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범 토이온 “글로벌 콘텐츠펀드 활성화돼야”

글로벌 콘텐츠를 육성키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유통에 대한 정부 인식은 여전히 낮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 펀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준범 토이온 대표는 27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문화관광분과위원회 주최로 열린 ‘콘텐츠 금융투자 활성화 포럼’에 참석해 “현재 정부의 콘텐츠 제작 투자 지원은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콘텐츠 글로벌 유통에 대한 인식이나 규모 자체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 ‘다이노맘’을 제작해왔다. 다이노맘은 약13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글로벌 프로젝트로 현재 1천5백관 규모의 북미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창투사인 리딩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무담보 대출, 콘텐츠완성보증제도 등의 지원으로 제작비를 수혈받아 무사히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다이노맘은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이상적으로 제작비 조달을 받은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지 수용자조사를 해본 결과 다이노맘이 미국 메이저 작품보다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흥행가능성을 미리 평가받았다”며 “이는 금융·정부·전략재무투자자의 삼박자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애니메이션도 전략을 세우면 해외 시장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북미시장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때문에 미국 시장 개봉여부와 실적이 작품 성공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북미 전역 개봉을 목표로 진출하는 국산 애니메이션은 다이노맘이 처음이다.

허 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메이저 제작사 외에도 독립제작사나 해외 제작사도 자금력만 있으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틈새 시장이 열렸다. 또 한국은 이미 글로벌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전략을 위해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하고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경험과 해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이노맘을 제작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금융지원보다 유통에 관한 사항이었다고 토로했다. 허 대표는 “다이노맘 배급투자에 대한 부분은 국내 재원으로는 매칭이 어려워 현재 싱가폴 벤처캐피털(VC)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글로벌 프로젝트의 향방을 가늠할 콘텐츠 금융으로는 글로벌 펀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펀드 운용을 통해 국내외 시장 정보와 관행을 제대로 분석하고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내년까지 2천억 규모의 글로벌 콘텐츠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허 대표는 “다이노맘의 북미시장 진출을 통해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콘텐츠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