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리더들 "셧다운제 성공 못한다"

일반입력 :2011/04/05 11:08    수정: 2011/04/05 18:52

전하나 기자

부모 역할을 정부가 대신하는 것에 반대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계적 소셜 게임사 징가(Zynga)의 닐스 펄만 최고정보보안책임자(CSO)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셧다운제'에 대해 밝힌 의견이다.

지난 4일 서울서 열린 보안 컨퍼런스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한 닐스 펄만 CSO는 미국 게임 산업을 대표한 발언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도 자녀의 게임 이용은 충분히 가정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징가는 지난 2008년 6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업체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편승해 자사의 소셜게임 '팜빌' '시티빌' '마피아워' 등을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5억달러 규모의 투자자를 확보하면서 100억달러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됐다.

한편 지난해 본지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로버트 골드버그 징가 수석 부사장 역시 국내법에 대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골드버그 부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픈마켓 게임 사전심의는 개발자들의 창작성을 크게 훼손시킨다며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게임물 사전등급심의라는 국내법을 수용치 못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는 게임물을 유통시킬 수 있는 게임 카테고리가 개설돼 있지 않다. 때문에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은 해외 오픈마켓 시장에 게임을 내놓지 못하거나 아예 내수 시장을 포기하는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임시국회서 오픈마켓 게임 사전 심의 예외 조항을 골자로 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부랴부랴 처리했다. 하지만 적어도 3개월이 걸리는 시행까지 '암초'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달중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셧다운제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를 추진 중인 여성가족부 주장에 따르면 규제 범주에는 PC온라인게임 뿐 아니라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모바일 게임도 포함됐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적용 2년 유예'라는 조정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마저도 세부적인 규제 방법 등을 놓고 잡음 섞인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모바일게임에 셧다운제가 적용된다면 오픈마켓 자율 심의제의 취지는 사실상 무색해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전 심의제를 이해하지 못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초강수 규제법인 '셧다운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지난달 초에는 미국 최대 게임협회인 ESA가 셧다운제는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을 침해한다 셧다운제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웹상의 모든 산업과 이용자 전반이 피해를 입을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우리나라 국회 법사위 의원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법이 기술을 못따라가는 것도 모자라 역행까지 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며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의 유명 게임사 임원들과 권위 있는 단체가 우리 산업계에 연이어 쓴소리한 것에 대한 의미와 내용을 똑바로 새겨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