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앱' 오빠믿지 개발자 만나보니…

일반입력 :2010/10/19 15:57    수정: 2010/10/20 17:45

정윤희 기자

“순순히 위치를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연인간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오빠믿지’가 애플 앱스토어를 강타했다. 출시 이틀만에 무료앱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앱 최초로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까지 올랐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악마의 앱’, ‘개목걸이앱’ 등 다양한 수식어가 등장할 정도로 화제다. 특히 대다수 남성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나오지 말아야 될 앱이 나왔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빠믿지’를 만든 개발사는 다름아닌 가상 애인 앱 ‘여자친구’, ‘남자친구’ 등으로 유명한 원피스다. 대학생 벤처기업인 원피스는 톡톡 튀는 기획력과 그에 걸맞는 개발력으로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저희도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후즈히어’나 ‘팔링고’와 같이 위치 추적 앱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신기할 정도에요.”

김정태 원피스 대표는 ‘오빠믿지’가 무려 7개월 전에 기획된 앱이라며 이와 같은 뜨거운 반응에 다소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빠믿지’는 회사 내 5명의 이사진이 프로그래밍을 배워가며 6개월 동안 만든 일종의 실습작이기 때문이다.

설명인즉슨 ‘오빠믿지’는 회사에서 앱 개발자 구하기가 어려워 이사들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겠다며 6개월 동안 고생해서 만든 앱이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메인 개발자를 붙이면 3일이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구조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획과 연인용 앱이라는 포지셔닝을 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김 대표의 겸손한 말과 달리 ‘오빠믿지’를 접한 이용자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감사의 마음과 함께 안드로이드용 앱도 빨리 개발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길어도 이틀이면 만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빠믿지’는 김 대표가 직접 기획한 앱이다. 이름도 직접 붙였다. 앱을 만들던 당시만 해도 김 대표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헤어져 없는 상황. 김 대표는 앱 출시 이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너와 함께 쓰려고 만든 앱인데 이렇게 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답장은 없었다고 한다.

앱을 실행하면 첫 시작지점을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코스인 남이섬으로 한 것도 김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밖에도 원피스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숨어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앱이 가끔 엉뚱한 위치를 표시해준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이폰의 GPS 기능 자체가 간혹 오류를 내는 경우가 있고, 앱 자체의 버그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앱이 버그를 냈을 경우에는 아프리카와 같은 전혀 엉뚱한 지역을 가리킨다며 일주일 이내에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빠믿지’는 연인 간에 불화를 조장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작은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앱입니다. 웃자고 만든 앱에 왜 이렇게까지 죽자고 달려드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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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오빠믿지’에 대한 이런 뜨거운 반응이 다소 부담되는 눈치다.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서버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출시 이후 이용자 폭주로 광고 서버가 다운돼 아직까지 어떤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 물론 광고 서버는 복구 되는대로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일대다 기능이나 유료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연인끼리 신뢰를 가지고 즐겁고 유용하게 사용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