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프' 창시자 존 매카시, 향년 84세 영면

일반입력 :2011/10/25 10:51    수정: 2011/10/25 15:29

프로그래밍 언어 '리스프(LISP)'를 발명한 컴퓨터 엔지니어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향년 84세 나이로 지난밤 세상을 등졌다. 그의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처음 알렸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 다음날 아침 이를 공식화했다.

영미권 주요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매카시가 전날밤 숨을 거뒀음을 보도하며 리스프 언어 창시자이자, 논쟁적이나마 현대 인공지능(AI)이 있도록 기여한 그의 업적을 재조명했다.

■일생

그는 1927년 미국 보스턴 출생이다. 1972년 컴퓨터과학계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튜링 상'을 받았던 컴퓨터 과학자, 인지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리스프 프로그래밍 언어 창시자로 가장 유명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매카시는 최초의 미합중국(US)과 소비에트연방(USSR) 과학자들간 '컴퓨터 체스' 경기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매카시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수학과 학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쓰는 교과서로 수학을 공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수학자 존 내시와 함께 수학 박사과정을 전공한 이력이 있다. 이후 스탠포드, 다트머트 대학,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매카시가 직접 남긴 글에 따르면 그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제한된 컴퓨터 환경에서 '튜링 머신'을 만들기 위해 리스프를 고안했다.

■리스프 개발과 표준화

리스프 언어는 매카시가 1960년에 쓴 논문 '기호로 나타낸 재귀 함수와 기계를 이용한 계산'에서 추상화한 이론에 기반한다. '람다 대수(계산법)'를 기반으로 기호 데이터를 다루는 연산에 알맞은 언어로 설계돼 AI를 중심으로 여러 다른 응용 분야에서 유용함을 발휘했다. 최초의 리스프 인터프리터는 IBM 704 컴퓨터에서 돌아갔다. 처음에는 산술 연산을 가볍게 처리하지 못했다가 성능을 개선한 컴파일러가 계속 나오면서 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전한다.

매카시는 MIT에 있었던 1958년에 AI 분야에서 일하면서 리스프 언어의 초안을 만들어냈다. 리스프란 이름 자체는 '리스트 프로세싱'을 줄인 말이고 이 언어는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고안됐던 것이다. 그런데 여러 산업계에 빠르게 도입됐고 당시 개발자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으며 그 원형은 지금도 리스프 파생 언어 '커먼리스프'와 '스킴(Scheme)'에 녹아 남았다.

커먼리스프는 리스프 등장 초반에 등장한 수많은 변종 기능을 한데 묶어서 리스프 산업 표준을 정하려고 리스프 커뮤니티가 만든 것이다. 커먼리스프 ANSI 표준이 1994년 정해졌다. 스킴은 MIT 인공지능 실험실의 연구원 가이 르위스 스틸리 주니어, 제럴드 제이 서스먼이 1975년 처음 내놓은 것을 MIT에서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듬은 프로그래밍 언어다. 1990년 IEEE 표준이 정해졌다.

■스탠포드 인공 지능 연구실(SAIL)

그는 AI란 용어를 1955년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과학과 공학'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기술했다. 이후에도 그에 관련된 수많은 주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AI가 아이폰4S에 탑재된 AI시뮬레이터 '시리(Siri)'나 그 전신인 '엘리자(Eliza)'처럼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형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어 1962년 스탠포드 인공지능연구실(SAIL)를 세웠다. SAIL은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탐구와 논쟁을 권장했다.

그는 1970년 체스 경기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론 그보다 더 나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확실히 AI 기술의 미래를 낙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평했다.

그는 1979년 한 글에서 기계가 실제로 뭔가를 '알거나 생각'할 수 있는지 아닌지 엄밀히 단정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우리가 이를 정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라며 우리가 인간의 사고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은 물고기가 스스로 헤엄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을 뿐이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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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는 2000년까지 스탠포드에 머무르면서 관련 분야 활동을 지속했고 일부 공상과학(SF) 관련 창작물을 출간하거나 미래 기술에 대한 언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예측 가운데 일부는 21세기 과학과 기술력을 통해 인간이 만들 AI 시스템이 도달 가능한 수준과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한다.

그러나 그 역시 미신적인 '유사과학'이나 인간성이 원자력이나 줄기세포 연구 같은 분야를 발전시키는 영역에서 소외될 경우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하는 입장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