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웅 대표 “조이맥스 존경받는 기업 될 것”

일반입력 :2009/07/21 16:10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실크로드 온라인’ 하나로 전 세계를 호령한 조이맥스. 글로벌 게임회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다가 최근 코스닥에 직접 상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이맥스는 지난 1997년 법인사업체로 탄생해 올해 초 코스닥 상장을 이루기까지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겹다. 특히 전찬웅 조이맥스 대표는 사업 초기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를 접는다는 각오로 지금의 조이맥스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시장역 부근에 있는 조이맥스 대표 사무실. 전찬웅 대표의 첫인상은 보수적인 느낌이였다. 반면 그는 강한 눈빛 속에 감춰진 수줍은 웃음으로 처음 보는 사람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도 보였다.

대표실의 분위기는 소박하면서 검소한 분위기. 사무용 책상에 회의용 테이블, 책꽂이 등 간소한 사무공간, 약간 좁은 듯하면서도 실용적인 면을 강조했다. 성실하고 검소한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전 대표의 느낌 그대로였다.

■넉넉하지 못했던 캐나다 유학생활, 게임사업의 꿈을 키우다

“5형제 중 넷째인 저는 캐나다 유학시절에 게임개발에 대한 꿈을 기웠습니다. 유학시절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가서 게임전공 학교 모집 공고를 신문에서 우연히 보게 됐고, 그때 ‘이거다’라는 생각에 게임전공을 결정해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전찬웅 대표의 게임인생 전환기는 6년간의 캐나다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어렵게 유학 생활했다고 입을 연 전 대표. 그는 우연히 찾아간 친구 집에서 보게 된 영자 밴쿠버 신문에서 본 게임전공 대학 모집공고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 대표의 본래 전공은 CIS(Computer Information System). 게임전공 학과를 다시 선택한 것은 우연인 셈이었다. 게임 모집공고를 보지 못했다면 평범한 프로그래머가 됐을 것이라는 전찬웅 대표는 1996년 캐나다에서 비디오게임프로그램 학교를 졸업한 이후 유학 동창과 뜻을 모아 한국에서 게임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모 기업에서 게임개발에 대한 투자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그때 직접 창업을 결심했고 게임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요. 기획했던 게임이 문화부 우수국산게임으로 뽑혀 상금 1천만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개발자 월급이 50~60만 원 수준이었으니 1천만 원은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1997년 조이맥스의 첫 터전은 옛 정통부 산하 서울소프트웨어지원센터였다. 처음 직원 수는 친구와 단 둘이었다. 나중에 충원해서 3~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게임 사업이 순탄치는 못했다고 한다. 1년여 개발 끝에 탄생한 실시간 전략 게임(RTS) ‘파이널 오디세이’가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냉소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특히 ‘파이널 오디세이’는 1999년 국내 게임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과 대만 등에 수출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수익보다 지출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2000년에는 후속작인 RTS ‘아트록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2001년 PC게임소프트웨어 시장상황이 악화돼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족한 자금은 어렵게 투자받았지만, 국내외 PC게임소프트웨어산업은 불법복제 등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위기 속에 선택의 기로, 그는 사업가였다

전찬웅 대표의 사업적 수환은 위기의 순간에 발휘된다. 정확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빠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온라인 게임 개발은 불안정한 옛것을 버리고 가능성 큰 새로운 것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상황이 어렵게 되자 결단을 내렸지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서버 노하우 등이 하나도 없었지만 몇 개 가능성을 두고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결과 MMORPG 장르에 대한 직원들의 열망과 시장 성공 가능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에 착수했지요”

‘실크로드 온라인’은 기획 당시부터 해외 수출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한다. ‘실크로드’란 게임명 선택한 것도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의도적 선택이었다.

전 대표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실크로드’란 게임명 하나로 선점했었다고 귀띔해줬다. 코에이의 삼국지처럼 말이다. 실크로드 온라인의 알파버전 단계에서 일본의 한 게임개발자가 방문 ‘실크로드 온라인’은 게임명에서부터 성공 확률이 반이상은 차지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 소재를 이야기 하다가 판타지 창작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데 창작물을 만들어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더군요. 그때 직원이 실크로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순간 ‘이건 된다’ 싶더군요. 몇몇 직원이 낮은 점수를 주긴 했습니다만 제가 강하게 이야기해서 실크로드 온라인이 최종 결정됐지요”

2002년 워크샵에서 실크로드 온라인 제작 결정, 2005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첫 모습을 공개했다. 첫 결과는 초라했다. 완성단계가 아닌 상태에서 무리하게 게임을 상용화했기 때문에 게임 사용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전 대표의 끈기와 성실성은 이때 빛을 발한다. 실크로드 온라인의 첫 성적이 초라했음에도 콘텐츠 계속적인 추가로 게임완성도를 높여가면서 해외 수출에 집중한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사가 한 개의 게임에 실패하면 또 다른 게임을 제작해 출시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에 강한 게임사 조이맥스, 실크로드 온라인으로 이름을 알리다

“실크로드 온라인 서비스 초기 사용자가 실망을 많이 했지요. 2년 반 정도 제작 기간이 소요됐지만, 예상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시하는 현실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실크로드 온라인을 접고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생각에 실크로드온라인 콘텐츠와 해외 수출 확대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늘이 전찬웅 대표의 마음을 알아줬을까. ‘실크로드 온라인’에 날개를 달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온라인게임 테스트베드 시범사업에 참여한 ‘실크로드 온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게 된 것이다.

한국소프트진흥원이 진행한 온라인 테스트베드 시범사업은 전 세계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서버에 접속해 토종 온라인 게임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해외마케팅 채널이다.

“해외에서 ‘실크로드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사업적 가능성을 보고 직접 글로벌 통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해외 현지 로컬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서버만 잘 운영하면 비용절감 대비 부가가치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글로벌 통합 서비스는 영어 버전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 국가별 개발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지요”

‘실크로드 온라인’은 지난 2006년부터 글로벌 통합 서비스 시작했다. 게임서버는 국내에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서버를 관리할 필요도 없으며 국가별 콘텐츠를 따로 추가할 필요도 없다. 서버관리 기술, 보안 기술 등의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안정적 글로벌 통합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매출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조이맥스. 지난 2005년 2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총 매출 329억 원, 영업이익 194억 원, 당기순이익 171억 원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낸다.

이러한 성공은 ‘실크로드 온라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실크로드 온라인’은 약 1천9백만 명의 누적가입자와 글로벌 동시접속자수 10만 명을 확보했다. 이 게임은 파트너 국가인 대만, 중국, 일본을 제외하고 약 200여 개국에서 글로벌 통합 서비스 중이다.

■돈 벌었다는 기업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

“지난 2007년 조이맥스 설립 10주년 기념식 때 전 직원과 기업 영상물을 보니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최근 조이맥스의 코스닥 직접상장 성공에 대해서는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사업 초창기부터 성실성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전찬웅 대표. 그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사무실에서 선잠을 자며 꿈을 키워왔던 과거와 지금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직원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조이맥스가 직접 상장에 성공하자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 대표는 조이맥스의 최근 성적이 갑자기 대박을 친 것이 아닌 기업 성장 과정일 뿐이었다고 말을 아낀다. 아직도 배고프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조이맥스는 ‘실크로드 온라인’을 중심으로 후속작인 범피크래쉬 온라인, 실크로드2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실크로드 온라인의 안정적 매출을 기반으로 후속 게임을 준비 중인 조이맥스. 게임개발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난 전찬웅 대표를 중심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이맥스가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자 꿈입니다.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국내와 해외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 직원 개개인이 다 잘되었으면 합니다. 조이맥스가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