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벤처기업의 겁 없는 구글 도전기

박외진 아크릴 대표

일반입력 :2011/05/07 08:36    수정: 2011/05/07 08:40

정윤희 기자

검색으로 구글에 도전한다? ‘무모하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궁금해진다. 규모도 인력도 비교가 되지 않는 국내 벤처기업이 ‘검색 황제’라는 수식어를 가진 구글에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단지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감성을 분석하는 거예요. 맘뷰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즐거웠는지, 슬펐는지를 제시하는 거죠. ‘아, 정보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인터넷 상의 모든 정보를 감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직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가 꺼내든 카드는 ‘감성’이다. 구글이 이성과 논리를 무기로 전 세계 검색시장을 평정했다면, 이들은 감성을 파고들었다. 감성은 전 세계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아직까지 상업화되지 않았을 뿐,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크릴이 내놓은 것은 감성검색엔진 ‘맘뷰’다. 맘(MOM)은 감성의 원천인 어머니를 의미한다. 단어, 문장 구조, 논리 연결 등을 통해 텍스트상의 감성을 추출해 낸다. 인간의 감성을 정보로 인식하는 감성 컴퓨팅의 일종인 셈인데, 감성 컴퓨팅에 대해서는 이미 해외에서 MIT 등을 주축으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감성검색의 화룡정점, 모바일

박 대표가 맘뷰에 ‘지금 기자 인터뷰 중입니다.’를 검색했다. 결과는? 부담, 긴장, 어색함 등 부정적 감성이 떴다. 스스로 검색하고는 숨길 수 없는(?) 결과에 민망해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맘뷰 웹사이트에서는 문장감성추론, 문단감성추론, 브랜드 감성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감성을 보여준다. 각각의 검색 결과에는 수치화된 감성들이 표시된다. 매일 수많은 글이 등록되는 인터넷인 만큼, 감성 검색 결과는 그날그날 달라진다.

박 대표가 시연한 맘뷰 서비스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바일 버전이다. 모바일용 ‘맘뷰 라이트’에는 웹 서비스의 일부인 브랜드 감성 모니터링만 적용됐다. 일부 기능만 적용된 만큼 감성 무지개, 누리꾼 감성분포 테이블 등 다양한 감성 표현이 추가됐다.

“맘뷰는 모바일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폰북에 저장된 사람들과의 감성 관계를 낼 수도 있는 식이죠. 아니면 내가 보내는 문자메시지 속에 나의 감성이 뜬다던지, 감성에 따라 캐릭터의 표정이 바뀐다던지 등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선은 ‘재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 대표는 향후 모바일에서도 인기검색어, 실시간 감성 차트 등 진보된 검색 플랫폼을 제시할 계획이다.

■감성검색, 해외시장 문제없다

국내뿐만 아니다. 해외 시장 역시 맘뷰의 공략 대상이다. 자연스러운 의문이 떠올랐다. 외국인들도 우리와 느끼는 감성이 같을까? 예컨대 우리의 ‘한(恨)’이라는 정서를 외국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국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실제로 인간의 감성에 대한 국내외 논문을 다수 비교하고 웹커뮤니케이션에서 도출되는 총 32가지 감성을 도출했다.

“해외 시장을 이야기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외국인이 느끼는 것과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라별로 세세한 감성을 구분하긴 하지만, 웹이나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되는 감성은 거의 같습니다.”

박 대표는 한국인의 감성을 예로 들었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연구의 경우, 한국인의 감성을 150개로 분류한다. 문제는 이 150가지 중에서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감성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감성 선별 작업이 필수가 됐다. 이메일, 블로그, SNS 등 웹에서 자주 나타나는 감성을 1년여에 걸쳐서 70개, 50개로 줄였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32개다. 핵심감성 32개로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웹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감성도 고대에 이미 다 나와있는 것들입니다. 새로 추가된 것은 없어요. 표현이 조금 세련되게 다듬어졌다는 것 정도? 동서고금을 통틀어 해당 감성을 표현하는 데서 차이가 올 뿐입니다.”

향후 맘뷰의 해외 버전은 각 나라별로 언어팩을 장착하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박 대표의 목표는 대한민국 인터넷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감성을 내세운 맘뷰가 정보의 새 채널이 된다. 구글이나 네이버 역시 인터넷 정보들을 구조화하고 전달하는 미디어지만, 맘뷰의 경우 정보를 가공하고 재조직하는 툴(tool)이 감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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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맘뷰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6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실험 결과, 현재 맘뷰는 약 80%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웹 2.0이 아닙니다. 웹 E.0이죠. 인간의 목소리, 제스처, 표정뿐만 아니라 글 속에도 감성이 있습니다. 텍스트의 감성을 정보로 인식해야 하죠. 즉, 인터넷은 수많은 감성정보의 집합소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