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그만 좀 베껴라”…세계가 줄소송

일반입력 :2011/06/15 07:07    수정: 2011/06/15 08:52

김태정 기자

“카피캣(Copycat, 모방꾼)”

애플 교주 스티브 잡스가 올 초 아이패드2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에게 던진 독설이다. 애플의 독창성이 최고라는 자신감이 깔렸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애플이야 말로 카피캣”이라고 반박했지만 큰 울림은 아니었다. 아이폰-아이패드의 인기는 잡음(?) 따위를 덮기에 충분했다.

이 때 쯤부터 애플은 법정에서 공식 ‘카피캣’으로 전락했다. 아이폰-아이패드 관련 특허 소송에서 줄줄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애플이 남의 기술을 베껴서 제품을 만들었다’라는 주장이 사실로 인정받았다.

■“노키아 허락 받고 아이폰 만든다”

노키아와의 특허 분쟁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노키아가 애플이 자사 특허 46건을 침해, 아이폰을 만들었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을 때만해도 일부 애플 팬들은 코웃음을 보였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과 잡스가 몰락한 노키아 따위를 베꼈다는 주장이 터무니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결과는? 애플의 항복, 노키아의 대승으로 끝났다.

14일(현지시간) 美지디넷 등에 따르면 애플은 그간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침해한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노키아에 지불한다. 구체적 금액 규모는 함구했지만 아이폰 누적 판매량 2억대를 감안하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앞으로도 합의된 기간 동안 로열티를 계속 내야 한다. 아이폰-아이패드의 흥행이 노키아 수익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이다.

노키아가 지난 20년간 약 430억유로를 투자해 확보한 특허권은 1만여개. 휴대폰 신인 애플이 이를 피해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자사 특허를 잔뜩 침해해 만든 아이폰으로 혁신을 부르짖는 애플이 ‘카피캣’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우리의 특허 대열에 동참해 매우 기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특허권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코닥도 “애플 돈내라”

애플은 심지어 ‘이스트만 코닥’에게도 항복 직전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이미지 미리보기'가 코닥이 지난 2001년 취득한 특허인데 자사 소유라고 우기다가 패소 위기에 몰렸다.

코닥은 애플이 약 5억달러를 자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달 말 승소 소식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ITC는 “코닥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지난 달 기각하면서 코닥 편을 들어줬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9년 코닥과 합의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애플과 세기의 소송 전쟁을 진행 중이다. 애플이 먼저 “삼성이 우리 디자인을 베꼈다”고 싸움을 걸자 나선 맞소송이다.

삼성전자 역시 노키아와 입장이 비슷하다. 애플이 자사 통신 특허를 피해 아이폰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등록 수 2위. 휴대폰 기기 관련 특허는 거의 독식 수준이며, 분쟁 가능성이 있는 500여개는 특별 관리한다. 모바일 부문에서 삼성전자 특허를 피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모토로라와 HTC 등도 애플을 상대로 수십 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애플이 가진 휴대폰 본연은 통신 기술 전력에 허점이 보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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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잡스는 호주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 로고가 자사 ‘사과’와 비슷하다며 소송을 내는가 하면(울워스 로고는 사과가 아닌 호박), 반대로 대학생들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피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이어가는 중이다

댄 버그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로스쿨 교수는 “애플의 소송 전쟁은 과거 계속 반복되는 데자뷰와 같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소송으로 애플을 몰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