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폰? KT ‘스파이더폰’ 써보니

일반입력 :2011/09/08 11:33    수정: 2011/09/08 17:13

정현정 기자

태블릿PC, 노트북, 게임기로 변신 가능한 스마트폰?

KT는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다양한 IT 기기와 결합해 태블릿PC, 노트북, 게임기처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스파이더폰(가칭)'을 선보였다.

패드키트(Pad kit), 랩톱키트(Laptop kit), 게임키트(Game kit) 등 이름으로 선보인 주변 악세사리들은 중앙처리장치(CPU), 운영체제(OS), 메모리가 없는 깡통 기기로 스파이더폰과 결합하면 태블릿PC, 노트북, 게임기처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폰을 랩톱키트와 결합하면 키보드를 활용해 문서작성이 용이해지고, 태블릿PC와 결합하면 넓은 화면을 통해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게임기기와 결합하면 방향키를 사용해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파이더폰은 주변기기와 결합을 위해 자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태블릿PC나 노트북과 결합 시 최적의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 4.5인치 WXGA(1280×800)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퀄컴 1.5GHz 듀얼코어 CPU를 장착해 문서 편집, 웹브라우징, 영화 감상 등이 원활하도록 했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기반으로 구동되며 배터리 용량도 1710mAh다.

기기 별로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태블릿PC로 만들어주는 '패드키트'에 결합할 경우 스마트폰의 4.5인치 스크린을 10.1인치로 확장할 수 있다. 대형 화면과 블루투스 키보드, 유클라우드 연동 기능을 이용해 문서 작업과 이메일 수발신과 파일관리 등을 할 수 있다.

패드키트 뒷면에는 스파이더폰 크기에 맞는 홈이 마련돼 있어 쉽게 결합할 수 있다. 하지만 패드키트의 무게가 상당해 이는 단점으로 꼽힌다.

랩톱키트에 결합하면 스마트폰을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가상데스크톱을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 구현도 가능하다. 'IFA 2011' 현장에서 KT는 시트릭스의 가상화 기술과 결합해 가상 애플리케이션 및 가상데스크톱 활용, 스마트 워크 등을 지원하는 가상 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랩톱키트와 결합시 스파이더폰은 전면에 결합해 터치패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 노트북 터치패드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유사한 퍼포먼스를 보여줘 랩톱키트와 결합하면 넷북 대용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패드키트와 랩톱키트는 6000mAh 이상의 배터리 용량으로 충전 기능도 제공해 키트와 결합해 이용하는 동안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결합 시 사용자 환경(UI)도 해당 기기에 맞춰 변경된다. 패드키트나 랩톱키트와 결합할 경우 진저브레드 기반이면서도 태블릿용 운영체제인 허니콤의 특성을 상당부분 차용해 태블릿PC에 적합하도록 변경된다.

게임키트와 결합하면 방향키를 사용해 스마트폰 게임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립감도 훨씬 좋아진다. 스마트폰의 HDMI TV-OUT 기능인 TV 미러링(TV Mirroring)을 통해 스마트폰의 동영상을 TV의 큰 스크린으로 시청하거나 TV 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쯤되니 지난 4월 출시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가 떠오른다. 아트릭스의 경우 자체 단말도 고성능인데다가 스파이더폰의 키트와 유사한 주변기기인 'HD멀티미디어독'과 '랩독' 등 도킹(docking) 액세서리와 결합해 음향기기나 노트북 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으로 주목받았다.

출시 당시 모토로라는 지금까지의 스마트폰을 잊어라고 말할 만큼 스펙도 강력하게 무장했다. 엔비디아(nVidia)의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테그라2', 1기가바이트(GB) DDR2 메모리를 탑재하고 960×540의 해상도를가진 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시원치 않았다. 아트릭스는 출시 5개월 동안 판매량이 20만대에 못 미친다. 성능에 대한 만족감은 높았지만 가격과 실용성을 따져봤을 때 차라리 태블릿PC나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문제로 지적됐다. KT 출시 당시 KT는 15만원 상당의 멀티미디어독을 포함한 출고가를 86만9천원으로 책정했다. 별도 판매하는 랩독의 판매가는 46만2천원으로 책정됐다. 활용도면에서 비슷한 가격의 넷북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만한 수준이다.

기기 자체의 사양으로만 따지면 스파이더폰이 다소 우월하다. 아트릭스와 차별점도 몇몇 눈에 띈다. 아트릭스 랩독의 경우 노트북 후면에 휴대폰을 장착하도록 했지만 이와 유사한 악세사리인 스파이더폰의 랩톱키트는 터치패드 위치에 결합한다.

또, 아트릭스는 자사 공식 출시제품 하고만 결합이 가능했지만 KT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핵심 인터페이스 소스를 공개해 어느 제조사라도 스파이더 단말과 결합 가능한 외부 기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따라서 다양한 도킹스피커나 헬스기기처럼 다양한 써드파티 제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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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파이더폰과 주변 키트들의 출시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초반 물량 공급량에 따라 단가가 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기기별 가격의 경우 풀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패드키트 가격이 가장 높게 책정될 예정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인 게임키트에 경우 2~3만원 정도 가격에 출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11월 개발에 착수해 오늘 11월 국내 출시 예정이다. 굵직한 글로벌 제조업체 틈바구니에서 독특한 기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KT테크가 만든 스파이더폰이 PC나 태블릿PC 대체 가능성을 보여주며 얼마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