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vs. HP, 유닉스 혈투…'점입가경'

HP서버에서 새 오라클DB 못쓴다

일반입력 :2011/03/24 18:20    수정: 2011/03/25 15:34

오라클발 태풍이 유닉스 서버 시장을 강타했다. SW파워를 앞세운 오라클의 공세에 직격탄을 맞게 된 HP가 극렬히 반발하며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오라클은 유닉스서버에 사용되는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지원용 SW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오라클 측은 인텔과 다각도로 논의한 결과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SW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이태니엄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레드햇도 아이태니엄용 SW개발을 이미 중단한 상태란 것도 덧붙였다.

■발끈한 HP 오라클, 불공정한 경쟁 유발한다“

HP가 곧바로 반발했다. HP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이용해 유닉스 서버를 생산하는 가장 큰 회사다. HP는 유닉스 CPU 개발을 인텔에게 맡기고, 서버제품 아키텍처 고도화에만 집중해왔다.

데이비드 도나텔리 HP 수석부사장은 이날 반박 자료를 통해 “고객들을 우롱하는 오라클의 처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오라클의 의도는 썬의 하드웨어 제품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기업이 기업 및 정부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고객들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업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회장은 같은날 “인텔은 이미 지난해 출시된 투퀼라칩의 후속 제품인 폴슨(Poulson)과 킷슨(Kittson)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조만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HP를 거들고 나섰다.

오라클의 조치는 HP 유닉스 고객이 앞으로 새로운 버전의 오라클 DB를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라클은 현재 운영중인 DB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닉스 서버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HP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HP는 “앞으로도 고객과 고객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 아이태니엄 죽이고 스팍 키우기?

오라클은 유닉스 서버 프로세서로 후지쯔와 공동개발하는 ‘스팍’을 사용한다. 이번 조치는 인텔의 아이태니엄을 죽이고 그 자리를 스팍으로 채우겠다는 노림수다.

오라클이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후 유닉스 서버시장은 IBM과 HP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현재 오라클의 유닉스서버 점유율은 5~7%에 불과하다. 실제로 수많은 수주전에서 HP는 오라클을 밀어내고 연거푸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계속된 하락세에 오라클은 썬서버에 대한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지난1월 단행된 DB 라이선스 정책변경부터다. 오라클은 썬 서버 라이선스를 코어당 0.25로 줄이면서, HP 슈퍼돔의 라이선스를 기존 0.5에서 1로 상향조정했다. 시장우위를 점한 DB, 애플리케이션을 앞세워 썬 서버의 가격경쟁력을 높인 조치였다.

이번 조치는 아예 오라클 DB를 이용할 수 있는 서버에서 HP를 제외시킴으로써 기업이 HP 유닉스 서버 구매를 고려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금융권 등의 계정계 시스템에서 유닉스 서버와 오라클DB의 비중이 모두 절대적이란 점을 고려하면 파괴적인 조치라 할 만하다.

■'애플 코드'가 오라클과 HP 혈투 불렀다

오라클은 썬 인수 후 끊임없이 HP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레오 아포테커가 HP 회장으로 부임한 후 SW사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다.

HP는 최근 데이터웨어하우징 SW업체 버티카를 인수했다. 올해 이를 채용한 DW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라클의 DB머신 엑사데이터와 정면 대결을 예고한 부분이다.

레오 아포테커 HP 회장은 부족한 SW를 오픈형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열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개발해 HP내부에서 사용해온 오픈소스 기반 애플리케이션도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클라우드 컴퓨팅과 엮고, 컨버지드 인프라를 앞세워 IT시장 주도권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오라클은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OS, SW, 가상화 등을 최적화한 토털 솔루션을 내세운다. 모든 IT 구성요소를 담은 클라우드 플랫폼도 선보였다.

결국 두회사는 토털솔루션이란 기본적인 사업전략부터 동일하다. HP와 오라클의 전선은 모든 IT분야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또한 IT환경의 새로운 트렌드인 클라우드 컴퓨팅은 한번 선택한 공급업체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구조다. 한번 지면 수년동안 매출확대는 꿈도 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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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솔루션에 대한 오라클의 다음 목표는 스토리지일 가능성이 높다. HP가 3PAR를 인수한 후 비정형데이터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오라클의 스토리지는 DB에만 특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SNS 등 비정형데이터가 정형데이터보다 월등히 많이 생성되는 현 상황에서 오라클의 시장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스토리지 전문업체를 인수하려는 오라클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