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정"…'본인확인제' 논란

일반입력 :2010/04/08 18:46

이설영 기자

유튜브는 분명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업체들과 함께 경쟁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일시장 내에서 경쟁하는데 규제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역차별을 의미하죠. 그저 공정환경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시행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면서, 국내 업체에게는 역차별 문제까지 제기되는 본인확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튜브는 지난 2월 한국에 진출한 이래 2년만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유튜브는 몇년 전 전세계에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을 일으킨 세계적인 사이트이며, 구글이 운영 중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성과는 당연해 보이지만 눈여겨 볼만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제도가 있다. 일일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 게시판 및 댓글 서비스를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쓰기 때문에 실명제와는 다르다.

광우명 사태 및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 등에 인터넷 댓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해부터 이를 확대 실시됐다. 당초 일일평균 이용자수 30만명 이상의 사이트에만 적용됐으나, 확대 실시되면서 지난해 1월부터는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됐다. 대상 사이트도 37개에서 153개로 대폭 늘었으며, 올해는 167개 사이트가 대상이다.

■유튜브, 국내에서 국내기업과 경쟁

유튜브의 경우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이 이용하지만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국적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설정할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동영상 업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에 벗어나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당연히 규제를 피해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 때문에 유튜브의 UV와 PV는 1000%, 2000% 상승했다며 이쯤되면 규제의 실효성에 구멍이 있다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터넷 악성댓글 근절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국내 업체들이 애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판도라TV 측은 지난해 4월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판도라TV의 페이지뷰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반면 유튜브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며 최근에는 사업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판도라TV는 지난 1월 SBS 측과 제휴를 맺었다. SBS 영상을 판도라TV에서 활용가능하도록 한 것. 판도라TV는 SBS 영상을 광고와 함께 3분 분량으로 올렸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광고도 없이 10분 분량의 영상이 뜨면서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이 이쪽으로 몰렸다.

판도라TV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저작권 협약 없이 올라온 불법영상물이고, 추적장치가 없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어렵다며 유튜브가 국내법을 어기기 때문에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유튜브가 국내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의 경우 '.kr' 사이트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전세계에서 '.com'의 같은 도메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제에 헛점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국적 구분이 무의미한 인터넷망에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들이댄 것이 아이러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확인제, 악성댓글 차단 효과도 미미

규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논문을 통해 실명제 이전에는 게시글의 13.9%가 비방글이었으나, 2007년 실명제 실시 이후에는 12.2%인 것으로 나타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실명제 실시 후 게시판에 글을 쓴 IP수를 조사한 결과 2천585개에서 737개로 감소해 자유로운 소통의 도구로 활용돼야 할 인터넷의 순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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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도입 당시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시행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껴, 실제 악성댓글 근절 등의 실효성에도 의문제 제기되는 상황이다며 포털사들이 몇백명 규모의 모니터링 요원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규제하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형법을 적용해 사후규제하는 등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여러가지 수치들이 본인확인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본인확인제가 오히려 국내기업들을 역차별하는 핵심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