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마존'…KT의 꿈은 이뤄질까

일반입력 :2011/03/22 08:10    수정: 2011/03/22 15:05

“1년 후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본다. 한국판 아마존 클라우드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판 아마존 클라우드를 선언한 KT의 계산이다. 윤동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 상무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일 KT는 '유클라우드CS'를 상용화했다. 한달간 1개월 무료이용기간을 뒀기에 현재 매출은 제로. 본 게임은 다음달부터다. 1년이란 손익분기점은 생각보다 짧다. KT가 한국판 아마존을 자신하는 근거를 들어봤다.

■‘값싸고 질좋은’ 공급이 수요를 키운다

유클라우드의 사업성에 대한 KT의 계산은 저비용 고효율이다. ‘값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성공하겠다는 거다.

“유클라우드에 대한 손익분기점(BEP)은 KT 내부 클라우드로 해결됩니다. KT에 유클라우드를 적용했을 때 절약되는 투자비가 크죠. 외부에 팔면 이득이 되는 구조에요. 지금은 투자비가 더 많지만 내년이면 내부 비용 절감으로 투자비 회수 가능합니다. 내부 비용절감을 제외한다고 해도 서버 랙 하나당 60%를 판매한다면 1년이면 BEP 확보 가능합니다.”

KT 전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을 때 얻는 비용절감 혜택이 투자비를 상쇄한다는 설명이다. 기존대비 4분의 1까지 IT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KT는 전망한다.

고객층도 아마존과 같다. 중소기업과 벤처, 개발자 등을 잠정적인 사용자로 본다.

“아마존을 보면 벤처기업과 SMB 등이 주된 이용자지요. AWS 단일 고객의 이용 규모로 볼 때 서버 1만대정도가 최대입니다. 근데 아마존이 싱가포르에서 벌인 클라우드가 벌써 매진돼 확충에 들어간답니다. 한국시장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대기업이 경제규모를 과점해 조금 다르지만 가능하다고 봐요. IT 스타트업과 SMB에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요.”

박리다매를 노린다면 문제는 마진이다. 아마존은 AWS사업에 대한 자세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데, 안갯속 AWS의 실적을 두고 일각에서는 낮은 수익성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에 윤 상무는 인텔의 서버 프로세서를 예를 들어 반박했다.

“인텔쪽에서 들은 얘깁니다. 클라우드랑 가상화로 가면 서버 판매 매출이 줄어든다고 봤답니다. 그런데 가상화 후에 인프라 성능이 좋아지고 싸지니까 이전엔 쓰지 않던 애플리케이션을 돌리게 돼서 오히려 전년보다 판매가 늘었더군요. 숨어있던 수요가 드러난다는 거죠. 클라우드도 마찬가지에요. 전국의 서버가 클라우드로 가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겁니다.”

■인프라 비용 ‘하드웨어+오픈소스’ 시너지로 해결

이제 KT의 비용절감 해법을 알아볼 차례다. 주문제작방식(ODM)과 오픈소스가 키워드다. 윤 상무는 스토리지를 예로 들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는 계속 스토리지를 늘려가야 하는 구조죠. 비용 절감은 스토리지 능력에서 나옵니다. 서버 가격은 ODM을 해도 15%밖에 차이 안나요. 스토리지를 자체 개발하면 5배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 스토리지를 KT가 하드디스크와 박스를 사서 컨트롤 서버와 SW를 올려 튜닝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나오는 거죠.”

스토리지는 하드웨어와 SW의 결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토리지업체가 하드웨어보다 확장성과 유연성을 높인 SW를 더 강조하는 이유다. KT는 오픈소스로 완성도를 높였다.

“스토리지 컨트롤을 위해 오픈솔라리스의 제타바이트파일시스템(ZFS)를 사용했습니다. 유연한 파일시스템 구조를 가진 오픈소스인데 x86기반 소스코드로 누구나 마음대로 수정해 사용할 수 있죠. 이를 튜닝해서 파는 업체에 아웃소싱해 가격을 줄였습니다.”

구매절차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KT는 부품원가를 조사해 적정가격을 산출한 후 가격경쟁을 유도했다. 구매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KT의 기존 구매 프로세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추진본부에서 직접 계약했습니다. 어떤 물건이든 시장 가격이 있기 마련인데, 하드웨어 스펙에 맞춰 부품의 원가를 다 조사해 적정 가격을 산출했습니다. 나름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가진 상황에서 사업제안서(RFP)를 받았고, 가격비교해서 바로 구매했지요.”

■통신사라 가능한 선택, 그러나 한계도 있다

통신사란 KT의 태생은 빌링시스템 개발시간을 줄이게 했다. 타 사업자와 출발선이 다른 것이다.

“KT는 원래 가지고 있던 빌링시스템을 서비스에 연계하기만 하면 됩니다. 클라우드 사용량 데이터만 취합해서 넘기면 되죠. 기술력만 갖고 시작하는 회사는 빌링시스템을 처음부터 다 갖춰 나가야해요. 옵션에 따라 그 복잡성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간단해도 수십억원씩 들어가죠.”

요금체계가 나온 김에 과금체계를 월단위로 한 이유를 물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이점이라면 상황에 따라 사용량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는 점인데, 월단위 과금은 이에 반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KT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였다.

“지금은 월단위로 약정하면 할인해주는 방식입니다. 시간단위 과금은 트래픽 체크만 하면 되는 거니, 못한다기보다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에서 전면적인 시행을 보류한 겁니다. 잠깐 쓰고 말지 않을 거라는 거지요. 또, 완전한 월정액도 아니에요. 때에 따라 서버 사용량이 다른 고객은 분명 있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 반영하게 됩니다. 약정보다 3분의 1만 썼다면 월요금에 반영하는 식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KT는 빌링시스템처럼 부가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에너지소모를 줄이면서 동시에 여러가지를 준비할 수 있었다. 글로벌 사업 추진도 한 부분이다.

다만, 한국기업이란 이미지가 부담이다. ‘코리아’란 브랜드는 아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해외진출과 함께 외국 브랜드를 빌리는 전략이 선택될 듯하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전세계 1%에 불과하고 국가 브랜드도 아직 부족하죠. 때문에 글로벌 사업은 유럽, 일본 등 현지기업과 얼라이언스를 맺어 지역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를 고민중입니다. 여기에 KT 글로벌 사업본부에서 진행해온 전용회선 사업을 거점삼아 진출하는 방법도 논의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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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통신사로서 KT의 고민이 터져 나온다. KT는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노하우를 갖지 못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탓이다. 그는 역량있는 컴퓨팅 인력에 목말라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엔지니어입니다. 해외에 상주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할 인력이 필요한데 사람이 없어요. 적어도 한 지역에 6~7명은 필요한데, 국내 사업을 위한 엔지니어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죠. 한국은 실리콘밸리처럼 시스템 레벨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력풀이 턱없이 부족해요. 학력에 상관없이 파격대우로 채용할 의사 있으니 광고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