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달인, 외국어교육의 달인이 된 사연?

천양현 코코네 대표

일반입력 :2011/03/07 16:22    수정: 2011/03/24 09:58

정윤희 기자

“외국어 공부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코코네’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천양현 前 NHN재팬 회장이 돌아왔다. ‘게임의 달인’이 그가 이번에는 언어교육 서비스 ‘코코네’를 들고 왔다. 그에게서 게임을 기대했다면 다소 쌩뚱 맞아 보이지만, ‘소셜러닝’을 표방한 ‘코코네’의 한국 상륙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사실, 언어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평소 대화를 할 때 주어, 서술어, 목적어를 따지지는 않잖아요. 이렇듯 모국어가 있는 사람들은 나라마다 특유의 언어 감각이 있습니다. 즉, 외국어를 배울 때 잘 틀리는 패턴이 있는 거죠. ‘코코네’는 학습자가 그 언어 특유의 느낌을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지난달 18일 국내 오픈한 ‘코코네’는 게임, 커뮤니티성, 커뮤니케이션을 한 데 모은 새로운 언어학습 서비스다. 애니메이션, 게임을 통해 학습자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으며, 원어민과의 대화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코코친구, 코코레벨 랭킹 등 커뮤니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영어 버전을 서비스 중이며 상반기 내 한국어 서비스를 앞뒀다. 일본 영어교육 학계에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것이 천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서는 우선 일본어 서비스만 진행한다. 한국 법인 대표는 한게임 고스톱을 개발한 유희동 대표가 맡았다. 단순히 서비스를 가져오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대폭 업그레이드 했다. 지난해 4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같은해 11월까지 시범 서비스를 연기한 이유다. 앞으로 영어, 중국어 서비스는 순차적으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일본, 중국에서도 3개국의 언어 서비스를 오픈한 후에는 한-중-일 3국에서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서비스가 목표다.

■왜 언어교육인가?

사실 ‘천양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처음 떠오른 의문은 ‘어떤 게임일까’였다. 지난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가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한 NHN재팬의 前회장.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무래도 제가 하던 것이 있다 보니 왜 게임을 다시 안 하느냐고 많이들 물어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에 와서 게임을 다시 만들 생각은 없어요. 한국에서도 해봤고, 일본에서도 해봤잖아요. 이제 한 번 더 하면 두 번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천 대표가 생각하는 인터넷의 기본은 커뮤니티다. 게임에서부터 최근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그가 사람들이 즐기고 나누는 것이 굳이 게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이유다.

“게임에서는 더 이상 목표가 안보였어요. 돈을 버는 것이 일차적 목표는 아닌데, 게임에서는 이미 하고 싶은 것을 이뤘죠. 어떤 것이 의미가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고,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어교육 사업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다른 것은 다 잘 발달되거나, 되고 있는데 언어만큼은 지지부진하더라는 깨달음이다. 일본 게이오대학교대학원에서 인지언어학을 전공한 천 대표는 “여전히 우리나라는 한 해 외국어 교육에만 수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모국어 환경에서는 언어를 배우기가 힘듭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예요. 늘 접할 수 있는 환경이나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힘들죠.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언어교육을 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커뮤니티로 집중력↑…원어민 대화까지

“언어는 말 그대로 ‘습득(習得)’해야 되는 겁니다. 분석력이 필요한 수학과는 다르게 집중해서 꾸준히 익혀야죠.”

그가 생각하는 언어 교육의 본질은 두 가지다. 집중, 그리고 꾸준함. 언어는 최소한의 지능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꾸준히만 계속하면 늘게 된다는 설명이다. ‘코코네’에서 이용자들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로 게임과 커뮤니티다.

원어민과의 대화도 집중력을 올리는 방법이다. 천 대표는 “원어민과 대화할 때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며 “바로 그 순간에 고도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코코네’는 원어민과 직접 얘기를 할 수 있는 유징스페이스(using space)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에서 언어를 공부할 때 간과하기 쉬운 ‘말하기’도 신경 썼다. 직접 소리를 내어 문장을 따라 읽음으로써 발음, 억양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게 한 것. 천 대표는 ‘코코네’ 내에 음성 인식 시스템을 구현했다. 또, 몇 번 따라 해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정답을 선택할 때 음성으로 선택하는 방식을 구현하는 등 곳곳에서 이용자가 직접 목소리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 언어교육에서는 말하기, 듣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문장을 말 할 때 3초 안에 바로 나오지 않으면 사실상 못하는 거라고 봐야하죠. 코코네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외국어 문장 정도를 패턴화, 내재화시키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내 손안의 ‘코코네’

언어에는 왕도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하루에 10분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천 대표가 ‘코코네’의 멀티 플랫폼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아직까지는 오픈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처음 ‘코코네’ 서비스를 기획했을 때는 3년 전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바일 준비는 다소 늦은 감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이 대세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어 학습에 최적의 디바이스입니다.”

‘코코네’ 모바일 서비스는 우선 일본에서 시작된다. 서버 연동형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이 학습한 기록을 PC웹 등과 연동하는가 하면,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다운로드를 받고 끝나는 것이면 의미 없습니다. ‘코코네’는 상당히 개인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신이 웹에서 공부한 기록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동하는 것은 필수죠. 스마트폰과 관련된 ‘코코네’ 서비스는 올해 많이 나올 겁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이용률이다. 기존에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꾸준히 계속 들어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서비스 자체를 상당히 개인화시켰다. 예컨대, 이용자가 수동태 문장을 많이 틀렸다면 틀린 문장만을 모아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수익모델도 일괄적인 정액제가 아니라 세분화했다. 이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해서 학습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향후에는 ‘코코네’ 내에서 일본 여행시 필요한 회화나 온천 사용 방법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여행을 하면서 방문할 곳을 체크하면, ‘코코네’에서 기본적인 회화에서부터 그곳에서 많이 쓰는 표현들의 예문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 같은 생각은 ‘코코네’가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등이 모두 철저히 실제 일본 사회모습을 구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 대표는 “결국 언어도 재미가 있거나 쓸모가 있어야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다”며 “‘코코네’가 재미와 언어습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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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네’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지 약 2주가 지났다. 현재까지는 입소문을 통해 매일매일 하루 가입자 수 기록이 갱신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3, 4개월 정도는 추세를 볼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 당장은 언어를 공부하려는 사람 중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다소 적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온라인 공부도 좋은 것 같더라’라는 인식이 생기면, 잠재적인 이용자들도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쇼핑도 처음 나왔을 때는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많은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