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저작권법, ‘인터넷 괴담’ 부르는 이유

일반입력 :2011/12/02 11:15    수정: 2011/12/02 15:59

전하나 기자

“FTA 저작권법 시행되면 친구 블로그에서 신문 기사를 읽는 것도 처벌되나요?”

“일시적 저장이란게 뭐죠? e북 볼 때도 적용되는 건가요?”

지난 1일 저녁 7시 반, 합정동 근처 한 카페에서 열린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저작권법은 어떻게 바뀌나?’ 공개 토론장에 모여든 50여명은 이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사단법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마련한 이 행사는 주제에 관심이 있어 자발적으로 참석한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뜨거운 화두였던 저작권법 개정안은 ▲일시적 복제 개념 도입 ▲포괄적 공정 이용 조항의 신설 ▲저작인접권(방송 제외) 보호기간 연장(50년에서 70년으로) ▲위조라벨 제작 및 배포 금지 ▲영화 도촬 행위 금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지난달 22일 FTA 비준안과 함께 ‘날치기’ 처리됐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은 일시적 복제 개념이다. 인터넷에서 저작물을 보거나 들을 때 컴퓨터 램(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부분까지 복제의 범위에 포함하도록 명시(제2조제22호, 제35조의 2)해 자칫하면 인터넷 검색만 해도 잡혀갈 수 있다는 ‘괴담’이 퍼졌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법률사무소 지향의 남희섭 변리사는 “단서의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허락없이 신문기사를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는 물론 무단으로 기사를 퍼온 블로그나 카페를 방문하는 행위, 해당 신문사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본 행위도 모두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컴퓨터에서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포괄적 예외 인정한다’는 문구가 명시됐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 변리사는 “개정안에 ‘원활’, ‘효율적’과 같이 너무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담긴 단어가 쓰였다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예외와 원칙이 바뀐 제도”라고 비판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의 최진원 연구원도 “모두가 정보의 송신자가 된 시대에 명확하지 않은 개정법은 이용자들에게 불확실한 공포감을 안겨준다”면서 “권리자 입장에선 위축효과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게 되는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법에 있는 복제권을 잘 운영하면 일시적 복제권 개념도 충분히 포섭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면서 “앞으로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될 것이고 법원에서 선례가 쌓일 때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 “사실상 인터넷에서의 모든 이용 행위는 일시적 복제를 수반한다”면서 모든 사람과 케이스를 법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을 정책입안자들이 잊어선 안된다고도 조언했다.

과잉규제 논란은 도촬 조항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고도 계속됐다. 해당 내용은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해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해서는 안된다’는 것. 여기에 ‘녹화장치를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남 변리사는 “동영상 녹화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영화관에서 잠깐 꺼내기만 해도 미수범으로 몰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실제로는 처벌 가능성이 낮더라도 미수처벌 조항을 추가한 것 자체가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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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수 CC코리아 대표(인천지방 부장판사) 역시 “법조문이 애매모호하더라도 운용되는 과정에선 상식이 따를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저작권자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최종 이용자를 법 테두리안에 가져온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해당 개정법은 한미FTA가 발효되는 날부터 시행된다. 다만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 연장 등은 사회적 영향 등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두고 오는 2013년 8월 1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