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유망주 ‘자동차 칩’…국산화 쉽진 않지만

일반입력 :2011/12/18 11:31    수정: 2011/12/21 16:26

손경호 기자

비메모리 반도체 중 모바일 기기용 무선통신칩을 제외하고,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가 워낙 세분화 되어있는데다가 르네사스·인피니언·프리스케일 등 외국계 기업들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단단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국내 기업들이 좀처럼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자장치(전장)는 올해 950억달러 시장에서 내년에는 1090억 시장으로 커져 2015년까지 연평균 6.7%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산업협회가 주관한 2012 반도체 시장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손종형 아이서플라이 코리아 지사장은 “전장이 앞으로 차량 가격의 5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거꾸로 반도체 개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IC인사이트는 지난해 자동차용 반도체가 전년대비 45%의 성장했으며 올해도 12%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관심은 있으나...

자동차용 칩 제조사에 근무하는 업계관계자는 “스마트폰·태블릿 반도체 시장은 이미 삼성·애플·퀄컴 등 주요 기업들 간에 치열한 가격·성능 경쟁을 벌이는 시기에 이르렀다”며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자동차 반도체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아날로그반도체·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던 TI 역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7월 정부 주도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지능형 자동차용 반도체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한 바 있다.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과제로 선정된 이 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각각 1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키·자동주차·배터리 센서용 칩 등이 공동개발 대상 과제였다.

■자동차 메인칩 시장은 어려워

정부주도로 공동R&D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자동차용 반도체의 국산화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자동차가 엄격한 안전기준을 요구하다보니 시장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 핵심반도체인 엔진제어칩이나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섀시용 칩, 에어백에 사용되는 칩 등은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하는 반도체’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높다. 대신 한번 채택되면 같은 차종에는 약 10년간 사용된다. 모바일 시장처럼 수개월 안에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는 시장과는 정반대의 비즈니스 영역인 셈이다.

투자 대비 이익률이 낮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진출을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1달러짜리 칩을 공급한다고 하면 천 만대가 팔리면 1천만달러를 벌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는 한 차종의 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3년에서 4년의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자동차에 1달러짜리 칩 10개를 공급한다고 해도 10만대 정도가 팔린다고 가정하면 100만달러 수익을 얻는데 그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두수 차장은 “삼성전자가 준비는 하고 있으나 연간 자동차가 8천만대 가량 생산된다고 하면 차종마다 들어가는 칩이 제각각이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공정을 개선하거나 수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 분야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승수 인피니언 코리아 지사장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종류만 3천개에서 4천개가 넘는데 이 역시 안전·제어부분 등 여러 곳에 퍼져있다”며 “자동차 칩 1위 기업인 르네사스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전형적인 시스템반도체 시장과 마찬가지로 ‘다품종 소량생산’산업이라는 뜻이다.

나라별 진입 장벽이 높은 점도 섣불리 이 분야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자국 반도체 회사인 르네사스로부터, 아우디·벤츠 등은 독일 회사인 인피니언으로부터, 미국 GM·포드는 프리스케일로부터 칩을 공급받는다.

■자동차의 전자제품화에서 기회 엿봐야

현재로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자동차에서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카인포테인먼트나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등과 연동되는 무선통신영역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고,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이 이미 잘 해오고 있던 분야기 때문에 자동차 핵심칩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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