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공장 투자, 10년만에 쉬어간다

일반입력 :2011/06/27 13:49    수정: 2011/07/04 10:21

송주영 기자

내년은 국내 LCD 투자 10년만에 처음으로 팹 준공식이 없는 해가 될 전망이다. 바쁘게 달려왔던 국내 대형 LCD 패널 생산 투자는 공급과잉에 대한 부담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섰다. 공급과잉, LCD 패널 시장 불확실성 등이 제기되면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대만, 일본 3국 8세대 팹 투자 경쟁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널 가격은 좀처럼 오름세로 전환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공급은 많은데 유럽 경기가 되살아나지 못하면서 수요는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공급을 견인할 만한 요소도 부족한 상태. 3D 등이 TV 수요 확대의 요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패널 가격 바닥이 언제냐, 언제쯤 경기가 풀릴 것이냐는 데 대해 전문가들도 좀처럼 ‘언제’라고 입을 열지 못한다.

■대형 LCD 패널시장 가격 견인 요인 불확실

올해 초 대형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1분기 내내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달 반짝 반등하는 듯했다. 최근 들어서는 다시 대형 LCD 패널 가격은 답보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0~42인치 LCD TV용 패널가격은 중국 노동절이 지나면서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예상했던 것처럼 지난달에는 4월 대비 5달러 가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희망을 던져줬다. 하지만 이번달에는 다시 가격이 답보상태다. 삼성전자 LCD,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와 대만 주요 패널업체 2분기 실적은 1분기 이어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도 계절적인 성수기 외에는 크게 가격을 부양할 만한 요인이 없다. 교보증권은 하반기 디스플레이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LCD 산업의 불황은 2011년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점검해본 LCD 업황은 3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언제쯤 대형 LCD 패널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LG경제연구원 문희성 연구원도 “패널업계 공급과잉 해소 시점이 올 하반기가 될 것인지, 내년이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과 함께 투자가 더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1세대 LCD 보다는 8세대 OLED

내년까지도 대형 LCD 수요 확대를 이끌어갈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공급업체 투자도 기존과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관련 행사 중 런던올림픽이 있기는 하지만 이외 세트쪽 부양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패널 투자, 가격 주기도 기존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대표는 “과거에는 패널업체가 투자를 이끌어가는 데 따라 가격이 1.5~2년 주기로 주기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투자보다는 시장 수요에 따라 주기가 4~5년으로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 업체 LCD 투자는 이에 따라 한박자 쉬어갈 전망이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추이를 보면 확실히 올해는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모두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2002년 LG필립스LCD가 세계 최초 LCD 5세대 라인을 가동한 이래 LG는 2003년 5세대, 2004년 6세대 라인을 가동했다. 2006년에는 7세대, 지난해는 8세대 p8 라인이 가동됐으며 지난해는 p8 확장 라인을 거쳐 올해는 p9 양산이 기다린다. LG가 2002~2004년까지 활발히 투자하고 2005년부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기간에는 삼성전자가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2003년 6라인, 2005년 7-1, 2006년 7-2, 2007년 8-1-2, 2009년 8-2-1, 지난해 8-2-2까지 투자가 꾸준히 이어졌다. 내년에는 삼성, LG 모두 새로 가동을 시작할 공장이 없다.

이와 더불어 11세대 LCD 투자도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1세대 투자보다는 대면적 OLED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수조원이 투입되는 팹 투자를 고려했을 때 8세대 OLED, 11세대 LCD 팹을 한꺼번에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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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8세대 AMOLED 파일럿 라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AMOLED 패널 분야에서 “선도업체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만큼 8세대 투자가 예상된다.

이 가운데 11세대 투자와 관련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투자가 언제쯤 진행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패널업계는 8세대 투자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분위기인데 11세대 투자도 지금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