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 셧다운제 '빌어먹을'

기자수첩입력 :2011/12/01 12:08    수정: 2011/12/02 13:05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금요일 밤 느닷없이 내 주민번호를 알려주면 안 되느냐고 묻더군요. 형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매일 책에 파묻혀 사는 아들이 게임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기에 주민번호를 알려줬죠. 휴대전화 인증이요? 제가 옆에서 휴대전화 인증번호도 알려주고 캐시(게임머니)도 충전해줬습니다. 이러면 경찰 출동하고 쇠고랑 차나요?”

“저연령층 게임 이용자가 줄어든 반면 40~50대 아저씨 게임 이용자가 늘었네요. 셧다운제가 효과가 있느냐고요? 할 말은 많은데 딱히 표현할 방법은 없고 답답합니다”

청소년이 심야에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한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10일째.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를 둔 직장인 A모씨와 게임업계 관계자가 각각 전한 말이다.

이런 말이 있다. “중앙 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딱 이렇다. 대책은 청소년 게임 이용자와 그의 부모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일각은 이를 풍선효과라 부른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는 규제 장치라는 것쯤은 누구나 예측을 해왔다. 여성부보다 청소년들이 더욱 빨리 인지했다. 이런 상황에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비정상적인 논리로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을 밀어붙인 여성부는 입이 달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미 여성부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만든 강제적 셧다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도 슬슬 나온다. 여성부의 셧다운제는 곧 쓸데도 없고 필요도 없는 퇴물이 된다는 것이다. 셧다운제 시행에 앞서 게임 이용자의 주민번호로 필터링 시스템 작업을 해온 각 게임사의 직원이 안쓰러울 뿐이다. 이들은 해커들로부터 이용자의 주민번호 보호를 위해 또다시 밤잠을 설쳐야할 판이다.

외국에서도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게임 이용을 법으로 규제하는 어른들을 게으르다고 표현한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냐며 반문한 외국 게임 이용자도 눈에 띈다.

과연 여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올바른 법안이라며 스스로 자위하고 웃을 수 있나. 앞으로는 울기도 바쁠 것이다. 여성부가 자식들에게 자신의 주민번호를 알려준 부모를 처벌할 수 있는 초법적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셧다운제 유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반응이다.

사필귀정 사면초가 진퇴양난. 한쪽 귀를 막은 여성부가 처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부가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또다시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금 법안을 수면위로 끌어올린다면 과연 어느 누가 손을 잡아줄 수 있을지, 또 환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오랜 시간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여성부의 셧다운제와 3대 루머(죠리퐁/소나타/테트리스)가 모둠 안주로 일품이란 우스개소리도 나올 법 하다. 아이들의 육아비와 교육비에 허덕여 비싼 안주를 먹기 어려운 기혼남녀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줏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SBS 인기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의 등장인물이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말 품새를 빌리면 ‘빌어먹을’ ‘우라질’ ‘젠장’이다. 차라리 여성부가 셧다운제 대신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직장인을 위해 출산휴가, 육아복지 등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면 박수라도 받았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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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문화부에도 한마디 시원하게 해본다. 게임산업 진흥보다 규제에 앞장서고, 여성부의 뒤를 이어 선택적 셧다운제 법안을 추진한 그 유명한 조직 말이다. 지난 8월 신임 문화부 장관으로 최광식 전 문화재청장이 내정됐다.

“문화부 관계자분 여성부의 뒤만 쫒아 다니며 게임 산업 규제에 나섰다는 소문이 무성하던데요. 그 시간에 게임을 직접 해보고 느껴보세요. 영화나 드라마는 즐겨 보시자나요. 그런데 식사는 제때 하시죠? 밥그릇도 빼앗길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