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S, 일주일 써봤더니…

일반입력 :2011/11/09 09:02    수정: 2012/09/18 11:08

봉성창 기자

“내년에 아이폰5 나온다는데 아이폰4S 사도 될까요?”

지난달 5일 애플의 차기 스마트폰 아이폰4S가 발표된 이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그간 애플을 지켜봐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선 전제부터가 틀렸다. 과연 내년에 애플이 아이폰5를 출시할지부터 알 수 없다. 하물며 아이폰5가 어떻게 나올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맞추기 어렵다.

결국 질문은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S에 집중돼야 한다. 아이폰4S의 국내 출시일은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다.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아이폰4S를 입수해 일주일간 사용해봤다.

아이폰4S를 처음 받아든 느낌은 확실히 아이폰4와 다르지 않았다. 일단 아이폰4와 외관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너무 미세하다. 그냥 봐서는 알기 힘든 진동버튼의 위치와 안테나를 구분하는 경계선의 위치가 변했다는 것 정도다. 무게도 같고 두께, 화면 해상도 등등 완전히 동일하다. 첫 인상을 보면 아이폰4 사용자가 굳이 아이폰4S로 바꿀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세대 전 모델인 아이폰3GS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미 iOS5를 업데이트 한 터라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애플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구형 폰이라고 하더라도 최신폰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한다. 게다가 뛰어난 최적화로 인해 비록 사양이 떨어지더라도 그 차이를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결국 남은 것은 딱 두 가지로 압축됐다. 하나는 800만 화소급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과 다른 하나는 스마트한 개인 비서 ‘시리’를 시험해보는 일이다.

■카메라 성능 발군 “똑딱이 필요없네”

아이폰4S를 소개하기에 앞서 아이폰4의 카메라도 사실 상당히 만족스럽다. 특히 지난 2년간 사용해온 아이폰3GS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HDR 기능을 사용하면 다소 조명이 어두운 실내에서도 ‘여친 카메라’ 기능을 완벽하게 해낸다.

여기서 한층 더 발전된 아이폰4S 카메라의 결과물은 20~30만원대의 똑딱이 카메라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무엇보다 화이트밸런스를 매우 적절하게 잡아내 촬영시 조명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사진 파일을 PC화면으로 봐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정도다.

아이폰4S의 카메라에는 5장의 렌즈군이 탑재됐다. 비록 휴대폰 카메라지만 줌아웃이 되지 않는 단렌즈에 5매의 렌즈군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캐논이나 니콘의 DSLR 50mm 단렌즈가 5군 6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초점을 잡아내는 속도나 첫 촬영후 다음 촬영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짧다. 애플 발표에 따르면 아이폰 4S가 첫 번째 촬영까지 걸리는 시간은 1.1초에 불과하다. 또한 두 번째 사진을 찍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5초다. 사진 두장을 연속해서 찍는데 1.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경쟁 제품의 경우 첫 번째 사진을 찍는데만 2초가 걸린다.

아이폰4S는 동영상 촬영 역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다 아이폰4가 720P 해상도를 지원한 반면 아이폰4는 1080P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방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돼 촬영 결과물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여진다. 어두운 조명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노이즈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화상을 프레임 단위로 나눠 이전 프레임과 이후 프레임을 비교해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주변 지인에게 선보인 아이폰4S의 카메라 성능에 대한 반응은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애플이 아이폰4S를 발표하면서 카메라 성능에 그토록 힘을 준 이유를 알 만하다.

■“시리 사용 부끄럽고요. 아직은 자제해주세요”

아이폰4S의 그 다음 차별화된 특징은 바로 ‘시리’다. 만약 영어권 사용자라면 아이폰4S의 첫 번째 특징으로 시리를 들었겠지만, 아쉽게도 국내 이용자에게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시리’는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아직은 시리는 정식이 아닌 베타 버전이기도 하다.

물론 국내 이용자라고 해서 시리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옵션에서 설정만 해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과 문법이 동반돼야 하지만 말이다.

시리는 현재 3개의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를 지원한다. 여기서 3개의 영어란 미국, 영국, 호주로 나뉜다. 워낙에 지역에 따라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아예 이를 다른 언어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에 대고 영어를 말하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결국 혼자 있는 방안에서 이리저리 시리를 사용해봤다.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시리가 등장한다. 이때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된다.

초등학생 영어 수준인 “What time is it now”라고 말하면 시리는 이를 음성과 문장으로 동시에 시간을 알려준다. 그러나 한국식 발음은 좀처럼 인식되지 않는다. 최대한 원어민처럼 혀를 굴려야 한다. 첫 질문에 지나친 자신감을 얻은 탓일까? 조금이라도 복잡한 문장은 아무리 굴려도 실패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리의 인식율은 아직 베타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에게 테스트 해본 결과다. 자연스럽게 일상 대화를 하듯 말해도 잘 인식했다. 애플은 내년 중 한국어를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따라서 시리에 대한 평가는 한국어 지원 이후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 버리기는 '글쎄', 3GS 이용자는 '강추'

아이폰3GS를 2년간 쓴 다음 일주일 간 맛본 아이폰4S의 성능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모든 작업에서 아이폰4S는 빠르게 응답했다. 우선 네트워크가 안정적이었다. 같은 이동통신사의 3G 서비스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빨라진 느낌이다. 가장 체감되는 부분은 사파리에서 웹페이지가 열리는 속도다. 이는 아이폰4의 데스그립 문제를 보안하기 위해 애플이 들고나온 듀얼안테나 때문으로 보인다.

벅스나 멜론과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보다 안정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아도 음악감상이 가능한 세이브 기능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음악 파일이 저장돼 있는 것처럼 다음곡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제법 빨랐다.

아이폰3GS에서는 아주 급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았던 카메라의 쓰임새도 많아졌다. 화질이 만족스러울뿐 아니라 많이 어둡지만 않다면 취재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아이폰4S는 겉으로 변한 것은 별로 없지만 내부적인 설계는 상당 부분 변경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두뇌이기도 한 코어 프로세서가 A5로 바뀌면서 모든 부분에서 한층 최적화가 이뤄졌다.

다만 배터리 소모는 2년 동안 한번도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 수명이 다한 것으로 추측되는 아이폰3GS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업무상 전화를 많이 하고 음악감상이나 인터넷도 자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2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이는 지금까지 버그로 알려져 있는 만큼 향후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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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장시간 사용시 발열도 다소 신경쓰였다. 특히 본체 우측 하단부의 발열이 상당했는데 20~30분 정도 인터넷만 하더라도 강한 발열이 느껴졌다. 워낙에 얇게 설계됐는데다가 고성능 A5 프로세서가 탑재됐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아이폰3GS에서 아이폰4S로 넘어가야할 이유는 충분했다. 모든 면에서 나아졌고 쾌적한 느낌이다. 설령 내년에 아이폰5가 나온다고 해도 말이다. 다만 아이폰4 이용자가 아이폰4S를 구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아이폰4S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4 역시 여전히 빠르고 쓸만하기 때문이다. 남은 약정을 해지하면서까지 아이폰4S를 구입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