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도전정신, 협력사엔 재앙인가?

일반입력 :2011/11/13 17:55    수정: 2011/11/14 16:03

'로지텍, 에이서, 모토로라, 삼성전자'

이들의 공통점은? 구글의 첫번째 제품을 야심차게 내놨다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회사들이다.

구글TV, 크롬북, 안드로이드 등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베타버전을 대대적으로 출시하는 구글의 방식이 협력사를 재앙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의 도전정신에 제조업체가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최근 로지텍은 구글TV 셋톱박스 '레뷰'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에리노 데 루카 로지텍 CEO는 “구글TV는 베타버전이었으며, 이를 섣부르게 대량 생산해 높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 실수였다”라고 밝혔다.

작년말 미국 연말 성수기에 대대적으로 출시된 레뷰는 첫번째 구글TV로 관심을 끌었지만, 299달러란 비싼 가격과, 불편한 조작법, 잦은 버그 등의 혹평 속에 처참히 실패했다. 8월 로지텍이 레뷰 가격을 99달러로 낮췄음에도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1년전 TV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던 구글의 호언장담은 5년 뒤 전세계에 보급될 것이란 말로 바뀌었다.

구글의 또다른 신사업이었던 크롬북 역시 비관적인 상황에 처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에이서가 크롬북을 5천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크롬북은 에이서보다 더 저조한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서나 삼성전자의 크롬북 판매성적표는 한 달에 1천대 가량을 팔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가 150만대를 팔아치운 것에 비하면 처참하다.

크롬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활용성과 높은 가격이다. 크롬북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크롬북의 정가는 500달러(약 60만원)이다. 빠른 부팅속도를 위해 SSD를 탑재한 탓이다. 500달러는 넷북의 2배에 이르는 가격이며, 코어2듀오 탑재 노트북을 살 정도의 돈이다. MS오피스나 어도비 포토샵, 애플 아이튠스 등을 비롯해 PC 패키지 게임도 구동할 수 없다.

구글은 크롬북을 기업시장에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구글독스 애플리케이션이 기업 사용자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 구글 크롬북은 학교와 기업시장을 위한 프로모션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학교나 기업들이 크롬북을 사용하려면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미국 학교에 공급되는 크롬북 와이파이 버전은 500달러이며, 3G모델은 519달러다. 기업용은 559달러와 639달러로 판매된다.

구글은 올해 2분기 학교와 기업들이 매달 5달러, 13달러의 비용을 내고, 웹기반 원격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3G 크롬북의 사용료는 951달러에 달한다. 일반 넷북의 4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최초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줌'을 출시했던 모토로라 역시 판매부진을 겪으며 재고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태블릿 전용 운영체제(OS)로 소개된 허니콤은 제조사마다 제각각 분화돼 통합적인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 버전 업데이트에 따른 애플리케이션 호환도 기기마다 다 다르다.

다만, 구글은 크롬북과 구글TV 등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구글은 버진 아메리카와 함게 크롬존을 설치해 사용자들이 크롬북을 사용해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버진아메리카는 크롬북 와이파이 버전을 미국 항공사 비행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여하고 있다. 사용자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크롬북의 성적은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크롬북의 개념은 퀄컴에서 시작했던 스마트북과 비슷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저전력 모바일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빠른 부팅속도를 선보였던 스마트북은 소비자의 냉대 속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구글TV, 크롬북, 안드로이드 태블릿 모두 아직 완성도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 인터페이스부터 여전히 사용자가 꺼리낌없이 선택하기엔 개선의 여지가 많다. 크롬북 역시 클라우드 기반 PC란 상징성 외엔 기능성에서 떨어진다.

영국 지디넷은 “크롬북이 그동안 구글의 실패들과 닮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지디넷은 “구글의 베타 제품을 내놓는 하드웨어 업체는 무료로 내놓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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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허니콤 기반 구글TV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 업체를 동원해 자신들의 베타제품을 시험하고 있는 구글의 움직임에 LG전자가 동참한 것으로, 그 성공가능성을 해외 전문가들이 주시하고 있다.

미국 지디넷은 “구글은 베타수준의 SW신제품을 하드웨어업체를 통해 내놓으면서 시장성을 시험하고 있다”라며 “웹서비스에서의 성공과 달리 가전제품에 대한 시도는 여전히 실험에 있는 만큼 하드웨어 업체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