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네이트, 네이버 아닌 오버추어 겨냥?

일반입력 :2011/04/26 11:33    수정: 2011/04/26 18:18

정윤희 기자

다음과 네이트가 손잡고 네이버 견제에 나섰다.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앞세운 네이버의 검색광고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서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14일 포괄적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전선 구축에 나섰다. 검색 광고를 공동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싸이월드, 요즘 등 양사의 핵심 서비스도 연동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反네이버 동맹’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아닌 오버추어를 겨냥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다음-네이트가 오버추어 네트워크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검색광고 운영 노하우 축적…이탈위한 준비?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그동안 포털들은 지속적으로 자체 광고 상품 비중을 늘려왔다. 검색 광고는 포털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임에도, 이를 대행하는 오버추어에 상당액의 수수료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네이버는 오버추어 네트워크에서 이탈해 자회사(NBP)를 통해 검색 광고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NBP를 통해 검색 광고를 진행 중이다.

다음과 네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오버추어가 운영하는 스폰서링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검색 광고가 자체 광고 상품이다. 모바일에서도 검색광고 상품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검색광고 운영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쌓고 난 후에는 오버추어 네트워크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포털들이 자체 검색광고, 쇼핑 키워드 광고 상품 비중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음이나 네이트도 시점은 언제가 됐든 결국은 네이버가 갔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다음과 네이트가 오버추어 네트워크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예측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오버추어에서도 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과 네이트는 이번 제휴로 서로의 검색광고를 공동 운영한다. SK컴즈의 클릭당 과금 방식(CPC) 검색광고는 다음이, 다음의 정액제 과금 방식(CPT) 광고는 SK컴즈가 운영에 참여한다. 구체적으로 네이트에서는 CPC로 운영되는 스피드업에 다음의 CPC 광고가 노출되고, 다음의 스페셜링크에는 SK컴즈의 CPT 광고가 노출되는 식이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미리 정해진 일정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양사는 각각 경쟁력 있는 상품 운영에 집중함으로써 상품 고도화, 시스템 및 인력 운영에 있어서 좀 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네이트의 제휴는 ‘성동격서(성의 동쪽을 공격하는 척 하면서 주의를 돌려 실상은 서쪽으로 쳐들어간다는 의미)’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은 네이버를 겨냥하는 척 했다가 장기적으로는 오버추어와 결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이번 제휴에 네이버 보다는 오버추어가 큰 위협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네이버는 다음과 네이트 제휴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두 포털의 연합이 치명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NHN 관계자는 “오는 6월 두 포털의 연동을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다음과 네이트가 연합했다 하더라도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강 구도 형성 자체에 의미부여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다음과 네이트 제휴는 NBP의 검색광고 시장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버추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충분히 그런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T산업에서 ‘장기’보다는 단기, 중기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네이트의 제휴는 우선은 NBP 견제, 양강 구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색광고 대행사 관계자 역시 “검색 광고 시장을 하나의 회사가 장악하게 된다면 대행사 입장에서건, 광고주 입장에서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일례로 최근 NBP에 대한 검색광고 대행사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번 다음과 네이트의 제휴로 다음과 네이트, 야후(오버추어)는 같은 검색 광고 결과를 노출한다. 검색화면 제일 윗 단에 노출되는 스폰서링크는 업무제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네이트와 다음 모두 오버추어의 계약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노출 채널이 많아지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광고주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다. 양사 관계자는 “두 곳 중 한 곳에만 광고를 집행해도 두 서비스에서 광고가 노출되므로 광고주 만족도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네이트의 연합전선 구축은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反네이버 동맹이라고 해서 오버추어가 마음 놓고 있을 만한 사안은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