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또다시 키코 트라우마 위기...대책 없나

일반입력 :2011/10/05 01:01

손경호 기자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8년 뉴욕발 외환위기 당시 이른 바 ‘키코 트라우마’를 겪은 대부분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별다른 환리스크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각국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해 갈 경우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권경석 의원(한나라당)은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인용, 지난 7월 292개 수출중소기업 중 37.3%가 환율하락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은행에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외화를 팔고, 반대로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외화를 팔도록 한 환헤징 파생금융상품이다.

권 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G20 통화 가운데 환율변동성이 0.94으로 네 번째로 높아진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008년 ‘키코 사태’는 많은 유망 중소기업들의 수출길을 막았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 중에는 엠텍비젼과 태산LCD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라 수출중소기업들을 위한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키코에 가입했으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약 2배 이상의 달러를 환율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었다.

■중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수출 중소기업으로는 엠텍비젼, 넥스트칩, 어보브반도체, 태산LCD 등이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키코사태와 지난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별다른 환헤징 대책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환헤징은 환율의 변동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현시점의 환율로 미리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수출기업이 해외 기업과 5년간 납품계약을 했을 때 3년 뒤 환율이 떨어져 결제 받은 달러를 현재보다 낮은 가격에 원화로 교환하면서 발생할 손실이 예상될 때 3년 후에도 일정 금액의 달러를 현 시점의 환율로 교환할 수 있도록 약정을 맺는 방식이다. 만약 3년 뒤 예상과 달리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오른 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계약한 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longdesc=image 당시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키코에 가입했으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약 2배 이상의 달러를 환율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었다.

■중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수출 중소기업으로는 엠텍비젼, 넥스트칩, 어보브반도체, 태산LCD 등이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키코사태와 지난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별다른 환헤징 대책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환헤징은 환율의 변동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현시점의 환율로 미리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수출기업이 해외 기업과 5년간 납품계약을 했을 때 3년 뒤 환율이 떨어져 결제 받은 달러를 현재보다 낮은 가격에 원화로 교환하면서 발생할 손실이 예상될 때 3년 후에도 일정 금액의 달러를 현 시점의 환율로 교환할 수 있도록 약정을 맺는 방식이다. 만약 3년 뒤 예상과 달리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오른 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계약한 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팹리스 업체 중 엠텍비젼과 어보브반도체는 키코사태 이후로 환헤징 수단을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았다.

엠텍비젼 관계자는 대부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달러를 기본으로 거래하는데다가 따로 환헤징을 해야 할 만큼 외환거래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보브반도체의 경우에도 한 달 단위로 매출·매입에 따른 일부 환차익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규모는 미미한 편이라 따로 환헤징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넥스트칩의 경우 현금보유고 내에서 일부 달러에 대해서만 환헤징을 하고 있다. 3년 전 키코사태의 경우 일부 중소기업들이 환차익을 얻으려고 현금보유고 이상으로 환헤징을 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당장 문제없다고는 하지만....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보다 섬유·기계·금속·조선 등의 기업에 집중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업종의 경우 대부분의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문제로 크게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얻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환율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 역시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권경석 의원은 기존에 키코로 피해를 입었던 기업들은 대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더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을 한꺼번에 모아 환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이미 작년 10월 초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을 포함한 21명의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통화옵션 및 환변동보험으로 인한 환손실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예산확보가 어렵다며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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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키코로 인해 환손실을 입은 중소기업들의 손실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키코 공대위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수출물량을 확보했는데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흑자도산한 기업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알짜기업일수록 환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