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네트웍스, 한국 공정위에 MS 제소「불공정 가려주오」

일반입력 :2004/11/08 10:42

김영훈 기자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맞붙었다. 공정위는 7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를 팔면서 음악과 영상을 듣거나 보는 프로그램(동영상 플레이어)을 끼워 팔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MS를 신고한 리얼네트워크는 영상, 음악 프로그램인 '리얼플레이어'를 만든 소프트웨어 업체다. 이를 조사 중인 공정위 경쟁국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MS를 제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선 경쟁국장은 "MS 제품을 결합상품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능이 융합된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별개의 상품을 끼워 판 혐의가 짙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왜 신고했나리얼네트워크는 1999년까지 한국의 영상, 음악 프로그램 시장을 90% 이상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MS가 자사의 영상, 음악 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를 윈도에 포함시켜 팔면서 리얼플레이어를 쓰는 소비자가 거의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같은 혐의로 MS에 4억9700만유로(약 7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MS가 표적이 된 것은 MS의 윈도 프로그램이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의 9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쓰려면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반드시 깔아야 한다. 그런데 MS가 윈도에 각종 부가 기능을 더하면서 부가 기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1년 9월 MS가 메신저를 끼워 팔았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메신저는 마치 대화하듯 온라인으로 글을 주고받는 속칭 '인터넷 삐삐'다.리얼네트워크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 MS를 신고한 것은 한국이 정보통신 강국이어서 공정위 판결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공정위가 독과점 문제에 대해 강한 제재를 하고 있어 MS와의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MS쪽 법률 대리는 김&장이, 리얼네트워크는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쟁점은 뭔가소비자에게 이익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지난달 방한했던 브래드 스미스 MS 부사장은 "다음의 메신저가 팔리지 않은 것은 다른 메신저보다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윈도에서 부가 기능을 없애면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에 카메라와 시계 기능이 있다고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반면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MS는 부가 프로그램이 마치 공짜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원가가 다른 부분에 전가됐을 뿐"이라며 "MS의 끼워 팔기로 소비자들은 더 좋은 기능을 갖춘 다른 제품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결합 상품이 경쟁을 제한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MS 측은 윈도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더라도 각종 소프트웨어는 MS 제품이 아닌 다른 회사 제품을 내려받아 쓸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경쟁 업체들은 이미 MS가 운영체제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소프트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윈도를 팔 때는 부가 기능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분리해 판매하라는 결정이 내려지면 MS의 전략이 크게 어긋난다. MS는 2007년 출시될 윈도 새 버전에 검색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야후 등이 장악하고 있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상승 서울대(경제학)교수는 "각종 복합 기능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 결정은 정보.통신 산업에서 경쟁의 룰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