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항복”…리퍼 대신 ‘새 폰’ 준다

일반입력 :2011/09/14 12:00    수정: 2011/09/14 13:41

김태정 기자

회사원 정진규㊲씨는 며칠 전 구입한 애플 아이폰이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등 고장이 발생해 애플에 사후서비스(AS)를 문의했다. 애플은 ‘재생산품(리퍼)’ 지급 외에 환불 등 다른 처리는 불가하다고 고집, 정씨는 발을 굴렀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아이폰 AS 불만이 앞으로 확 줄어들 전망이다. 애플이 내달 중순부터 고장 아이폰을 ‘리퍼’가 아닌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 때문.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에 결국 손을 들었다.

■“애플 잘못이라면”…신제품 교환

공정거래위원회는 리퍼폰 교환을 비롯한 기존 아이폰 AS 약관을 애플과 협의하에 소비자에게 유리도록 시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내달 중순부터 아이폰 AS 방법을 소비자가 선택, 구입 후 최대 1개월까지는 신제품 교환이 가능하다. 이 후에도 애플 잘못에 따른 제품 하자가 발생하면 신제품을 받게 된다. 이웃나라 중국서는 고장 아이폰을 신제품으로 바꿔주면서, 연 수조원대 매출을 올린 한국서는 리퍼만 고수한 애플이기에 변화가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타사 제품을 함께 썼다는 이유로 아이폰 AS를 거부했던 약관도 수정했다. 아이폰과 연동한 제품으로 인해 아이폰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새 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스마트폰도 PC로 분류되는데 다른 기기를 연동했다고 AS를 거부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 끈질긴 설득, 애플 ‘두손’

그간 애플은 리퍼 교환만을 고집해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이 컸었다. 구입 후 며칠 안 된 제품이 본인 과실 없이 고장나도 새 제품 대신 리퍼를 받은 소비자들의 민원이 정부에도 쏟아졌다.

게다가 한국에는 애플 직영점이 없어 부분 수리도 위탁 대리점만이나 사설 업자에게서만 가능했기에 ‘국가 차별’ 논란까지 불렀다.

공정위는 애플과 수차례에 걸친 법리 논쟁, 설득을 통해 품질보증서 수정이라는 결과를 냈다. 전 세계 경쟁국 가운데 최초 사례다.

이순미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장은 “애플은 AS 기준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며 “적극적인 국내법 준수와 AS 품질 향상을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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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이폰 구입 후 15일까지만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중국에 비해 유리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단, 이 같은 AS 약관 변경은 애플 제품 중 아이폰에만 해당된다. 아이패드와 맥북 등 다른 제품들은 AS 약관이 기존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