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원생 고난의 모토로라 줌 개통기

일반입력 :2011/05/01 11:22    수정: 2011/05/01 19:55

남혜현 기자

지난 26일 모토로라 줌 출시일에 맞춰 서울 강남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한 이태훈(가명, 대학원생) 씨는 예약판매는 5월 말부터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그는 전날 줌 개통 뉴스를 확인한 후 대리점을 찾았지만, 통신사 고객센터나 매장에서는 그에게 출시일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정보만 제공했다.

모토로라가 태블릿 야심작 ‘줌’을 내놓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부터 사용까지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를 포함한 일부 소비자에 따르면 모토로라 줌이 출시 첫 날부터 개통과 회원사이트 가입 등,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모토로라 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 씨는 국내 개통 소식을 듣자마자 제품 구매에 나섰다. 절차는 쉽지 않았다. 방문한 매장마다 26일 개통이 맞지만 아직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다 줌은 5월 말이나 돼야 국내 출시된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

그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총 다섯군데의 매장을 돌아다닌 끝에 서울 강남 서초구에 위치한 한 SKT 지점에서 줌을 개통했다. 이 씨가 구입한 모델은 3G 전용 모델. 모토로라가 와이파이 모델의 줌을 출시하지 않은 까닭에 그는 월 정액제 요금제에 가입하고 나서야 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어렵게 제품을 구매했지만, 집에 돌아온 후 더 큰 문제가 벌어졌다. 이 씨가 3G 사용을 위해 유심(USIM)카드를 제품에 끼운 후 SKT 회원 페이지 '티월드(t-World)'에 가입하려 하니 문자를 인증번호를 받아라라는 안내 메시지가 뜬 것. 이 씨가 모토로라와 SKT측에 문의하자 태블릿 전용 상품인 줌은 문자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황한 이 씨는 제품 구매시 받은 유심을 휴대폰 공기기에 삽입해 문자를 받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인증되지 않은 단말기'라 불가능하다는 결과만 얻었다. 이 씨는 티월드 홈페이지를 이곳저곳 뒤졌지만 줌에 관한 설명이나 다른 인증방법, 혹은 문제점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 공지를 찾을 수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씨는 모토로라 측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뾰족한 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기자도 이와 관련 모토로라코리아 측에 문의했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SKT 이용자들은 휴대폰으로 문자를 받아 인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타통신사 휴대폰 가입자들의 경우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SKT 관계자 역시 줌은 태블릿이라 문자를 받지 못하며 와이파이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KT에서 서비스하는 휴대폰을 사용중인 이 씨는 제품 구매후 이틀만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직접 줌을 들고 매장을 찾았다. 그러나 절차는 복잡했다.

우선 이 씨는 매장 직원의 권유에 따라 갤럭시탭으로 임시 기기변경을 했다. 갤럭시탭은 통신기능을 지원하므로 문자와 전화가 된다는 직원의 설명에 따라서다. 갤럭시탭에 유심카드를 삽입한 후, 일시적으로 사용자 권한을 풀고 나서야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는 문자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줌으로 기기변경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씨는 이후 통신사측에서 일단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할 예정에 있다라는 답변을 추가로 들었다. 결국 서비스 지원이 늦어졌기 때문에 매장을 찾아 기기변경을 해야 하는 시간과 물리적 비용만 든 셈이다.

SKT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이 티월드에 가입하지 못한다고 해서 특별히 제품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특성상 제한이 있는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자기 사용량을 매일 확인하지 못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통신사들은 티월드 같은 자사 회원사이트를 통해 고객 이용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타통신사 휴대폰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태블릿에서 사이트 가입이 어려워지면 고객센터나 이용량 정보 확인, 불만접수, 이벤트 참여, 가격 요금제 변경 등을 이용할수 없다. 한마디로 반쪽 서비스를 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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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티월드에 가입할 수 없다면 SKT의 온라인 회원이 될 수 없고, 결국 반쪽짜리 서비스만 받는 꼴이라며 이럴 것이면 굳이 3G를 이용할 필요없이 와이파이만 쓰면 되지만 판매는 3G만 하고 있으니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토로라 줌을 기다리고 있다며 타 통신사에서는 아이패드의 문자인증을 처리하기 위해 따로 앱을 배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토로라나 SKT 같은 대기업들이 치밀한 전략이나 배려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서비스 때문에 혼란을 겪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