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열풍, 컨테이너 뜬다

일반입력 :2011/12/15 10:16    수정: 2011/12/15 15:39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의 IT 활용도가 높아진데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NHN, 다음 같은 포털기업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의 폭증을 맞이하면서 인프라 증설에 목숨을 거는 상황이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돈을 먹고 사는 괴물이다. 덩치가 커서 움직임도 둔하다.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부지매입부터 시작해 대규모 장비를 사들여 운영환경을 시동하기까지 2년 이상 걸리며 1천~2천억원을 들여야 한다. 완공 후에도 계속 인프라를 증설해야 하고 전기요금 등의 운영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사용자의 증가 속도는 데이터센터 용량 증설 속도를 능가한다. IT업계의 화두는 이제 얼마나 빨리 고객 요청 시 곧바로 IT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느냐다. 특정 용도에 맞춘 통합 시스템이 출시되고 딜리버리 단축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것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2007년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내놨다. ‘블랙박스’로 불렸던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다. 일반 컨테이너 안에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수냉식 냉각장치 등을 모두 사전 설치해 전원과 네트워크선만 연결하면 곧바로 쓸 수 있게 하는 컨셉트였다. 이동이 자유롭고 옥외에도 설치할 수 있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IBM, HP 등도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출시했다. IBM은 PMDC(Portable Modular DataCenter)란 이름으로, HP는 POD(Performance Optimized Datacenters)란 이름을 사용한다.

HP, IBM, 썬 등 유명 글로벌 IT업체의 틈 속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회사도 있다. 랙커블시스템즈(Rackable Systems)란 회사는 서버 집적도를 대폭 높이고, 내외부 공기를 이용한 냉각방식을 도입한 ‘아이스큐브(IceCube)’란 이름의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로 인기를 끈다.

저마다 제각각 이름을 붙였지만 기본적으로 ‘이동형 모듈러 데이터센터’로 불린다. 레고박스 쌓듯 컨테이너 수를 늘려가면 데이터센터를 증설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데 수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컨테이너를 야외에 둘 경우 부지 선정 후 건물을 짓지 않고도 데이터센터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이나 해외의 경우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MS가 윈도애저를 위해 건립한 시카고 데이터센터에 컨테이너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컨테이너 데이터센터 도입사례는 없다. 고가의 IT장비를 컨테이너에 넣는다는 점과 고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IT설비를 외부에 둔다는 점에 낯설음을 느끼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미국이 1, 2층 건물의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과 달리 국내는 고층으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복층 건물에 넣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할 수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1층이 아닌 고층 사무실 내부에서 사용중이다. 어느 장소든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영환 SGI코리아 부사장은 “국내도 전력비용과 빠른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라며 “공간의 제약성을 줄이고, PUE를 1.06수준까지 줄어드는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는 충분히 효용가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도 컨테이너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기업 경영진이 데이터센터를 겉모습부터 멋지게 지으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순식간에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실무진 선에선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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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기업들의 DR센터 해외 이전도 컨테이너 데이터센터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다. 한국HP는 일본 DR센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확보를 POD로 해결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1년 안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경상남도 지역에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채 한국HP ESSN 상무는 “현재 다수 기업들과 POD 디자인 설계를 논의중”이라며 “일본 DR센터 유치 사업에 POD를 활용한다는 기획도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