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가격 말못해!..."애플이 웬수"

일반입력 :2011/03/30 14:36    수정: 2011/03/30 14:50

김태정 기자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이 신작 태블릿 가격을 철저히 함구,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애플의 아이패드2 가격파괴 작전이 먹혀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외 태블릿 제조사 대부분이 출시가 임박한 신제품 가격 책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모토로라 줌, 아이패드2 대비 비싸?

대표적인 곳이 모토로라.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만든 태블릿 ‘줌’을 해외서 799달러(약 88만원, 3G+와이파이 32GB)에 출시했는데 아이패드2가 729달러(약 80만원)에 나오면서 난처해졌다.

멀티미디어 고성능을 인정받은 ‘줌’이지만 10만원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인지도 선두인 아이패드와 맞서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줌’은 두께가 12.9mm로 아이패드2(8.8mm)나 갤럭시탭2(8.6mm) 대비 두껍다. 이에 따라 모토로라는 ‘줌’에서 3G 기능을 뺀 32GB 와이파이 단독 모델은 599달러(약 66만원)에 출시하는 등 고육책까지 썼다. 비슷한 사양의 아이패드2와 같은 가격이다.

모토로라는 내달 중순 ‘줌’을 SK텔레콤으로 국내에 출시하겠다며 지난 29일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지만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정철종 모토로라코리아 사장은 “줌의 가격은 SK텔레콤과 아직 협의 중”이라며 “와이파이 단독 모델은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 다 죽으라는 소리”

오는 6월 신작 갤럭시탭(8.9인치, 10.1인치)을 출시할 삼성전자도 고민이 비슷하다. 1280×800 해상도(아이패드2 1024×768)에 듀얼코어 등으로 무장한 제품이지만 비싸게 받기가 힘들어졌다.

아이패드2 대비 싼 가격은 많아야 80만원대를 뜻하며, 전작인 7인치 갤럭시탭 출고가 99만5천50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신작 갤럭시탭의 사양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10.1인치 모델은 후면 카메라 화소가 지난 달 800만에서 최근 300만으로 이미 줄었다. 가격 경쟁력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기능과 디자인, 가격 등은 국가별로 다르거나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태블릿 제작에 들어간 팬택은 애플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시장 독식을 노릭 가격 파괴라는 지적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애플의 아이패드2 가격 정책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짧게 보면 소비자 측면에서 좋겠지만 멀리 보면 종의 다양성을 깨뜨리고 애플 독점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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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장형성 초기에는 서로 기술 개발 경쟁을 해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며 “(최근 갤럭시탭을 공개한) 삼성전자도 손해를 감수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구형 아이패드 가격을 많게는 18만원 정도 내렸다. 한국에서도 110만원이었던 3G+와이파이 64GB 모델을 92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경쟁사들의 한숨 소리가 더 커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