐츠 확보 경쟁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치열한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에 따른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반값TV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그만큼 수십년간 가전의 제왕 자리를 지켜온 TV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분투했으며, 신규 사업자들은 그 틈새를 비집기에 바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TV 시장을 조망했다.

■3D 기술우위 논쟁, LG전자 판정승?

올해 초 LG전자는 필름패턴편광방식(FPR) 3D TV를 새롭게 들고나오며 3D 논쟁에 불을 지폈다. 편광 방식 특유의 충전이 필요없는 가벼운 안경은 TV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게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3D TV의 단점이었던 비싸고 무거운 안경 착용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러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한판붙자’라는 마케팅 구호처럼 끊임없이 삼성전자의 액티브3D 방식이 가진 한계점을 지적하고 FPR 방식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모든 TV 관련 행사장에 비교 시연을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게임 행사 및 3D 영화 시사회를 개최했다. LG전자는 얄밉게도 TV와 무선 연결이 돼야 하는 삼성전자 액티브 3D 방식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것만 골라서 진행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최초 무대응으로 일관한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선다. FPR 방식이 풀HD(1920x1080해상도)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른바 ‘하늘만큼 땅만큼’ 전략이다. 한 번에 풀HD급 영상을 좌우로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액티브3D 방식과 달리 FPR은 주사선을 홀수와 짝수로 나눠 번갈아가며 보여주기 때문에 풀HD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양 사는 수 차례 기술 설명회를 통해 반격에 반격을 거듭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각종 소비자 단체와 인증기관 그리고 세계적인 3D 전문가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6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결정타를 날렸다. LG전자의 3D TV(모델명 47LW5600) 제품을 최고 추천 제품으로 선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친삼성 인사로 알려진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편광방식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굳이 승부를 가리자면 이러한 3D 논쟁은 LG전자의 판정승 정도로 끝났다. 이후 정확한 판매 수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 상승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 세계 TV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가 여전히 굳건한 1등을 이끌어냈다. 아직까지 3D 기능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49만9천원 반값TV ‘열풍’

하반기에는 대형 유통마켓을 중심으로 반값 TV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32인치 크기의 비교적 작은 크기이지만 50만원 전후의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중소 기업들과 손을 잡고 경쟁적으로 반값 TV를 선보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양분되는 TV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먼저 이마트가 지난 10월 타이완 업체 TPV와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들여온 32인치 풀HD LED TV '드림뷰'는 출시 직후 5천대 물량이 수일만에 동이 났다. 이어 롯데마트가 국내 중소기업 모뉴엘과 손잡고 내놓은 '통큰 TV'도 불과 하루만에 2천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홈쇼핑도 반값TV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6일 GS홈쇼핑은 오리온정보통신과 손잡고 49만9천원에 32인치 LED TV를 독점판매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TV 시장을 강타한 반값TV 돌풍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조짐이다.

이러한 반값TV 돌풍 이면에는 내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과 함께 디지털 방송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반값 TV 경쟁에 합류할지 주목된다.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이들 기업에게 국내 보급형 TV 시장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2012년 말을 전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인 높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거나 혹은 가격에 큰 차이가 없으면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대기업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스마트TV, 얼마나 진화할까?

3D와 함께 전 세계 TV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기능 중 하나는 스마트TV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제품에는 자체 운영체제를 포함한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면서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TV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저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내세워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답게 넷플렉스, 훌루, 드림웍스와 같은 세계적인 콘텐츠 공급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마트TV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LG전자 역시 마케팅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줄곧 3D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스마트TV 콘텐츠 확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LG전자는 직관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에 치중해 접근성을 극대화 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양사는 저마다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확보를 위한 개발자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각종 공모전 개최 및 개발 지원 프로그램 신설 등 앱 생태계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어졌다.그러나 여전히 스마트TV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선호도는 높지 않다. 3D와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야심차게 시작한 구글TV는 실패했다는 가혹한 평가가 내려졌을 정도다.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도 아직까지 여타 스마트 제품에 비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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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콘텐츠 생태계 역시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비해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고 스마트TV를 구입해도 실제 기능을 활용하는 인구가 적다보니 개발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가지 이유로 스마트TV 경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 두 기업을 비롯해 구글 등이 내년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CES2011에서 기능이나 성능이 크게 개선된 스마트TV를 일제히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얼마나 혁신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