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체, E3 2005 빛내다

일반입력 :2005/05/24 10:58    수정: 2008/12/31 17:06

조시영 기자

“탕탕 드르륵 드르륵….”

얼굴 한쪽이 칼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는 거구의 전사가 머신건을 갈긴다. 그를 향해 달려들던 괴물들이 피를 흘리며 퍽퍽 쓰러진다.

공상과학 영화 같은 전투 장면이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지자 푸른 눈의 게이머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sition) 2005’ 마지막날인 지난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메인 전시관인 ‘사우스홀’ 입구에 250여 평 규모로 위치한 웹젠 부스 앞에서 수십 명의 게이머들이 내년에 선보일 다중접속 슈팅게임 ‘헉슬리’ 동영상에 빠져 있었다.

스스로 ‘게임 중독자’라고 표현한 마크 랜달 씨는 “웹젠이란 회사가 한국 회사인 줄 처음 알았어요”라면서 “EA(세계 최대 게임사) 같은 회사랑 비교해서 전혀 그래픽이 떨어지지 않아 무척 기대된다”고 말한다.

E3에서 전시용 동영상이 공개된 ‘헉슬리’는 내년에 PC 게임용으로 선보인 뒤 MS의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 360’용으로도 발매될 계획이다.

세계 80개국, 400여 게임업체가 참가해 1000여 개 게임을 선보인 올해 E3에서 한국에서 온 웹젠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21개 게임업체들은 세계 각국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E3에서 ‘헉슬리’를 비롯해 5개 신작을 선보인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내년 E3에서 헉슬리를 공식 서비스하도록 하겠다”면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웹젠은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신작 ‘썬’의 음악을 위해 영화 ‘반지의 제왕’ 음악을 맡았던 유명 작곡가 하워드 쇼어를 기용할 정도로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로봇 슈팅 게임 신작 ‘엑스틸’과 함께 지난달 선보인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길드워’ 등을 내놓은 200여 평 규모의 엔씨소프트 부스에도 게이머들이 몰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03년 처음 E3에 왔을 때 ‘아시아의 이상한 회사’라고 말하는 미국인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지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엔씨가 많이 알려졌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일부 미국인은 엔씨를 미국 기업으로 생각할 정도여서 엔씨(NC)가 미국 주의 하나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약자냐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에서 인기를 끈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시티 오브 히어로’의 후속작 ‘시티 오브 빌런’을 연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서비스할 계획이다.

판타그램도 지난해 X박스용 ‘킹덤언더파이어 : 더 크루세이더즈’에 이어 X박스 360용으로 개발중인 ‘킹덤언더파이어 : 히어로즈’를 들고 E3에 참가했다.

이처럼 올해 E3는 한국 게임업체들이 세계시장 공략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장단만 해도 김택진 사장, 김남주 사장을 비롯해 김 범수 NHN 사장,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 서원일 넥슨 사장,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이상윤 판타그램 사장 등 주요 게임업체 최고경영자가 총출동했다.

개발과 마케팅 등 수천여 명의 한국 게임업체 종사자들이 전시장에 몰려들어 한국에서 E3가 열리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다.

해가 갈수록 E3에서 한국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는 것과는 반대로 세계 주요 게임 메이저 업체들은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게 올해 E3의 특징 아닌 특징이다. 2003년부터 계속된 영화와 게임간 ‘크로스오버’가 지속됐다는 점만 꼽을 정도다.

과거 인기 영화였던 ‘대부’와 ‘킹콩’이 게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하지만 게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경쟁은 매우 뜨거웠다. MS는 X박스의 두 번째 모델인 X박스 360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PS3(플레이스테이션3)’를 선보였다.

X박스 360은 PC처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을 내려받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애플 아이팟,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 등 온갖 휴대용 기기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PS3는 X박스에 적용된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초고속 칩 ‘셀’을 장착해 실제처럼 실감나고 정교한 그래픽을 선보였다.

닌텐도도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을 내놓았다. MS·소니와 마찬가지로 무선랜으로 인터넷과 연결돼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패미컴 등 닌텐도의 예전 게임기용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MS는 올 11월께, 소니는 내년 봄에, 닌텐도는 내년에 차세대 게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