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EDS 인수…IT산업구조 바꾸나?

일반입력 :2008/09/16 08:16

황치규 기자 기자

미국 HP는 지난달 말 대형 IT서비스기업인 EDS(Electronic Data Systems) 인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HP는 지난 5월 13일 EDS와 인수 합의 이후 3개월 남짓 동안 미 당국과 EU(유럽연합)로부터 승인을 받아 인수 절차를 완료한 것이다. 인수금액은 139억 달러. 이번 M&A(인수·합병)는 HP가 지난 2002년 컴팩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이래 최대 규모다.HP가 이처럼 거액을 들여 EDS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HP의 EDS 인수, IBM과의 경쟁위한 토대 마련?마크 허드 HP 회장겸 CEO는 이번 인수 완료 발표와 관련, “HP와 EDS 그리고 고객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두 회사가 통합함으로써 우리는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폭넓고 경쟁력있는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리더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HP 신사업 그룹에서 EDS를 계속 이끌어갈 론 리튼메이어 사장 겸 CEO도 “오늘은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날이다. EDS는 HP의 세계 최고 기술을 활용하여, IT서비스시장을 뿌리에서부터 재정비할 기회를 얻었다”고 환영 코멘트를 발표했다.마크 허드 HP CEO가 “역사적인 날이다”고 말한 배경에는 두 회사의 통합이 IT서비스분야에서 HP의 존재감을 단번에 높혔다는 것을 나타낸다. 두 회사를 합친 2007년 IT서비스사업 매출은 약 380억 달러. 이 분야에서 54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린 숙적, IBM를 추격하려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것이다.HP는 지난 2007년 총매출에서 IBM을 따돌리고 IT업계의 세계최대기업이 되었지만, IBM의 주력사업인 IT서비스사업에서도 톱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있다 .이번에 정식으로 HP 산하에 들어간 EDS는 IT서비스를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최대 특징은 전세계 100개소가 넘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아웃소싱(outsourcing)이 주력 사업이라는 점이다. EDS는 전 산업에 걸쳐 대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까지 폭넓은 고객을 두고 있다. HP가 EDS를 인수한 것은 이같은 고객을 손에 넣기 위한 것이다.HP 자체도 지난 2005년 봄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마크 허드 CEO가 철저한 경영 효율화와 PC사업의 특별 조처 등을 통해 당시 실적부진에 고민하던 HP를 부활로 이끌었다. 연간 총매출면에서 IBM을 따돌린 지금, 마크 허드 CEO는 이번 EDS 인수로 IT서비스사업에 대공세를 펼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세계 IT산업, 구조변화의 소용돌이속으로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사태로 대표되듯이, 세계 IT기업들의 M&A의 움직임은 인터넷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HP의 EDS 인수는 긴 역사를 가진 IT기업끼리 생존을 꾀하기위한 고육지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그러나 이번 HP의 EDS 인수는 세계 IT산업 전체적으로 볼 때, 새로운 구조변화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이유는 HP가 EDS 인수를 통해 강화하려는 것은 IT서비스 특히 아웃소싱(outsourcing)이 IT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비즈니스’도 아웃소싱(outsourcing)의 연장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HP의 EDS 인수는 다가올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또한 IT기업들의 사업분야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IT서비스, 인터넷 서비스등 4가지로 크게 나눈다면, 현재 전세계 IT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향해 각 사업별로 접근하는 동시에, 우수 분야를 보완하는 M&A와 협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HP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EDS를 인수한 HP는 지난 7월 인텔, 야후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들 업체는 교육기관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 테스트 시설을 설립했다. HP는 여기서 획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EDS와의 제휴 비즈니스에도 당연히 활용할 것이다.무엇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세력 경쟁에서 결정적 생존수단이 되는 것은 역시 고객 베이스이다. 이런 의미에서 IT서비스 기업 특히 아웃소싱에 강한 기업이 앞으로 IT산업의 새로운 구조 변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HP가 새로 인수한 아웃소싱의 강자 EDS의 기업가치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