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발칵, ‘추적60분’ 방송 어떻길래…

일반입력 :2011/01/07 10:12    수정: 2011/01/07 20:24

전하나 기자

지난 5일 방영된 KBS 2TV 추적60분의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 누구의 책임인가’ 방송분이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이 게임중독에 대한 의학적 기준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몇몇 임상연구를 통해 마약중독에 직접 빗댔기 때문이다.

방송을 접한 게임업계는 “자괴감이 든다”는 반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만 명의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일종의 마약거래상으로 취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 셧다운제 등의 칼을 빼든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방송에서 게임물 직접 규제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했다. 최 위원장은 “마약과 똑같은 게임을 가정의 어머니에게 맡길 것이 아니다. 국가가 짐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 위원장은 “밤 12시에서 6시까지 게임 안한다고 해서 게임산업이 망하지 않는다”며 “게임업체들은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게임업체 관계자는 “방송이 게임업계에 종사자들을 오로지 돈 버는 것에 매몰된 사람들로 몰아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개발자는 “돈 버는게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전 게임 개발자라는 사람들을 게임 개발자 전체인 것처럼 비췄더라”며 “방송을 함께 본 아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편파 보도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방적인 보도였다”며 “더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중독은 다층적으로 따져야 할 문제”라며 “방송의 접근 방식은 게임을 하면 중독되고 중독되면 살인이나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3단 논법에 불과했다”고 일갈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결과를 정해놓고 취재를 한 것 같다”며 “결국 게임중독이라는 것은 반복행동이 이어진 것인데 게임을 반복하게 된 배경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중독에 대한 원인을 단순하게 게임으로 돌리고 원인의 원인을 살펴보는 노력은 없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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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시선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게임업계가 무서운 줄 알고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게임업계가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을 모조리 맞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좀먹는 게임중독에 대해 게임업계가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비춰서는 안된다”며 “더이상 게임중독에 대한 자의적인 기준과 ‘게임에 중독됐다고 알려진’식의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서는 업계가 공동으로 반성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