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게임 1세대가 말하는 '소셜' 게임이란

일반입력 :2011/04/11 12:00    수정: 2011/04/11 23:32

전하나 기자

이른바 소셜시대다. 언제부턴가 모든 이슈와 현상에 '소셜'이라는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몇해 전만 해도 가능성만 보였던 소셜게임이 '제대로' 뜨고 있다.

지난해 10억 달러였던 소셜게임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 5배인 50억 달러가 된다는 美시장분석기관의 시장 보고서도 있다. 맥도날드, 혼다 같은 빅브랜드는 광고 블루칩을 알아보고 이미 격동의 소셜게임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징가, 플레이피시 등 단기간 성공을 일군 사례가 생기자 국내서도 '대세'를 타고 수많은 소셜게임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국내외 퍼블리셔들이 '한눈에 반한'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소셜게임 1세대,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를 만났다. 그는 소셜게임을 '혁명'이라 일컬었다.

모바일·소셜게임에서 필요로 하는 플래시개발, 리눅스 기반의 웹서버 기술은 윈도우즈 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완전히 '천대받던' 기술입니다. 이 때문에 MMORPG가 주름잡고 있는 한국에서 모바일·소셜 게임은 기존 게임의 진화가 아니라 완전히 혁명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설립한지 갓 1년이 지난 로드컴플릿은 경기도 UT프로그램 수출 업체 선정, 콘텐츠진흥원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사업 우수상 수상, 미국 게임샐러드사와 양해각서(MOU) 체결, 칠링고 퍼블리싱 계약, 삼성전자 대규모 사전 투자 등 짧은 시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시장을 놀래켰다.

배정현 대표가 소셜게임에 눈뜨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그는 2007년 미국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에이지오브엠파이어'를 제작한 멤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일한 베테랑 개발자들이 모인 '히든패스엔터테인먼트'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맡아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예기치 않게 접혔고, 회사도 정리하게 됐다.

배 대표는 오히려 이것이 기회였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과 DVD가 잘 팔린다는 속설이 맞아떨어지기도 전 '아이폰과 (공짜) 소셜 게임'이 등장한 것. 징가와 플레이피시가 혜성같이 나타난 것도 이때였다.

그는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고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분당에 얻은 방한칸이 시작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 배수정씨와 '버리고 만들기'를 반복하며 한달 주기로 수십 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이중 하나가 '플레이 칼레이(Play Kalei)'다. 만화경이라는 독특한 소재, iOS 기기 고유의 정전식 터치 조작, 아이패드2 전면카메라를 활용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이 특징인 이 게임은 개발 단계부터 '앵그리버드'와 '컷더로프'를 퍼블리싱한 칠링고와 계약을 맺으며 실력을 톡톡히 인정 받았다.

이미 한국을 테스트베드(test-bed)로 거친 작품은 오는 14일 아이폰, 아이패드용 글로벌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싸이월드 1촌으로 등록된 친구들과 함께 심리테스트를 즐기는 게임으로 인기를 모았던 '남녀심리탐구'도 로드컴플릿이 AN게임즈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이 대목에서 배 대표는 흥미로운 사실을 귀뜸했다.

남녀심리탐구가 나오자마자 반응이 무척 좋았거든요. 그런데 인기가 높아질수록 게임을 설치했는데 실행이 안된다는 제보가 들어오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게임은 처음부터 게임 이용자가 개발자의 지인들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도록 잘못 설계됐던 겁니다. 개발자들이 아무리 해도 못찾아 낸 황당한 문제점을 신입 개발자가 발견해냈죠.

'말도 안되는' 버그는 배정현 대표에게 소셜게임에 대한 확신을 다시 한 번 갖게 해준 계기였다. 모든 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반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배 대표는 생각했다.

10여명의 로드컴플릿 직원들의 친구에서 시작된 게임 이용자들이 나무 가지처럼 뻗어나가 '남녀심리탐구'라는 게임을 즐기는 수만명의 이용자로 불어난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로드컴플릿이 현재 개발 중인 일명 데이팅 SNG '프로젝트 B.B'가 이에 착안한 결과다. '다마고찌'처럼 이용자가 곰을 육성하고 또 직접 큐피트가 돼 다른 곰과 연애시킬 수 있다는 스토리의 프로젝트는 2가지 게임으로 구성된다.

바로 곰을 기르는 내용의 모바일 게임과 곰이 자라면 결혼시켜 마을로 보내 무리를 이루게 한다는 내용의 웹버전 소셜게임이 연동되게끔 하는 방식이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이용해 게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획도 꾀하고 있습니다. 곰을 산책 내보낸다는 개념으로 게임 이용자가 현실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공유할 수도 있게 하는 거죠. 게임 안과 바깥을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제가 만드는 소셜게임의 목표입니다.

'기발한' 발상의 프로젝트는 개발도 되기 전, 스토리보드 한 장으로 삼성전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냈다. 현재 5월 출시를 앞둔 게임은 막바지 개발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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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게임 1세대로서 게임시장의 새 장을 열어나가고 있는 '젊은 CEO' 배정현씨. 그는 대화 내내 게임을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아리송하던 그의 말과 '소셜게임이 뭘까'라는 궁금증은 풀렸다.

소셜게임의 핵심은 말 그대로 '소셜'입니다. 이용자간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죠. 지금 나와 있는 소셜게임 대부분이 육성 시뮬레이션에 치우쳐 있는데 소셜게임이라면 단순히 친구를 자원이나 도전요소로 쓰기 보다 '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증진시켜 주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