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키쿠가와 갈라그룹 회장 “한국서 번 돈, 한국에 쓰겠다”

일반입력 :2010/05/20 11:33    수정: 2010/05/20 19:11

정윤희 기자

“갈라 그룹이 한국에서 번 돈은 모조리 한국에 다시 투자할 생각입니다.”

키쿠가와 사토루 갈라 그룹 회장은 19일 삼성동 이온소프트에서 진행한 지디넷코리아(게임스팟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그는 “지난해에만 한국에 개발비로 약 60억 정도를 투자했다”며 “올해와 내년에도 그런 식으로 갈라 그룹 차원에서 갈라랩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갈라그룹은 미국의 갈라넷, 일본의 갈라 재팬, 유럽의 갈라네트웍스유럽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IT 기업이다. ‘지포테이토(gPotato)’라는 게임 포털을 통해 전 세계 18개국에 15개 언어로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공식 합병을 선언한 이온소프트와 엔플레버가 갈라그룹 소속으로 이 날 통합 사명 ‘갈라랩’을 공개하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키쿠가와 회장은 “그동안 이온소프트와 엔플레버에서 따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통합돼 라인업이 더욱 늘어났다”며 “갈라랩이라는 새 사명이 한국에서 갈라그룹의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엔씨소프트가 가장 인상적

“현재 한국 시장에서 갈라랩의 경쟁자는 너무 많다”고 입을 연 키쿠가와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임사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를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개발력이 매우 뛰어난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온’의 캐릭터들을 봤는데 무척 세심하더군요. 그래픽, 동작,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등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갈라랩의 무기는 바로 글로벌 네트워크다. 전 세계 18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는 ‘지포테이토’의 브랜드 밸류를 이용하겠다는 것. ‘지포테이토’는 아시아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상위권 게임포털로 순항 중이다.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지사들을 이용한 네트워킹에 강점이 있죠. 특히나 ‘지포테이토’가 북미나 유럽에서는 브랜드 밸류가 있는 만큼 해외 서비스를 할 때 수월한 면이 있어요. 물론 게임 타이틀이 좋아야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뛸 겁니다.”

그는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0여년의 세월에 걸친 노하우와 기술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북미, 유럽, 일본 등에 있는 갈라 그룹 지사장들이 모두 한국인인 이유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라인게임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기본적인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에요.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거죠. 때문에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부분유료화 아이템도 4년 전 미국에서는 모두가 실패할 거라 고개를 흔들었어요.”

키쿠가와 회장은 “현재 갈라랩이 가지고 있는 게임들 말고도 한국 게임들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을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 협상 중인 게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은 ‘사람’

키쿠가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바텀업(bottom-up)이다. 그룹 임원들의 판단에 의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보다는 직원들이 자발적인 제안이 갈라 그룹을 굴러가게 하는 힘이 된다.

“실제로 신작 ‘아이엘:소울브링거’의 경우도 박승현 갈라랩 대표가 먼저 제안했어요. 회장의 역할은 그런 식으로 밑에서 올라오는 의견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거죠. 물론 가끔씩은 위에서 내려가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커뮤니케이션도 중시한다. 지스타, 게임스컴 등의 행사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파티 말고도 키쿠가와 회장이 1년에 한 번 ‘이그제큐티브 캠프(executive camp)’라는 이름의 임원 워크샵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 지사들의 지사장과 임원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그의 계획. 인터뷰 도중 임원 워크샵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열성이다.

“올해 뉴질랜드에서 실시한 ‘이그제큐티브 캠프’는 사람들이 직접 모여 이야기하고 마시고 웃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죠. 갈라 그룹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말고도 갈라 프렌즈 파티라던가 볼링 대회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게임 업계 사람들과도 교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그는 모회사가 일본 회사라고 해서 지사까지 일본인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지의 사정은 현지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신뢰’라고 강조한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갈라 그룹처럼 글로벌하게 서비스하는 곳에서 믿음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성별, 인종, 국적 등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에요. 현지 스텝의 ‘신뢰’는 갈라 그룹이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한 비결이기도 합니다.”

키쿠가와 회장은 박승현 갈라랩 대표에 대해서도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헨리라는 박 대표의 영어명을 부르며 갈라랩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했다고 말할 정도다.

“각각의 회사가 기업 문화가 다른 만큼 초반에는 약간 어려운 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헨리(박승현 대표)는 이온소프트와 엔플레버의 기업 문화를 합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국 사람이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저는 헨리에게 갈라랩에 대한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 글로벌 변화에도 ‘촉각’

키쿠가와 회장은 최근 전 세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변화에도 민감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열풍 등이 그것. 아직까지 세부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살피며 검토 중이다.

“일단은 ‘지포테이토’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지포테이토’의 회원수가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명이 넘는 만큼 충분한 이용자 풀이 확보된 셈입니다. 아직까지 단일 소셜네트워크게임(SNG)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갈라랩에서 먼저 제안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갈라파고스 현상(독자적 기술과 규제에 매달리다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상황)에 빠진 일본 모바일 시장을 반면교사 삼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콘텐츠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해가는 만큼 각 지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전략을 세워 대응할 생각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 한 달에 4, 5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키쿠가와 회장의 목표는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아이들에서부터 어른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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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인 ‘갈라’ 역시 같은 맥락으로 영어단어 ‘gala’에서 따왔다. 우리에게는 ‘갈라쇼’로 익숙한 그 ‘갈라’다. 축하행사, 네트워킹 파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gala’처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전 세계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갈라 그룹이 일조하는 거죠. 사람 사이의 커넥팅이라는 측면에서는 게임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재미있게 상호작용하도록 도우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