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폰 무제한요금제 폐지...과연?

일반입력 :2011/05/08 18:24    수정: 2011/05/09 01:09

김효정 기자

징검다리 연휴기간인 8일,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이 스마트폰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를 위해 협의 중이라는 기사가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 또한 오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방통위와 SK텔레콤이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이를 접한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는 떠들썩하다. 분명 소비자나 업계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성장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라는 미끼가 사라질 경우 소비자의 반발에 부딪힐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물론 통화품질 불량 문제에 따른 무제한데이터요금제 논란이 지속돼 온 만큼 이번 소식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소비가 많은 소수의 사용자들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폐지하고 사용자가 음성·데이터·문자 사용량을 선택하는 '모듈형 요금제'를 도입하자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 통화중 끊김 현상이 최근 부쩍 늘어나면서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통신사들이 올해 7조2천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가 논의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바로 통신요금이다.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과 무제한요금제 폐지가 연계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방통위는 통신사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청소년 및 실버 요금제 등 스마트폰 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를 정부가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로서는 스마트폰 요금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경우,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제한요금제 폐지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올 연말이면 2천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기존 휴대폰 요금과 비교할 때, 정액제 방식의 스마트폰 가입자당월매출(ARPU)은 월등히 높다. 대중화 기로에 선 만큼 머지 않아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인하가 예상되기도 한다. 또한 현재 '금액/통화량/데이터사용량/문자량'으로 제한돼 있는 요금제도 좀더 유연하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정부의 개입이 아닌 사업자간 무한경쟁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이제 막 무선데이터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 시책에 맞게 요금인하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번 무제한요금제 폐지 논란도 정부의 개입이 없는 사업자의 전략이었다면 그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중화 정도에 따라 스마트폰 요금제는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는 과거 국내 시장에서 초고속인터넷의 발전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인터넷 가입자수는 10여년전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던 종량제의 PC 통신에서 정액제 초고속인터넷 ADSL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당시 월 3만원으로 8Mbps 속도를 제공 받았지만, 이후 초고속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업체의 무한 경쟁으로 지금은 100Mbps 서비스를 이용해도 3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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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의 활성화 과정에서도 통신비에 대한 논란은 스마트폰 못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던 것은 '인터넷이 가져다 준 문화적 혜택' 때문이었다. 가격이나 속도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2011년의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무선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문화적 혜택을 입는 수혜자들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비싼 통신비에 대한 불만이 조금은 누그러들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맥락에서 스마트폰 무제한요금제가 폐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다양한 방식의 요금제가 등장해 선택의 폭은 넓어질 필요는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치열한 경쟁으로 정액제 요금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