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업계, 카카오톡 스토킹中?

일반입력 :2011/09/05 11:39    수정: 2011/09/05 13:51

정윤희 기자

벤처기업, 포털 사업자, 이동통신사, 디바이스 제조사…….

말 그대로 ‘안 하는 곳이 없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 얘기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모바일 메신저만도 ‘카카오톡’을 비롯해 ‘마이피플’, ‘네이트온톡’, ‘네이버톡’, ‘라인’, ‘올레톡’등 다수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챗온’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모바일 메신저를 내놓다보니 대기업의 미투전략(me too strategy, 다른 기업의 서비스, 전략 등을 모방하는 것) 수준에 그칠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초기 시장 진입 비용은 줄이고, 차별화 없는 서비스를 내놓는 ‘대기업 고질병’이 또 도졌다는 냉소도 공공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성공하고 나니 여러 대기업에서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놓고 있는데, 이들이 차별화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실제로 (해당 메신저 앱) 대부분은 ‘OOO판 카카오톡’이라는 세컨드앱 지위로 포지셔닝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 현재 나와 있는 앱들의 기본이 되는 메신저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텍스트 메시지를 위주로 한 앱이거나 모바일 무료통화(m-VoIP)를 탑재한 유형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카카오톡의 선점 효과를 넘어서기 어렵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를 제외하면 어떤 기준으로 앱을 선택해야할지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IT업계, 너도나도 ‘OOO판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열풍은 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 출시된 이후 시작됐다. 이용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되던 ‘왓츠앱 메신저’, ‘엠엔톡’ 등을 접하면서부터다. 문자메시지(SMS)를 보낼 때마다 건당 20원씩 지불해야하는 것과 달리, 처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만 일정 금액을 내면 된다는 것이 이용자의 마음을 꿰뚫었다.

이러한 인기는 무료를 표방한 ‘카카오톡’이 나오면서 불붙었다. 현재 모바일 메신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은 국내외 이용자 2천200만명을 모으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카카오톡’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포털 사업자들이다. ‘카카오톡’을 바짝 뒤쫓고 있는 ‘마이피플’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내놨다. 유사 앱 중에서는 발 빠르게 m-VoIP를 도입하며 1천200만 가입자를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톡’을 내놓고 이용자들의 외면을 경험한 NHN 네이버는 이번엔 단순해진 ‘라인’으로 재도전한다. 네이버재팬에서 개발한 ‘라인’은 일본 시장에 먼저 출시돼 최근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회사인 SK텔레콤과 힘을 합쳤다. SKT와 손잡고 내놓은 서비스가 ‘네이트온톡’이다. ‘네이트온톡’ 역시 m-VoIP를 도입했으며, 핸드오버 기술로 통화품질을 대폭 높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앞서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와글’을 내놨다. 지난 1월 론칭한 ‘와글’은 한국형 트위터+카카오톡을 표방했으며, KT는 지난 6월 ‘올레톡’을 내놓으며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전자마저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반폰(피처폰)에서도 사용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우리는 처음부터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전략을 펼쳐왔다”며 “경쟁자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고객의 니즈와 마음을 읽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철학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며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

국내 대기업이 지금이라도 미투전략을 버리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가 따로 있는데, 굳이 모바일 메신저 같은 분야에 손을 대는 것은 낭비라는 주장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대기업들의 미투전략은) 전체 산업계로 봐서는 큰 손실이자 자원의 낭비”라며 “제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들의 서비스로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 판도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모바일 메신저는 대기업이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의 범위도 한정돼 있고, 기존에 보유한 자원과의 시너지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류 소장은 “현재 대기업들이 내놓은 ‘카카오톡’ 유사 서비스들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시장 진입 초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창의성 없는 서비스로는 ‘카카오톡’에 어떠한 영향도 못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기업 철학을 찾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따라 해서 접은 서비스와 비슷한 케이스로 남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