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식 알라딘 "아마존 대항군 조직해야"

대표 온라인 서점, 전자책 길을 묻다-③

일반입력 :2011/11/14 14:47    수정: 2011/11/14 18:23

남혜현 기자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해 그날 바로 받아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단 하루면 국내서 판매되는 책 대다수를 받아볼 수 있다. 올해 서점가에서 추정하는 인터넷 서점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의 절반에 다다른다. 도서 시장이 어렵다는 최근에도 온라인 서점은 연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온라인서점들은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한다. 인터넷이 10년 전 도서 유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면, 이젠 출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바로 전자책이다. 아직 종이책이 대세인 도서 시장에서 서점들은 앞다퉈 전자책 마케팅에 열중한다.

그 이유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서점 대표들에 물었다. 앞으로 한 달간,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교보문고의 대표가 전하는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들은 전자책을 넘어 도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과 협력을 말했다. 그들이 전하는 전자책 시대, 온라인 서점이 가야 할 길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 [편집자 주]

알라딘이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은 아니다. 매출이 제일 큰 것도,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 서점의 역사에서 알라딘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출판사들이 주주로 참여해 서점을 만든 것도, 온라인에서 책을 팔아 흑자를 낸 것도 모두 알라딘이 처음이었다. 블로그형 서재를 마련,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사랑방을 자처한 곳도 알라딘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도서 유통의 중심이 전환되는 가운데 알라딘과 조유식 대표가 있었다. 전자책이라는 또 다른 전환점에서, 사람들이 알라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알라딘은 전자책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조유식 대표를 알라딘 사옥에서 만났다. '사장실'은 작은 책장과 책상 하나, 손님과 마주 앉을 테이블이 전부였다. 조 대표는 검소한 사무실 만큼 말을 아꼈다. 아니, 중요한 단어만 신중히 골랐다.

전자책에 투자 안 하고 버틸 간 큰 기업이 없죠. 다 그렇게 (성장할 거라) 전망을 하는데…. 출판 시장에서 의미 있는 규모를 5%라고 본다면, 현재 속도로 봤을 때 3년 내에 그만큼 성장할 거라 봅니다. 그 뒤로도 계속 커가겠죠.

■아마존이 최대 경쟁자, 통신사는 글쎄...

알라딘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매우 적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알라딘의 미래를 전자책에서 찾는다. 3년내에 의미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터이니,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란 위기의식도 내보였다.

한국에서 잘해야 1개 업체 정도가 킨들에 대항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마존이) 압도적인 시장 사이즈를 장악하고 있는 거고요. 어떻게 하면 그 막강한 콘텐츠 유통망과 경쟁해서 (국내 업체들이) 전멸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죠.

조 대표가 생각하는 '강력한' 경쟁자는 대기업도 이동통신사도 아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아마존'과 '킨들'이다. 이통사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은 그들을 신경쓸 겨를도 없다. 이르면 내년엔 아마존이 국내 온라인 서점들과 직접 경쟁에 나설지도 모른다.

이통사나 대기업이요? 거의 정리될 거라 보는데…. 온라인 서점이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점은 없죠. 도서 공급이나 고객 관리, 이런 면에서 기존 서점들이 만들어 놓은 입지가 탄탄해요. 그게 그렇게 쉽게 넘어서기 쉽지 않아요. 아마존을 제외하고는. 아마존이 워낙 강력한 경쟁상대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아마존이 국내 진출한다면, 빠른 시간안에 서점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란 이야기로 들린다. 지금 온라인 서점을 4강이라 말한다면, 이중 일부는 없어질 수도 있다. 초창기 온라인 서점이 생겨날 때, 경쟁업체는 수백개였지만 살아남은 곳은 소수다. 전자책 시장의 경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조 대표는 내다봤다.

때문에 생존을 위한 차별화는 필수다. 아직 전자책이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미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알라딘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종이책과 전자책을 통합하는 시도를 한 것 역시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킨들 넘어서는 전자책 단말기는 '필수'

그가 내다 본 전자책은 현재 진행형인 미래다. 그런데 그 미래는 '자본'으로만 이길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누가 어떤 '작전'을 세우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 수도 있다. 조 대표는 그 작전을 아직은 '미정'이라 말했다. 국내 시장에선 그 작전을 찾아내는 것조차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말한다.

군대로 치면, 지금 전자책은 대열 행진을 하고 있는 거에요. 전투할 장소는 지금 1km 정도 남았어요. 적이 누군지도 알아요.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전투 환경을 몰라요. 그래서 지금 작전을 짤 수는 없죠. 다만,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2~3년 내에 킨들과 경쟁할 거고, 아마존이 갖춘 장점은 우리도 갖춰야 한다는 거죠.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요.

그가 말하는 '플러스 알파'는 국산 콘텐츠다. 도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음악, 신문, 잡지 등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망라한다. 여기에 킨들 보다 나은 단말기를 확보하고 아마존이 공급하는 미국 콘텐츠 공급도 시작해야 한다.

개별 온라인 서점이 아마존과 대항하기엔 벅찬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지금은 '협력'을 말할 때라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이는 서영규 인터파크도서가 질문한 '협력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이퍼브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라 설명했다. 서점들이 제각각 콘텐츠를 수급하고 뷰어를 개발했다면, 아마 지금보다도 수년은 더 전자책 시장이 뒤처졌을 거라 덧붙였다.

협력의지요? 당연히 많죠. 한국이퍼브도 그런 시각을 보여주는 거에요. 그렇다고 다른 서점들에 이리로 들어오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전자책 사업을 다같이 하는 것 정도는 돼야 의미가 있겠죠. 기존의 각자 시스템을 허물고,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전자책 사업을 한다, 이 정도가 돼야죠. 굳이 한국이퍼브가 아니더라도요.

폭 넓은 서점간 교류를 위해서라면 굳이 한국이퍼브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이퍼브는 현재 알라딘과 예스24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전자책 전문 업체다. 교보문고와 인터파크도서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제3의 협업체를 만드는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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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범위엔 전자책 단말기도 포함됐다.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선, 모든 서점에서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한국이퍼브 브랜드를 단 전자책 단말기가 이르면 내년 선보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해외서 유통되는 전자책 콘텐츠 다수가 킨들에서 팔린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그가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에 궁금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교보문고가 이달 중 출시할 단말기 전략을 더 듣고 싶어 했다. 김성룡 대표님께 궁금한 것도 단말기 전략이에요. 국내 시장에서 태블릿과 e잉크 단말기 중 어느 쪽이 전자책 유통의 주류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