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법-게임법, '24시간'이 운명 가른다

일반입력 :2011/04/13 14:44    수정: 2011/04/13 21:27

전하나 기자

게임업계를 강타한 청소년보호법(청보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내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결판난다. 한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개정안은 절차상 이번 회기 내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3일 정부 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 규제안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의 상임위 의결일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20일로 정해진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 일정과 고작 하루 차이다.

청보법(여성부)과 게임법(문화부)은 게임 규제 내용에 대한 중복으로 한데 묶여 지난해 4월부터 법사위에 함께 올라있었다. 부처간 의견 조율이 어렵자 법사위는 지난달 게임법만 수정 의결했다. 산업 발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 '오픈마켓 사전심의제'부터 해결키 위해서다.

청보법과 갈등 소지가 남았다는 이유로 삭제된 게임법 내 게임 과몰입 규제 조항은 국회 의사결정을 다시 밟는 중이다.

지난달 법사위가 '청보법 내 규정된 인터넷게임 중독 경고문구의 내용 및 표시방법과 실명 및 연령 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 및 친권자 동의 등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게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조정안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게임법 개정안은 아직 법사위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회 문방위 간사인 한선교 의원 측은 문방위 일정상 18일 상정안건으로 잡힌 게임법은 19, 20일 소위를 거쳐 21일 의결돼야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게임법은 '반토막', 청보법은 '거대한 탄생' 될지도

현재 게임업계로선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병합심사를 이유로 들어 청보법 심사를 6월 국회로 미루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게임법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 이번 법사위에서 부처 간 합의에 따른 조정안이 아닌 청보법 원안이 통과되는 일이다.

국회에 제출된 청보법 원안에는 셧다운제 적용 연령이 19세 미만 전체 청소년으로, 적용 범주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이라고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다. 최근까지도 여성부 관변단체들은 청보법 원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미 여성부가 법사위에 '홀로' 남아있는 청보법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원안 통과를 위한 물밑 로비에 한창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한 국회관계자는 여성부 고위인사가 여러 차례 법사위 전문 의원실을 방문, '게임법은 반이라도 통과됐으니 이번에는 청보법을 꼭 좀 성사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셧다운제가 여성부 기금을 마련키 위한 선행 작업이란 의혹이 일파만파 퍼진 상태에서 만약 청보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여성부는 완전한 게임산업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부도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혹여라도 지난달 수정 의결된 게임법이 빌미가 돼 청보법 원안이 처리된다면, 1년여 동안 해온 노력들이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행정부처 법안 나눠주기?…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게임 규제 정책은 산업 주무부서인 문화부가 관할해 온 업무다. 그러나 산업 진흥이라는 '당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라는 '채찍'을 소홀히 해 게임 역기능을 방관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어왔다.

청소년정책 주무부서인 여성부가 게임 역기능 해결사를 자처하며 규제의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이 싸움의 시작이었다. 게임에 신종 유해물이라는 딱지를 붙인 여성부에 업계와 문화부가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문화부는 지난해 12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여성부의 청보법에 담기로 했다.

합의 이후 규제 범주를 두고 또다시 공방이 일고 있지만, 셧다운제가 온라인게임에 적용된다는 것에는 양부처 모두 이견이 없는 상태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일반법과 특별법 관계도 아닌 두개의 법률이 하나의 내용을 나눠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며 입법은 국회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처가 이를 타협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법률 관할권을 쪼개서 계속 분쟁에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셧다운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모바일게임사의 '셧다운제 앓이', 대체 언제까지…

현재 셧다운제를 둘러싼 핵심쟁점은 모바일 게임 적용 여부다. 두 부처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시행에 2년 유예를 두기로 했지만, 적용 방법 등을 놓고는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2년 유예는 여성부와 문화부가 각각 '1년 유예 후 곧바로 시행'과 '3년 유예 후 재검토'라는 입장으로 맞붙다가 한발씩 물러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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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성부는 이같은 합의가 규제 재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2년 후 바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문화부는 2년 뒤 중독성 여부를 입증한 뒤 재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관련업계의 혼란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바일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몇년 유예냐 아니냐는 것은 중요치 않다. 일단 셧다운제가 통과되면 규제 범위 확대는 시간 문제라며 무엇보다 유해물 딱지가 붙은 게임산업은 업계 종사자들에 지울 수 없는 멍에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