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도율 구리의 100배, 어떤 기술이길래?

일반입력 :2011/01/28 11:40    수정: 2011/01/28 12:10

봉성창 기자

구리보다 열전도율이 100배나 좋은 기술이 국내서 개발됐다. 향후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벤처기업 '노펜'은 27일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이스파이프'로 명명된 3세대 히트싱크 기술을 언론에 공개했다.

특허를 받은 '아이스파이프'는 가늘고 긴 파이프에 특수 제조된 액체를 넣어 펜이 없이도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아이스파이프' 기술을 개발한 이상철 노펜 부사장은 과거 CPU 쿨러 등으로 유명한 잘만을 설립한 인물로 열전도 관련 전문가다.

이 부사장은 '아이스파이프'가 기존 히트싱크와 달리 심지(위크)를 사용하지 않고 유체동압을 이용해 열을 전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중력에 대한 방향성이 없어 설치가 자유롭고 가늘고 긴 다수의 파이프로 유효방열 면적을 늘려 자연 공냉으로도 충분히 열을 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이스파이프의 열전도율은 구리의 100배, 알루미늄의 200배라는 것이 이상철 부사장의 설명이다.

■ 펜 없는 CPU 쿨러 '그게 가능해?'

이러한 아이스파이프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바로 펜이 없이 작동하는 CPU 쿨러다. 펜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이 전혀 없고 먼지도 훨씬 덜 쌓인다.

여기에 무소음 파워서플라이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장착하고 그래픽카드를 내장형으로 사용하면 0데시벨의 무소음 PC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펜이 없는 히트싱크 방식으로 열을 식히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냉각 성능은 기존에 펜이 달린 정품 CPU 쿨러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노펜 측은 95W 이하의 CPU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오버클럭킹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단점이 제기된다. 지름 20cm에 높이 13cm로 여간한 케이스나 마이크로ATX 메인보드를 사용할 경우 장착이 불가능하다. PC를 조립하거나 메모리를 교체할때는 쿨러를 나중에 장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또한 그래픽 카드는 하단부 PCI 슬롯에만 장착 가능하기 때문에 크로스파이어나 SLI 등 두개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CI 슬롯이 하나만 있는 메인보드라면 아예 그래픽카드 장착이 어렵다.

노펜 측은 다음달 초부터 해당 제품 판매에 들어간다. 전용 케이스와 400W 무소음 파워서플라이를 포함해 40만원대 초반의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단품으로도 판매될 예정이지만 이 경우 소비자가 장착 가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펜 측은 장착 가능 케이스와 메인보드 리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를 비롯해 녹음 스튜디오나 연구소 등 무소음 환경이 필요한 곳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PC를 구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냉각 성능이 펜 제품에 비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고, 그래픽카드 장착의 불리함 때문에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 노펜 측 설명이다.

■ LED램프 방열판 등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분명한 장단점으로 인해 아이스 파이프 CPU 쿨러는 사용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오히려 다른 사업군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펜 측은 LED 램프의 방열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별도의 법인을 통해 추진 중이다. 고효율 LED 램프는 방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 저항이 커질 경우 밝기도 떨어지고 제품 수명이 크게 단축되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아이스 파이프 기술을 활용한 LED램프 방열판을 개발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에 비해 방열효과가 우수하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가 무게가 가벼워 설치가 자유롭다는 강점을 보인다.

또한 파이프 설계로 인해 알루미늄 사용량을 기존의 20%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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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열전도율이 뛰어난 아이스파이프를 도로 바닥에 설치해 상온을 유지하는 지층과 연결하면 겨울에 눈이 쌓이지 않고 여름에 시원한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자동차나 주택 냉난방 등 높은 열전도 소재가 필요한 분야는 상당히 많다며 아이스파이프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군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