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출판인의 절규 "애플 IAP논란서..."

일반입력 :2011/07/03 13:05    수정: 2011/07/03 13:55

남혜현 기자

가수 임재범이 월 백만원으로 아내 병구완과 생활을 책임졌다는 인터뷰에 시청자들의 콧날이 시큰해졌다.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능력만큼 평가받지 못하고 가난을 겪는다는 사실이 안쓰러움과 불편한 마음을 동시에 불러들여서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출연 가수들에 대한 재평가가 급물살을 이뤘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재능으로 호평 받고, 노력만큼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의 귀와 정의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그런데 '나가수' 이후, 이 가수들의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졌을까? 적어도 음원 수익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나가수 음원이 휩쓸었지만 곡 판매마다 가수에 전달되는 수익은 18%다. 노래를 만든 작사, 작곡자의 몫도 9%에 불과하다.

나가수 열풍으로 가장 큰 수익을 낸 곳은 음원유통사다. 누리꾼들이 나가수 음원을 하나 다운로드 받을 때마다 수익의 43%를 멜론 운영사 로엔이 가져간다. 저작인접권을 갖는 MBC의 몫도 가수와 같은 18%다.

물론 음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자책(e북) 같은 디지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가 콘텐츠 판매시 유통업체가 떼어가는 수수료다. 출판사에 돌아가는 몫도 고려해야 한다. 정작 작가에 돌아가는 몫은 가수에 돌아가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수료를 매기는 기준도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배분 비율이 그런 것이다. 한 인터넷서점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출판사가 전송권을 계약할 때 배분 비율이 7 대 3 정도"라며 "유통사에서 e펍 파일 변환을 맡는지에 따라 약간씩 비율이 달라지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30% 수익 배분은 낯설지 않다.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요구하는 바로 그 수수료다. 때문에 최근 벌어지는 애플 내부결제(IAP) 논란에서 정작 당사자인 출판사와 저자는 조용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국내 종이책과 전자책 시장에서 유통사가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며 "출판사 입장에서야 애플에 30%를 떼어주나 유통사에 30%를 떼어주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털어 놓는다.

IAP 논란에 입만 꾹 다물고 있는 애플도 왜 출판사가 아닌 유통사가 문제제기를 하는지 의아해 한다. 앱스토어를 백화점에 비유하자면, 입점하는 거래처는 유통사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플랫폼과 어떤 유통업체가 돈을 더 많이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질 좋은 콘텐츠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게 우선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위기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IAP 정책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유통사들에 플랫폼의 변화는 두려운 위기다. 1인 저자들이, 출판사들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작품을 판매하는 비율이 늘어날 수록 위기는 커진다. 방법은 애플의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는 것 뿐인데 그말을 들어줄 애플이 아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통의 모델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출판사들이 질 좋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에이전시 모델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소비자에 매력을 주는 방안도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규모 유통업체나 앱 개발사들은 출판사들에 '에이전시' 모델로 접근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을 모두 겨냥해 출판사나 저자가 가지는 홍보와 마케팅 어려움을 돕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 중 일부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절대 선이 아니지만, 절대 악도 아니다. 그저 콘텐츠를 수급해 소비자에 내다 파는 장사꾼일 뿐이다. 디지털 시대 부가가치가 콘텐츠에서 창출되는 것이라면 ,말로만 콘텐츠를 외치지 말고 수익구조 자체를 살펴 제대로 된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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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와 만난 어느 출판 편집인의 말이다.

"소리바다를 죽인 것은 국내 대형 음원유통사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애플 IAP 논란이 단순하게 "누가 제일 나쁜 놈이냐"를 가리는 해프닝으로 끝나선 안된다. 이 기회를 콘텐츠와 유통사 간 수익 배분구조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만들자. 콘텐츠가 살아야 유통도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