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무릎 꿇린 코닥 기술력

일반입력 :2011/03/27 12:59    수정: 2011/03/28 10:31

김태정 기자

한 물 갔다고? 내가?

코닥 필름으로 유명한 이스트만코닥(이하 코닥)이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과 리서치인모션(RIM)까지 무릎 꿇릴 기세다. 이들과의 기술 특허 분쟁 소송에서 승소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외신에 올랐다.

시쳇말로 한 물 갔다는 코닥이 세계 최고 IT 기술력을 과시하는 애플을 상대로 한 ‘기술 싸움’에서 이긴다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코닥이 애플-RIM과의 이미지 미리보기(preview) 기술 등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이미지 미리보기 기술은 말 그대로 촬영한 사진을 작은 크기로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에 탑재된 흔한 그 기술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리보기를 하면서 전원과 메모리 용량을 줄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코닥은 이 기술을 일찍이 개발, 지난 2001년 특허 취득에 성공했다. 디지털시대 패자로 추락했지만 이 특허 덕분에 적잖이 재미를 봤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각각 5억5천만달러(약 6천억원)와 4억1천400만달러(약 4천500억원)를 코닥에 넘기기로 지난 2009년 합의했다.

때문에 애플과 RIM 역시 합쳐서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를 코닥에 내놔야 한다는 것이 코닥 경영진들이 만든 시나리오다.

안토니오 페레즈 이스트만코닥 CEO는 “이번 소송에서 이긴다면 10억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며 “우리는 주주들의 권익을 위한 승리를 확신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코닥의 편을 들었다. 애플과 RIM이 코닥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심리할 예정이다.

준사법기관인 ITC는 특허침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지만, 미국 특허를 침해한 외국 기업의 미국 시장 퇴출 명령은 가능하다. 최종 결론은 오는 5월23일 낼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날 코닥의 주가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서(NYSE)에서 25%, 나스닥에서 9% 급등했다. 이번 소송 승소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닥은 디지털사진 기술과 관련해 1천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의 첨단 디지털카메라 기능 대부분이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구현됐다. 스마트폰을 앞세운 디지털 시대의 공룡들이 코닥에 떨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