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쪼개면 구조조정?…SKT 노사 충돌

일반입력 :2011/06/09 10:36    수정: 2011/06/09 11:28

김태정 기자

“결국 대규모 해고가 임박했다는 얘기에요. 고용보장 없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힙니까”

8일 오전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로비.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노조원들이 ‘분사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했다.

간혹 노동쟁의를 벌였지만 대대적 집회는 SK텔레콤 노조와 거리가 멀었다. 비교적 조용했던 이들에게 최근 다가온 위기감이 상당했다는 방증이다.

노조 입장은 분사가 사실상의 구조조정 수순이며, 고용보장에 대한 약속이 없었기에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반기 수백여명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을 승계라는 원칙이 분명한데 노조가 너무 앞서 간다”며 반박했다.

■위기의 강자, 구조조정이 답?

근래 SK텔레콤의 경영환경은 구조조정을 단행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 내외에서 도는 설명이다.

경쟁사 KT가 합병으로 20조원 매출을 넘어섰지만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10조원 돌파 후 6년째 11~12조원에 머물렀다. 어딘가부터 성장이 정체됐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압박으로 연 7천500억원 규모 요금인하를 내달 시작하며,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모바일메신저 등이 나오면서 수익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 2009년 23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요즘 15만원대까지 추락한 것도 시장에서 SK텔레콤의 미래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전하는 SK텔레콤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부터 회사 고위급 임원들 간 내부 구조조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고, 지난 1월 취임한 하성민 총괄사장은 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산업생산성향상(IPE) 사업단을 기업사업 산하 조직으로 편성하고, 뉴미디어 부문을 키우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7명의 임원이 보직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다음은 자신들 차례라는 불안감이 사내에 커진 가운데 ‘분사’ 발표가 노조 폭발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분사를 강력히 추진하는 가운데 인력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할 사항이 남았다”며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분할-직원 소통, 두 토끼 고민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하성민 사장이 분사 시나리오를 순조롭게 진행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당장 오는 10월까지 플랫폼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사해야 하는데 이사회 결의 및 임시주주총회 등이 관문으로 남았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일방적 분사 반대 목소리를 집회를 통해 지속 표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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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기업문화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텔레콤은 플랫폼 부문 독자 생존과 함께 내부 직원들을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분사를 통해 구조조정 단행의 뜻을 세운 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이상 규모의 노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