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정부가 손본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 규제 이슈 ‘촉발’

일반입력 :2011/09/26 16:01    수정: 2011/09/26 16:24

정현정 기자

딴지일보가 제공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대한 표적 심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로 인해 촉발된 스마트 미디어 심의가 방송통신 분야의 새로운 규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나는 꼼수다’ 19회 방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정책 논리를 개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앱스토어가 채널이고 앱이 프로그램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자마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담팀을 만들어 앱을 심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면서 “이는 ‘나는 꼼수다’를 겨냥한 진정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싱크탱크’ KISDI를 통한 사전정지작업을 거쳐 방통심의위를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심의하려 했다는 시나리오다.

이후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심의를 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밝히는 등 정치권까지 이를 비판하고 나서며 파장이 커졌다.

■조직적 ‘나꼼수’ 죽이기?...“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일련의 ‘나꼼수 죽이기’ 의혹이 불거지자 방통심의위와 KISDI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식으로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는 반응이다. ‘2MB18nomA’ 트위터 계정 차단이나 무한도전 심의 등 그 동안 방통심의위를 두고 정치적 심의 문제가 불거져 온 탓에 논란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 나꼼수 역시 상시 게재되는 콘텐츠로 유통되는 정보에 해당돼 심의가 가능하다는 게 방통심의위 판단이다. 해당 콘텐츠에 음란물 등 유해정보나 도박·범죄 등 불법정보가 포함돼 있거나 사이버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에 대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제재 조치도 가능하다.

박만 위원장이 밝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심의 또한 신설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각 부서별로 진행 중인 애플리케이션 심의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난처한 입장이다. 논란을 의식해 심의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는 꼼수다’가 심의 대상이라고 밝히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방통심의위는 “딴지라디오와 관련해서 민원접수나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에 민원접수 하게 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성욱제 KISDI 연구위원 역시 “토론회에서 발표한 편성 규제라는 것은 내용 심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새로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편성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라고 해명했다.

기존 방송 사업자에 대해서는 그대로 편성규제를 적용하되, VOD나 애플리케이션처럼 신규로 등장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식으로 적용하기보다 정책적 판단을 통해 규제원칙을 정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나꼼수’가 제기한 표적 심의 의혹은 정치 논란보다 오히려 스마트 미디어 시대 규제 이슈 측면에서 새로운 이슈를 불러올 가능성이 큰 이유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 심의 어떻게?

팟캐스트와 같은 신규 방송통신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규제 이슈도 속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서비스를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로 간주하고 내용 심의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당 서비스의 성격을 규정하는 근거 법률은 없기 때문이다.

19회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 송출하는 방송으로 정의하지만 현행 방송통신 관련 법에는 우리가 하는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팟캐스트란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미디어 파일에 RSS 주소를 적용해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애플 아이튠스는 대표적인 팟캐스트 구독 프로그램이다.

애플의 적격심사를 거쳐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팟캐스트는 개인이 서버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형태기 때문에 운영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개인이 진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일정 부분 방송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이를 방송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 또한 많다. 구독자가 늘어나 사회적 영향력을 커질 수록 규제 이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스마트 미디어들이 방송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경우 기존 방송과 규제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

그렇다고 KISDI 연구처럼 이를 편성행위로 간주하고 규제 체계를 만드려면 팟캐스트가 방송이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는 방통심의위나 KISDI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방통위의 의사결정과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사안이다.

관련기사

성욱제 위원은 “이런 까닭에 이미 EU 등 국가에서는 기존의 실시간 선형 방송과 VOD 등 비선형 서비스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AVMS)라고 하는 하나의 새로운 개념 안에 포섭한 후 규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방송통신 융합과 스마트 미디어 등장이 가속화 되면 신규 서비스에 대한 규제 근거가 필요하냐는 근본적인 문제서부터 근거 법률 제정까지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규제 이슈가 전면에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