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아웃소싱 변화…IBM시대 저무나

일반입력 :2011/12/09 10:34    수정: 2011/12/09 16:05

IT아웃소싱 시장에 변화 기류가 일고 있다. 한국IBM의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SK C&C,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IBM(대표 이휘성)은 작년 이후 2년여 동안 IT 아웃소싱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고객을 잃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일 5년간 한국IBM 고객이었던 국민연금공단은 100억원 규모 IT아웃소싱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정보통신을 선정했다. 그동안 10억원 내외의 소규모 아웃소싱만 수주했던 롯데정보통신은 사상 최대 고객 확보에 환호했다.

국민연금공단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IBM의 IT아웃소싱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홍용기 한국IBM 홍보실장은 “지난해 일진그룹 IT아웃소싱 재계약 외에 뚜렷한 성과는 없다”라며 “최근 2년 사이 부진했지만 IT아웃소싱이 시기를 타기 때문에 내년에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장기 아웃소싱 계약은 10년 정도 기간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수입원이다. IT서비스를 중점 사업으로 내세우는 IBM에게 매분기마다 고정매출을 안겨준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 불어닥친 경기침체에 경쟁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 IBM만 유독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다.

더구나 IT아웃소싱은 안정적 매출뿐 아니라 IT인력의 유연한 운영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국내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프로젝트성 사업은 특정기간 인력을 집중투입하는 반면,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인력을 운영할 수 없다”라며 “이 때문에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프로젝트 인력을 IT아웃소싱에 순환시켜 틈새를 메울 수 있어 반드시 유지해야할 사업으로 꼽는다”라고 말했다.

■한국IBM 부진 가운데...IT서비스 업체 온도차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서비스 빅3의 행보도 성적차를 보이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연초에 IT아웃소싱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삼성SDS와 LG CNS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굵직한 사업에서 이들 두 회사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LG CNS는 연초 IT아웃소싱 전담조직까지 신설했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선전한 곳은 SK C&C다. SK C&C는 상반기 대규모 IT아웃소싱사업을 대부분 싹쓸이하면서 기세를 높였다. SK C&C는 동화홀딩스, 국가기상위성센터, 한국증권금융, AIA 생명, 한국암웨이, 메트라이프 생명 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로 인해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3.5% 증가했다

SK C&C 이준호 부장은 “오랜 경험으로 확보한 자체 프레임워크와 솔루션을 IT아웃소싱에 활용한 것이 경쟁력이었다”라며 “단순히 IDC인프라만 갖고 아웃소싱을 수행하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룹사 IT아웃소싱만 수행하던 롯데정보통신 등 신진 세력의 부상도 눈에 띈다. 롯데정보통신은 국민연금공단을 기점으로 더욱 의욕에 불타고 있다.

■전환점 맞이한 ITO 시장...클라우드가 대체재?

IT아웃소싱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에 놓인 듯 보인다. 일단 지난 3월 농협 전산장애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감독규정을 바꿔 금융기업의 자체 정보기술(IT) 인력을 전체 직원의 ‘5%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외부 아웃소싱의 폐해를 막겠다는 조치로, 금융권 IT계열사들은 50%이상의 인력을 감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IT서비스 빅3의 경우 대외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더구나 공공 프로젝트에 상호출자제한기업 계열사의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80억원 이상의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는 빅3는 인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IT아웃소싱 시장이 대기업 IT계열사 중심으로 형성돼 더는 오픈마켓으로 보기 어려워진 탓도 크다. 금융권과 대기업들은 IT아웃소싱을 위한 전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파고들기에 대형 IT서비스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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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축인 공공 영역의 경우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강하다. 안그래도 적은 예산에 가격경쟁으로 단가를 낮추는 탓에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 시장 IT아웃소싱은 오히려 적자인 경우가 많아 웬만해선 입찰 참여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잠정적인 위협요소도 있다. 점차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이 증가하면 IT아웃소싱 사업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5년까지 저가 IT아웃소싱의 15%를 클라우드 컴퓨팅이 잠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