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키아·림 울린 카카오톡 파워

일반입력 :2011/12/28 08:38    수정: 2011/12/28 21:58

김태정 기자

“손님, 그 제품은 카카오톡 안 돼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삼성전자와 노키아, 리서치인모션(림) 등 공룡들의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톡 개발사 ‘카카오’의 지원이 없으면 스마트폰 성적이 타격 받는 것.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톡을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만 맞춰 출시했다. 카카오톡 인기가 올라갈수록 다른 운영체제(OS)들이 고전한 이유다.

최근 기준 국내 카카오톡 가입자는 약 2천500만명. 제조사에게는 일개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영입해야 할 지원군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에는 안드로이드와 iOS 이외 다른 OS 전용 카카오톡을 만들어달라는 제조사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다급한 곳이 삼성전자. 자체 OS ‘바다’ 전용 카카오톡을 카카오가 만들지 않아 고민이 크다. 당초 이달로 잡았던 바다 탑재 스마트폰 ‘웨이브3’ 출시를 내년 초로 미룬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존 ‘웨이브2’ 이용자들도 카카오톡을 쓰게 해달라는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면서 삼성전자는 난감한 표정이다. 카카오톡 때문에 ‘바다’ 띄우기 전략이 순탄치 않은 모습.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카카오에게서 카카오톡 개발소스를 받아 직접 개발에 나서는 등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중단했다. 현재는 카카오가 바다용 카카오톡을 만들어주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글로벌 서비스와 소셜 플랫폼 구축 등으로 인해 개발 여력이 부족하다”며 “바다용 카카오톡도 최대한 빨리 만들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많게는 6개월 정도 카카오톡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 26일 출시한 스마트폰 ‘루미아710’ OS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7.5(망고)’로 아직 전용 카카오톡이 없다. 카카오는 망고용 카카오톡을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잡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최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제품들과 경쟁하는 노키아에게 상당한 악재라는 분석이다.

림은 그나마 한숨 돌렸다. 카카오가 림의 블랙베리 OS 맞춤 카카오톡을 지난 26일 내놓았다. 1년 넘게 카카오톡 없이 장사해 온 림의 고충이 상당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세몰이 가운데 블랙베리는 ‘카카오톡 안 되는 폰’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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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로 림 한국총괄사장은 “블랙베리용 카카오톡 출시로 인해 한국 고객들 요구에 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카카오톡 대항마가 나오지 않는 한 이 같은 제조사 고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카카오는 직원 수 약 150여명의 중소기업이지만 2천500만명 이용자가 뒤에 버티는 이상 제조사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슈퍼 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