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vs. 인터넷·제조사, 고속도로 논쟁 왜?

[망중립성①]고속도로 논쟁의 근본적 이유

일반입력 :2011/09/07 07:00    수정: 2011/09/07 11:00

통신·인터넷·제조사 간 망중립성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고속도로’다.

1960~1970년 건설된 고속도로가 물류·유통의 혁신을 가져오면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듯, 정보고속도로라 불리는 초고속인터넷이 현대 정보사회에서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줄곧 비유된다.

하지만 통신사와 써드파티(인터넷·콘텐츠·제조) 진영은 정보고속도로의 역할론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지만, 가장 민감한 이용대가에 이르러서는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양측 주장의 핵심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주체가 누구이고, 누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냐다. 고속도로 논쟁의 근본적 이유다.

■통신망은 고속도로다?

통신사는 서비스 제공 주체인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료를,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제조사에 이용료를 내라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고속도로에 달리는 자동차에 차등을 둬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써드파티 진영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 통신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트래픽에 대한 대가와 차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도로와 달리 구간 별로 이용료를 낸다. 간혹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고속도로에 소비자들이 이용료 인상 등을 반대하는 것은 통신망의 품질보장(QoS)과 유사하다.

자가용과 상업용 차량에 따라 이용료를 지불하는 주체도 바뀐다. 자가용이 초고속인터넷을 쓰는 이용자라면 여객버스나 화물차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써트파티 잔영에 가깝다.

또 고속도로는 합리적 차별을 인정해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자동차 종류에 따라 제한속도를 달리 둔다. 이는 고속도로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고속도로를 통신망에 비유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기능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 것은 아이러니다.■통신사 “통신망 이용 수익 분배돼야”

때문에 통신사들은 망중립성이 인터넷 개방성을 이유로 통신사의 의무만 강조할 뿐, 통신망으로 인한 수익 분배나 투자 분담의 내용이 없어 투자유인만 떨어트린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달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의 경우 2008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소비자가 사용하는 트래픽의 16.5%를 점유하면서도 비용부담은 0.8%에 그쳤다.

통신사는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이용료를 내듯이 써드파티 업체가 요금을 내야하고, 도로교통법에 과적차량 단속이나 교통 혼잡에 교통혼잡유발금을 내는 것처럼 과다 트래픽 유발자에 대해 추가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는 것처럼 이용자에게 안정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차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유선의 경우 20%의 이용자가 95%, 모바일은 10%의 이용자가 96%의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지속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

■비통신 진영 “개방성 훼손되면 안 돼”

반면, 써드파티 진영에서는 개방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터넷이 모바일과 스마트화 되고 있는 시점에 과다한 망 이용대가는 IT생태계 발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망중립성의 정의가 차별 없는 데이터 트래픽의 처리인데, 통신사의 주관적 잣대를 기준으로 합리적 차별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인터넷·제조사의 경계가 허물어져 경쟁 관계에 놓인 상황에서 통신사가 이해관계에 따라 트래픽 전송에 제한·지연하거나 차별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통신사들이 음성이나 문자(SMS)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차단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처럼 망중립성을 놓고 통신사와 써드파티 업체 간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융합화에 따른 이해관계의 대립각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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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통신사들은 웹이 가져다 준 혜택을 인터넷 업체들이 가져갔다며, 향후 전개될 모바일 웹에서는 순순히 열어주지 않겠다는 피해의식도 작용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